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자주사관(自主史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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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자주사관(自主史觀)

  • 승인 2017-12-22 00:00
  • 이완순 소설가이완순 소설가
단재 신채호 선생이 지적했듯이 한국에 부처가 들어오면 한국의 부처가 되지 못하고 부처의 한국이 된다. 공자도 예수도 한국을 위한 공자와 예수가 아니라 공자와 예수를 위한 한국이다. 노예정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화 사대사관과 일제 식민사관에 의한 대한의 비아(非我)적 실상이다.

해방 후 70년이 지났지만 한국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종교든 문화든, 정치적 이념까지도 민족의 정체성을 벗어나 있다. 그래서 세계 11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지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이다. 미국과 소련의 간계에 속고 그들에게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이제 공산주의가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데 아직도 좌우로 갈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한다.

민족의 혼이자 뿌리인 역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장려했던 한민족의 고대사를 잃어버린 것은 민족의 혼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역사는 민족을 떠받치는 정신적 버팀목이자 주체적 자아를 깨닫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학계가 중화 사대사관과 일제 식민사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채 국민에게 열등의식과 패배주의를 심고 있다. 중국사서에서 왜곡하고 날조된 부분만을 취하고 진실로 취해야할 것들은 자신들의 엉터리 사관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진 상태이다. 심지어 반도사관의 잘못된 틀에서 벗어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재야사학자들을 민족주의사학이라고 매도한다. 그렇다면 진실을 은폐, 축소, 왜곡해온 식민사학자들을 반민족사학 혹은 매국사학이라고 불러야 옳지 않은가? 어쩌면 식민사학이란 표현조차 사치스럽다고도 할 수 있다.



일제의 조선역사왜곡은 철저한 계획 아래 이루어졌다. 조선 총독부의 자문기관인 중추원 내에 '조선사편찬과'를 두고, 1925년에 '조선사편수회'로 개편하여 우리 민족의 역사를 왜곡날조하기 시작했다. 열등의식을 심어 패배주의로 흐르게 하기 위한 간계였다. 엄연히 존재했던 단군조선의 역사를 한낱 신화로 치부하고 한민족의 주 활동 무대가 대륙이 아닌 한반도라고 주장하는 반도사관 주입으로 한국인은 지나친 열등의식을 갖고 산다.

우리 역사가 이처럼 처참하게 뭉그러진 것은 식민사관보다 사대모화사관에 젖은 우리 역사가들 때문이다. 한국적 관점에서 기술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기자조선이나 위만조선의 인정은 중국문명을 계승하거나 이에 버금갔다고 여기는 소중화(小中華)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도사관도 사대모화(事大慕華)가 극성을 부리던 고려, 조선왕조를 거치면서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신채호 선생도 "왜적이 침범해서 역사책을 불태우고 내란이 일어나 역사책을 불태워서 왜곡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가들이 왜곡했다"고 말씀했다. 모두 비아적인 입장에서 기술된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조선왕조 때 편찬된 대부분의 사서나 지리서들이 이에 입각하여 서술하다보니 중국의 문헌에 기록된 고대사까지 부정하며 존재하지도 않는 역사를 반도사관에 맞춰 창조해내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주체 없는 사대사관은 매국사관과 진배없다. 삼국사기의 표현은 거의 중국의 입장에서 표현했다. 김부식이 신라의 후손이다 보니 신라는 키우고 고구려, 백제 역사는 축소시켰다. 정말 三國史記가 아니라 三國邪記이다.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을 우리가 교만하고 불공하여 황제가 토벌했다(驕傲不恭 上將討之)고 썼다.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위징의 "高句麗 驕傲不恭 帝將討之"를 그대로 베꼈다. 수나라를 네 번이나 물리쳐 수나라를 멸망시켰는데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을 토(討)자로 표현한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또한 고구려는 중국 동북 모퉁이에 끼어 있었다(高句麗....介在中國東北隅)고 하여 반도사관의 극치를 보였으며, 고구려 본기 말미에는 "고구려는 수와 당이 통일 한 때를 만나고도 황제의 명을 거부하고 따르지 않았다(値隋唐之一統而猶拒詔命以不順)"고 기술하였다. 심지어 "완고하고 두려워하지 않음이 이와 같았으므로 여러 번 죄를 묻는 군사를 불러들였다. 비록 기이한 대책을 세워 이긴 적도 있으나 마침내는 왕이 항복하고 나라가 멸망한 후에야 그치게 되었다"고 했다.

삼국유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석유환국(昔有桓國)이라 기술하고 위제석야(謂帝釋也)라는 주를 달아 우리의 환국을 불교의 제석의 나라로 바꿨으며, 단군왕검의 도읍지 아사달을 평양이라고 했다. 단군조선으로부터 고려 말에 이른 역사를 편년체로 엮은 동국통감도 삼국사기의 사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동국이라는 단어자체가 중국을 의식한 표현이라서 역겹다.

사대사관과 식민사관을 벗어나야만 일제가 식민사관을 주입해 말살해버린 민족정기를 되찾아 우리 한민족만의 적극적인 창의의 DNA를 복원할 수 있다. 산해경(山海經)과 시경(詩經)에 동이족의 나라 조선과 고구려가 요하지역에서 발원했다고 기록되어 있고, 매국사학자들에게 위서(僞書)로 매도당하고 있는 환단고기(桓檀古記)에는 찬란한 우리 민족의 9,000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원본이 없다는 이유로 이유립이 조작한 것으로 판단하거나 20세기 전반에 항일독립운동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창작했다는 위서론은 이리석음의 극치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은 둘로 갈라 대립하고 있는 분단이념을 극복하는 것이며, 침략과 식민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조작한 역사관에서 우리가 속히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자라나는 미래세대가 한민족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고,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자주사관으로 기록한 환단고기를 가르쳐야한다.

이완순 소설가

이완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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