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수 충남대 교수 (대전학연구회장) |
정부는 세종시를 6개의 복합 자족 기능지구를 가진 환상도시, 즉 중앙행정지구, 첨단산업지구, 의료·복지지구, 대학·연구지구, 도시행정지구, 문화·국제지구로 계획하고, 이를 연결하는 대중교통중심의 2링 구조라는 세계 최초의 행정도시를 계획하였다.
중앙정부청사는 용의 모습을 표현하였고, 그 주위를 휘감아 둘레길, 하천, 호수 등 오픈스페이스를 확보하고,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지는 품격 높은 도시를 조성하고자 하였다. 또한 분절화된 기존의 공동주택을 개선하여 창의적인 디자인과 공동체 문화 복원 등으로 새로운 주거문화를 창출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공공건축물을 설계공모하고 기술제안제도 등을 통해 건축 디자인과 신기술이 집적화된 21세기 건축기술의 경연장을 만들고자 하였다.
국가 균형발전의 핵으로서, 엄청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치루면서 이전이 확정된 정부세종청사가 이전 하던 날의 그 설레임과 기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도시가 조금씩 형성되어 가면서 설레임과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해가고 있다.
세종시 주민이나 세종시 방문객이 지금까지 자랑스럽게 설명한 세종시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세종시가 용이 살아 숨 쉬고 대한민국의 희망이 용솟음치는 그런 품격 높은 도시로 보일까? 아니면 점점 아파트 밀집도시로 보일까? 도시의 모습이 차츰 갖추어지면서 원래 의도된 모습은 영화의 페이드 아웃(fade-out) 장면처럼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여느 도시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세종시에 아파트 분양 광풍이 불면서 건설 초기에 나타난 용은 보이지 않고 답답한 아파트단지와 우리에게 익숙한 보통의 밀집 회색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는 아직 지은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벌써 공간이 부족하여 용의 몸통에서 벗어나 민간빌딩에서 세 살이를 시작한 부서도 있다.
사람들의 통행패턴도 잘못 분석되어 정부청사 주위에 편도 2차선 위주의 도로뿐만 아니라 아파트단지들 간 접근로도 너무 비좁다.
주차장도 턱없이 부족하여 노상주차가 일반화되면서 5무(無)의 도시, 즉 전봇대, 쓰레기통, 담장, 광고입간판, 노상주차장 없는 도시가 무색하게 되었다.
행복도시에서 아파트촌 만들기 경쟁을 하고 있는 동안 세종시 외곽지역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행복도시 안에서는 아파트 밀집지역, 밖에서는 무분별한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원래 계획이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건설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는지 점검할 필요성이 커졌다.
행복도시의 예산은 상한선이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세계 각 행정도시의 장점을 따서 '특별하여 아름답고, 스마트하여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도시다운 도시'를 만들어달라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세종시가 왜 이렇게 되어가는 지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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