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가무악기(歌舞樂技)의 맛과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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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가무악기(歌舞樂技)의 맛과 멋

김용복 /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2-26 18:0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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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악기(歌舞樂技)에 맛과 멋이 있다고? 그래, 맛과 멋이 있고말고. 어디 그뿐이겠는가? 색(色)도 있고 향(香)도 있으며 애(哀)와 애(愛)도 있고 희(喜)도 있다.

'한국 춤하나 문화진흥회' 이수향 대표는 말했다. 춤은 무한의 가능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그리고 홍명원의 춤은 멋과 흥, 애잔함까지 내재돼 있고, 거기에 기백까지 엿보인다고 하였다. 옳게 지적하였다. 홍명원은 백락(伯樂)이라는 스승을 만나 백락일고(伯樂一顧)의 연을 맺게 된 것이다.

어디 홍명원 뿐이겠는가?

2017년 12월 21일(목) 오후 7시30분. '대전 무형문화재 전수관'



비나리 소리 이환수 대표는 김선옥, 송춘화, 안경옥, 한영신, 육은주 악사들과 함께 막을 열어주었다. 물론 동원된 악기도 우리의 전통악기인 꽹과리와 장구, 그리고 북과 징이다. 출입구 정문에서 들어와 객석을 지나 무대로 올랐다. 오르는 동안 분위기도 띄우고 박수갈채를 온몸에 받았다. 이렇게 해서 오늘밤 홍명원과 지유진이 舞와歌로 엮어지는 '대전 무형문화재 전수관'에서는 희(喜)로 판을 벌였던 것이다.

비나리 소리단이라 했다. 비나리 소리란 조선시대 걸립패나 탁발승이 마을을 돌며 부르던 염불을 말한다. 그리고 비나리 소리는 주로 상쇠잡이가 주동이 되어서 맡아 하며 구성지고도 신명난 소리를 내야 한다. 대청에서 벽사진경을 기리며 외어내리는 노래이기에 덕담이라고도 부른다.

이들의 입장이 끝나자 김규랑 사회자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이날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춤마루 무용단의 정기공연에는 홍명원이 출연하여 '화성재인청류 신칼대신무(꽃술풀이)를 선보였다,

'화선재인청류 신칼대신무(꽃술풀이)는 '엇중모리 신칼대신무'라고 불리우는 화성재인청류춤으로 경기 무속장단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딸이 죽은 아버지를 인도하여 명복을 누리게 한다는 내용의 춤으로 긴 대나무에 흰 창호지술을 양쪽 끝에 달아 엇갈리게 한다음 빼고 휘돌리며 슬픔과 한을 온몸으로 풀어내고 잡귀의 근접을 막아 저승길을 닦아내는 딸의 처연함을 느끼게 하는 춤인 것이다.

물론 같은 살풀이 춤이라도 스승에 따라 유파가 다를 것이다. 손이나 발동작이 다른 것은 당연지사. 이번 공연에 임한 홍명원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8호 살풀이 춤 예능보유자이신 김복련선생님과 한국춤하나 문화 진흥회 공동대표인 김충한 선생께 사사받았다 했다. 모두가 이 분야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들이다.

그리고 소리꾼 명창 지유진. 그는 한국의 소리 보존회 대표다. 그 제자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출연했는데 김기옥, 김은혜, 이근례, 김현숙, 임수정으로 된 한 팀은 남도민요 가운데 하나인 농부가를 불렀으며, 또 다른 조정옥, 함용재, 최선영, 송하선, 정경숙 팀은 역시 남도민요 가운데 하나인 성주풀이를 열창하였다.

그런데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이 오늘 저녁 선보인 춤과 노랫가락 속에는 맛과 멋이 있고, 색(色)도 있으며 향(香)과 애(哀)와 애(愛)가 있고 희(喜)도 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보라!

파르르 허공에 선 긋는 홍명원의 떨리는 손끝을. 그 떨림은 비록 홍명원이라는 무희의 손끝을 통해 볼 수 있었지만 그 진원지는 가녀린 그의 깊은 가슴속이었던 것이다. 첫무대라 했다. 그리고 무대 경험이 적은 앳된 무희였다. 거기에 우리의 전통악기인 삼현육각은 애(哀)와 색(色)과 향(香)을 구슬프게 쏟아내고 있으니 떨리지 않고 춤사위를 이어갈 수 있었겠는가? 가녀린 무희는 얼굴에는 홍조가 일고 가슴은 떨리고, 그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숨 죽여가며 다음 동작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신칼대신무의 신칼은 무속에서 쓰이는 도구로써 긴대의 양끝에 한지를 소담스럽게 늘어뜨린 것으로 보통 신칼보다 꾸밈이 많다. 쓸쓸히 죽어가는 아버지의 저승길에 잡귀의 침범을 막고 그 길을 닦아 명복을 비는 춤으로 인각(麟閣)적인 축원의 감정이 신에게 전달되는 듯한 움직임 속에서 풀고 조이는 춤사위가 홍명원으로 하여금 신비로움을 맛보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새타령으로 마지막을 장식한 소리꾼 지유진.

초등학교 4학년 때 판소리에 재능이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대전무형문화재 고 향임 선생님을 통하여 판소리에 입문하게 되었다한다. 이후 5학년 때 처음으로 나간 전국 국악 경연대회 에서 1등을 하였고 대전예술고등학교에서 주최하는 경연대회에서 서양음악과 국악을 합해 종합대상을 수상하고 중앙대학교에 재학중 인간문화재인 이신고, 오정숙 선생님께 사사받고 여수, 진남 국악경연대회 명창부 최우수상과 전주완산 국악대제전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하였으며 무형문화재인 오정숙 동초제로 판소리 이수자로 임명받아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다 했다.

판소리는 혼자서 1인 다역을 하는 연기다. 사또도 되었다가 춘향이 역할도 한다. 아니리(연기)에 소리(노래)도 해야 하고 때로는 발림(몸짓)도 하는 등 1인 뮤지컬을 하는게 소리꾼이다. 거기에 고수(鼓手)와 호흡을 함께하고 관객의 눈높이도 맞춰야 하며 '얼씨구! 잘한다!'등의 추임새도 사이사이 넣어야 한다.

그는 후학들에게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 힘내라고 하였다.

올해가 홍명원이 이끄는 춤마루 무용단의 공연이 첫 회라 한다. 그러니 더욱 의미가 깊다. 그래서 서산대사의 시를 빌어 길잡이 역할을 도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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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덮인 들판을 걸어 갈 때는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모름지기 어지럽게 걷지 말아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조선시대 고승 서산(西山)대사 휴정(休靜)이 지은 시로 백범(白凡)김구(金九)선생이 하루에도 몇 번씩 애송하며 몸소 실천하고자 노력했다는 시다.

눈 덮인 벌판에는 먼저 걸어간 사람의 발자국이 그대로 나타난다. 뒤에 가는 사람은 자연히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갈 것이다. 먼저 간 사람이 바르게 걸어갔다면 뒷사람도 바르게 따라갈 것이고 먼저 간 사람의 발자취가 어지럽다면 뒷사람의 발자취도 어지러울 것이다.

축하, 축하한다. 한국의 소리 보존회의 지유진 대표와 춤마루 무용단의 홍명원 대표는 40 이 안 된 젊음이라는 무기를 지니고 있다. 거기에 백락과 같은 스승들이 그를 돕고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다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스승이신 김충한 선생님과 이수향 대표가 줄탁동기[?啄同機]의 연을 맺고 호위무사 역할을 하고 계신 것이다.

어디 그분들뿐이랴. 지유진 뒤에는 기라성 같은 이신고, 오정숙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가? 흔들리지 마라. 좌절하지 말고 저 언덕을 넘어라.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

김용복 /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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