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선문대 교수 |
지난 21일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에서 29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30층 이상의 고층 건물도 아니고, 8층짜리 건물의 화재 사고였다.
화재 신고 후 소방관들은 곧바로 화재현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출동 후 40여분이 지나서야 건물 안으로 진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근접한 지역에 가스탱크와 1~2층의 상황 점검 및 준비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해명하였다. 사망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긴급한 상황에서 출동과 상황점검을 위해 사용된 30~40분은 매우 긴 시간임에 분명하다.
사고당시 스포츠센터 주변 6m 폭의 건물진입로 양쪽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굴절 사다리차들은 0.5km의 길을 우회하였다.
화재 초기 진압에서 골든타임은 매우 중요한데, 이번 제천 화재사고의 경우에는 그 골든타임을 놓친 듯하다.
소방서의 굴절 사다리차가 우회하는 사이 민간 사다리차로 3명을 구조하였고, 소방서의 사다리차로는 1명만을 구조하였다.
종종 접하는 고질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는 전혀 개선되지 않는 형국이다. 소방도로를 막고 있는 주차된 차들은 이번 화재에서도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서울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법주차는 취약건물 밀집지역, 협소한 도로의 뒤를 잇는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이미 수차례 언론에 보도되면서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지만, 아직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 발의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도로모퉁이나 소방 관련 시설 주변을 별로로 관리할 수 있도록 표시해 주정차 위반 시 범칙금과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되었지만, 다른 쟁점 법안에 밀려 아직도 계류 중이다.
이번 제천 화재 참상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건물 개보수와 가연성 마감재를 들 수 있다. 2010년 부산 우신골드빌딩 대형화재를 기점으로 건축법상에서 건축물 외장재관련 규정을 강화하였고,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후 6층 이상 건물의 외벽을 불연화하도록 하였다.
이번에 화마에 휩쓸린 스포츠센터 건물은 드라이비트 외장재를 사용하였는데, 드라이비트는 가연성이 매우 높아 건물에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자재이다. 그러나 제천 스포츠센터는 규제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어서 규제대상에서는 제외되었다.
규제 이전에 지어졌지만, 일정한 유예 기간을 두어서라도 위험요소를 제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금할 길이 없다.
제천 화재와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하여 정부부처는 국가적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법과 규정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인명은 다양한 정치적 논리와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화재 예방 관련시설과 경보시설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점검과 더불어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대피훈련 등을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비상상황에 따른 시기적절한 경보와 그에 따른 대피연습은 인명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과 규정의 강화와 동시에 끊임없는 계도를 통해 실천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화재 사건은 본인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명심하고, 화재예방에 대한 지식 습득 및 실천을 통해 불가피한 사고 발생에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소방도로 주변의 주차방법, 비상구 위치 확인, 소화기 사용법 등과 같은 안전예방의 기본을 생활화하여야 한다.
최근 끊임없는 사건사고로 국민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세월호 사고를 비롯하여 인명과 관련된 많은 사고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식의 대안이나 대처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 충분한 대비를 하여 근심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영애 선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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