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송년회와 동지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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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송년회와 동지팥죽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7-12-22 00:00
  • 양동길 / 시인양동길 / 시인
팥죽다시
그리 늦지 않은 저녁시간 송년회 다녀오는 길입니다. 주차장 계단 오르자니 여기저기 토악질 흔적이 보이더군요. 구토물이 치열한 삶의 흔적, 기쁨이나 슬픔이라 생각해 보며, 망가진 좋은 기분 추슬러 봅니다.

한 해 마무리하며 갖는 연회, 예전엔 망년회라 하였지요. 한 해 노고를 잊는다는 일본 풍속이기도 하고, 어려움이나 온갖 괴로움으로 점철된 지난 시간 잊자는 의미가 좋지 않다 하여, 바꿔 부르자는 주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잊자고 잊힐 리야 없겠지요? 지난일이 좋든 싫든 반면교사半面敎師이기도 하구요. 이제 대부분 송년회라 부르더군요. 말 뿐만 아니라 내용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삶의 질이나 환경이 바뀐 자연스런 현상이겠지요. 지난 한 해 돌아보고, 아쉬움 달래며, 위로와 격려로 새해 꿈 가다듬지요.

변하지 않는 하나는 음주문화입니다. 일상에서 남에게 어떤 일을 강권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자유국가니까요. 술자리만큼은 예외지요. 여전히 막무가내 권하고, 술로 우월성 입증하려는 사람도 있지요. 서로 경쟁하기도 합니다. 권하지 않으면 섭섭해 하는 경우도 있어요. 욕심인지 모르나, 술병이 곁에 없으면 불안해하고, 자꾸 자기 옆에 끌어다 놓는 사람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기 능력 이상으로 마셔, 아무데나 토하고, 스스로 제어할 수 없거나, 이성을 잃는 경우도 종종 보았지요. 종내는 술이 사람 넘어트리지, 술 이기는 사람 보지 못했습니다.

시끌벅적한 흥취가 잔치분위기 살리는 측면이 있지요. 벽이 허물어지는 모습도 많이 보았습니다. 세대, 성별, 직책 등 계층 간 차이 극복에 도움이 되지요. 좀 더 긍정적으로 보면, 나이 잊은 채, 재주나 인품 보고 사람 사귀는 망년지교忘年之交라 할까요? 사람과 사람사이, 술자리가 좀 더 쉽게 거리 좁히고, 친밀하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린위탕(林語堂, 1985 ~ 1976, 중국), 죽기 전후 우리에게 그의 저서가 많이 소개되었지요. 서양식 사고 틀이나 방식이 동양인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인기였지요. 그는 "술은 담배와 함께 절묘한 파트너로서 인간의 창조적인 정신을 일깨워준 보물"이라고 했습니다. 술이 사색을 도와주기도 하지요. 기쁨을 크게 하고, 슬픔을 덜어주기도 합니다. 누구나 정신적 도피처가 필요하지요. 그를 통해 창조 문이 열리기도 하구요. 정신노동에 시달리는 사람에겐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 까닭인지, 대다수 예술가가 술과 담배 즐기지요.

그에 못지않게 부정적 측면이 있지요. 더구나 지나치면, 얻어지는 거라고는 건강악화와 후회 밖에 없습니다. 이성 잃은 술자리에 무슨 철학이 있고, 진정한 친교가 있을 수 있나요? 더 나쁘기는 중독성이지요. 접하다보면 자연히 지나치게 되고, 시간 낭비가 되지요. 물론, 정신적 도피처가 음주와 흡연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나쳐서 개인만 피폐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처럼 만든 좋은 자리가 망가질까 염려 됩니다. 음주문화도 바뀌겠지요. 기왕이면 조화롭게 변하기 바랍니다.

동지冬至군요. 연말 우리 세시풍속입니다. 밤이 가장 긴 날로 생명과 광명이 부활하는 날이라 하였지요. 지금은 새해 달력 두어 달 전부터 돌리지만 원래 동지에 돌렸답니다. 음식이나 귀한 물건 이웃에 나누기도 하고, 나라에서는 창고 열어 백관에게 베풀었답니다. 대표적으로 팥죽 쑤어 나누었지요. 언 땅을 녹이는 따뜻한 풍속입니다. 기억하기에 팥죽은 식혀서 차게 하여 따뜻한 아랫목에서 먹어야 최고지요. 유래되기는 잡귀 몰아낼 요량이었다더군요. 팥죽은 빨갛고, 빨강색이 악귀나 재앙을 막는다고 생각했답니다. 펄펄 끓는 팥죽, 큰 그릇에 담아 여기저기 놓아두었다가 먹었답니다. 팥죽 먹어야 진정으로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도 하였지요. 면역력과 체력증진에 도움이 된다하여, 요즈음엔 건강식으로 각광 받기도 하더군요. 바람직한 송년회와 더불어 동지 나눔 풍습이 계승 발전되기 바랍니다.

달력 받으면, 아버지는 농사일정 적어 놓으시고, 어머니는 제일먼저 제사나 가족생일 표시해 두었지요. 필자는 한 번도 일 년 계획 채워보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다 아는 공자 말씀이지요. "평생 계획은 어릴 때에 있고, 일 년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 계획은 새벽에 있다.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봄에 밭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 할 일이 없다.「孔子三計圖 云 一生之計 在於幼 一年之計 在於春 一日之計 在於寅 幼而不學 老無所知 春若不耕 秋無所望 寅若不起 日無所辨」" 성찰이 없으면 발전이 없고, 계획이 없으면 성공도 없습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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