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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심각한 수준이다. 직장인은 물론 주부, 학생들까지 투자에 나서고 있다. 24시간 시장이 열리다보니 일상생활에 지장까지 주고 있다.
지난 27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대표 이정근)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9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1.3%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 10명 중 3명 이상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
가상화폐 시장은 주식과 달리 거래가 24시간 이뤄지다보니 투자자 대부분이 상당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거래시간을 제한하지 않는 게 장점이지만 오히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로 인해 생긴 습관이나 증상으로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자주 확인한다'(39.7%·복수응답),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27.5%), '수익률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하다'(22.4%) 등을 꼽았다.
가상화폐 투자자들 상당수는 단기투자자다. 짧게는 하루, 길면 일주일 단위로 정보에 반응하며 단타 위주의 투자를 한다. 목적은 수익이다. 급격하게 가격 변동으로 단기매매로 차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주식은 기업의 잠재력이나 실적 등 가치를 판단할 수 있지만, 가상화폐는 아무런 기준도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백배로 투자 이익을 얻었다는 '영웅담'에 적은 금액부터 '묻지마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이 상당수"라며 "시장 변화 등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물어보면 명확한 답을 못하는 사람이 많다. 거의 '투기판' 이라는말이 나돈다"고 밝혔다.
이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한 액수는 1인당 평균 566만원이었다. 100만원 미만이 전체의 44.1%로 가장 많았다. 투자자의 80.3%는 이익을 봤다고 응답했다. 투자 이유로는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응답이 54.2%(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적은 자본으로 투자 가능(47.8%), 장기적으로 가치 상승 기대(30.8%), 투자방법이 쉬워서(25.4%), 현실 탈출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14.6%) 등의 순이었다.
정부 규제 방침에도 투자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가상통화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가상통화의 투기 과열과 이를 이용한 범죄행위를 막기 위한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가상화폐 투자수익에 대해 과세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동안 정부는 가상화폐를 화폐·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과세를 부과하면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지역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 입장 발표가 애매해 당분간 투자 열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오히려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정확한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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