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주상복합 노은시티빌이 소방시설이 작동불능상태서 지하층엔 화재취약 자재들이 쌓여 있다. |
대전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가 건설사의 문제로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미준공 상태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소화전과 비상벨, 방화셔터가 작동불능 건물에서 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지하 주차장에는 건축폐기물과 페인트가 수십 톤 쌓여 있다. 행정적 미준공이라는 이유로 200여 세대의 주민이 사는 아파트가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아파트 화재 시 초기진화에 사용하는 소화전은 전원이 꺼져 작동하지 않고 호스조차 없다. 비상벨을 힘껏 눌러도 비상벨은 작동하지 않으며 밸브를 열어도 물은 나오지 않는다. 또 연기가 확산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설치하도록 설계된 방화셔터는 아예 없다. 노은시티빌은 지상 1층부터 최상층까지 건물 중심을 비워둔‘ㅁ’자 형태의 건물인데 방화셔터가 없어 화재 시 연기가 빠르게확산하는는 굴뚝효과에 무방비 상태다.
특히,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지하주차장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인화성 건축자재들이다.
지하 4층 주차장은 이 건물의 외장과 마감재 등을 담당했던 건설업자가 체납공사비를 돌려받기 위해 유치권을 행사하는 곳이다. 해당 건설사는 공사 때 쓰이고 남은 목재나, 합판 등으로 이곳을 점유했고, 페인트통과 시너처럼 불이 쉽게 붙는 인화물질도 벽돌 쌓듯 차곡차곡 쌓아 놨다. 심지어 LPG 가스통마저 있는 상황으로 차량 50여 대를 주차할 넓은 곳에 이러한 폐기물들이 가득하다.
지상 15층 높이의 이 아파트에 주민 500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안전관리의 행정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노은신시가지 개발바람이 불던 2003년 분양해 2004년 10월 건설사의 내부횡령사건으로 아파트공사가 중단됐고 분양자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재개했지만, 이마저도 2007년 또다시 중단됐다.
공사가 멈추자 공사비를 못 받은 시공업자들이 유치권 확보 차원에서 입주했고, 분양자들도 재산을 지키기 위해 미완공 아파트에 짐을 풀었다. 수돗물조차 연결되지 않았던 골격만 세워진 깡통아파트를 입주민들이 추가분담금을 납부해 엘리베이터와 전기 등 기본적 생활시설을 보강했다.
하지만, 화재와 방재설비는 하나도 갖추지 못한 채 불안한 거주를 이어가고 있다.
노은시티빌 한 주민은 “다른 지역 화재소식을 접할 때마다 섬뜩하다. 화재에 취약한 상황인데 지하에는 건축자재마저 산더미로 쌓아놓고도 유성구청 등 행정기관은 이것을 수년째 방치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다른 입주민은 “200여세대가 거주하는 실질적 아파트인데도 관리비는 어떻게 쓰이는지, 상가 임대료는 누가 받는지 감독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지하층에 건축자재를 적재한 유치권자는 “이 아파트에서 공사비를 못 받아 그 때 사용했던 자재들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라며 “위험한 인화물질을 모두 밖으로 빼냈고 CCTV를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대금을 받는 데로 자재를 철수하려 한다”고 밝혔다.
관리사무실 관계자는 “적재물을 조만간 밖으로 빼내려고 견적까지 받아둔 상태로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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