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열린 고암미술문화재단 이사회에서는 내년 1월 31일로 계약이 만료되는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고 계약을 1년 연장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계약 연장 조건으로 내건 단서 조항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사회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취임하는 시장의 신임 여부에 따라 이 관장의 재임을 결정하자는 단서를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고암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인 대전시 정무부시장의 뜻으로 대전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공모를 새로 하는 것보다 기존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되 새로 취임할 시장의 의견을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롭게 공모를 할 경우 신임 대표의 임기는 3년간 보장되기 때문에 부담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놓고 지역 문화예술계에선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결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공공미술관을 이끄는 인사를 정치적으로 좌지우지하기 위한 단서조항을 남긴 것에 특히 그 수위를 높였다.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는 "이지호 관장이 오랫동안 기관장을 하면서 교체에 대한 목소리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 형태로 계약을 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문화예술 기관은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곳인데 이런 형태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약을 연장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본인 의사에 따라 자진 사퇴하는 건 모르겠지만 이런 계약은 불공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문화예술 관계자 역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 없이 대전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한 자리쯤 된다는 식의 인식 때문에 벌어진 것 같다"며 "대전시 문화예술 행정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지호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거론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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