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
그런데 연말이면 주(酒)님을 사랑하는 분들이 송년회 구실로 '딱 한 잔 하자' 고 유혹한다.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자는데 누가 반대하랴! 다음 날 속이 쓰려 후회하면서도 한 잔이 나중 폭주가 된다.
송년 자리에서 "세계 평화를 위하여"를 외치며 폭탄주를 돌린다. 이 자리만큼은 내일은 없다. 자정 넘어 귀가는 당연!
'비몽사몽'이지만 '프로는 아름답다' 라는 광고 카피처럼 새벽 습관적으로 집을 나선다. 방송국 분장실로 직행해 분장사에 얼굴 분칠(?)을 맡긴다. 연신 하품에 졸리고 머리가 띵해 예독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스튜디오 천장의 강렬한 조명은 속쓰림을 부추켜 안면이 찌그러진다.
뉴스 진행 콘티에는 다른 아이템으로 넘어갈 때마다 2~3초 앵커 얼굴을 비추게 되어있다. 그 날은 술로 찌든 얼굴 은폐(?)를 위해 단 1초. "000기자가 보도합니다."
내레이션 후 기자 리포트가 이어지면 <뉴스 룸> 책상에 엎드려 바로 포복 자세다.
열정 시청자라면 목소리를 듣고 감기가 아니라 酒님을 사랑해 목소리가 간(?) 것을 직감할 수 있다.
방송을 계속할 힘이 없어 주조종실 스탭에게 목에 손을 대는 컷 사인(끝내자는 신호)을 보낸다.
예정보다 3~4분 일찍 방송을 종료하고 다음 프로그램 연결까지 SB(캠페인 등 송출로 시간 보충)로 대체한다.
술 냄새나는 텔레비전이 출시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여보! 나 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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