새벽 참례를 마치고 돌아온 후루마쓰에게 식물들은 일제히 아우성을 치며 파장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강진이 발생하였을 때, 지진계가 그려내는 흉포한 그래프와 같이 100여개의 플라워텔레스코우프에서 넓은 파장의 웨이브가 계속해서 프린트 아웃되고 있었다.
후루마쓰가 살폈다.
"아. 슬퍼요. 무서워요."
식물들이 소리쳤다.
"무엇 때문에?"
"물이 너무 무서워요. 물이 많이 옵니다."
"어디에?"
"바닷가에."
후루마쓰는 큰 숨을 들이마셨다.
언제였던가. 비란코상이 갑자기 말했다.
"비가 와요"
"언제?"
"내일"
"어떻게 알지?"
"느껴져요. 압니다. 내일 비가 많이 옵니다."
"바람 불고 기온이 내려가는 것도 느껴지는가?"
"물론입니다. 우리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데요. 우리는 못 움직이니까요."
비란코가 또 말했다.
"여기는 비가 오지만, 저쪽에서는 불이 납니다."
"저쪽이라니...?"
"먼 저쪽이요."
후루마쓰는 비란코가 말하는 것을 알 길이 없었다.
그 이튿날부터 일본전역에 3일에 걸쳐 폭우가 쏟아졌다. 태풍이었다.
동시에 뉴스에서는 호주의 숲속에 미증유의 산불이 났다는 긴급보도가 있었다. 지난 여름이었다.
후루마쓰는 모든 식물의 메시지 파장을 매일매일 체크했다.
그들은 그들의 환경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지극히 민감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 항상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겨우살이의 겨울눈은 늦가을에 생기는 것이 아니지.
그것은 여름에 만들어진다. 겨우살이는 겨울의 기운이 느껴지기 훨씬 전 아니, 겨울의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길이 없는 한여름에 겨울의 추위를 대비하는 것이다.
식물에게 예지능력이 있다는 것도 기실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것이다. 특히 기후에 관한 예지능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놀라운 것은 그 식물들의 예지력의 공간범위가 거의 지구 전체라는 사실이다.
믿을 수 없었지만, 후루마쓰는 벡스터를 떠올렸다.
그 식물의 여주인이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 느꼈던 감정의 기복이 정확히 동시에 식물에게 전자파로서 감지되었다고 기록하지 않던가.
식물들의 지각범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차원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후루마쓰는 점점 더 식물을 경모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지난 여름이었지.
식물들이 오늘같이 외쳐댔다.
연구실의 거의 모든 식물이 계속해서 큰 메시지를 그려대고 있었다.
"슬퍼요. 슬퍼요. 하지만 느낌이 산뜻해요."
"무엇 때문에?"
"많은 동물과 인간이 죽어요. 무서워요. 하지만 식물은 힘이 넘쳐요. 무섭고 슬프고 힘이 나요."
종잡을 수 없는 메시지였다.
"비가 오는가?"
"아니요."
"바람?"
"아니에요. "
"지진? 산불? 태풍?"
"아니예요. 다 아니예요. 뭔지 시원해요. 그러나 죽습니다."
후루마쓰는 미로를 헤매는 것 같았다.
3일 후. TV에서는 니오스 호수의 괴이한 참사가 세계인의 경악 속에 타전되었다.
식물들이 여기에서 수만 킬로 떨어진 니오스 호수의 참사를 예고하였던 것이다. 후루마쓰는 갈수록 식물에 대해 외경심만 높아졌다.
그런데 오늘, 그들은 바닷가에서 슬픈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무슨 일일까?
(계속)
우보 최민호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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