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욱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
지난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국제경쟁력센터의 ‘2017 세계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 경쟁력 지수는 100점 만점에 55.82점을 기록하여 조사대상 63개국 가운데 중하위권인 39위에 그쳤으며, 이는 작년보다 1계단 하락한 상황이다. (한국경제 2017년 11월 27일). 반면에 중국은 2계단 상승하여 우리나라 바로 아래인 40위로 조만간 우리나라를 추월할 기세이다.
인재경쟁력이 반드시 대학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많은 부분에서 그 화살이 대학으로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대학에 대한 불신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과 사회는 대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채찍질을 한다.
지난주 개최되었던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에서는 ‘혁신을 위한 인적자원 개발’이라는 주제로 특별 세션이 준비되어 산업계, 학계 및 관공서에서 여러 발표가 진행되었으며, 대학에 다양한 주문을 하였다. 이들 중 몇 가지 함께 고민해볼 이야기를 여기에 기술하고자 한다.
먼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추어 대학은 교육방법 및 교육 콘텐츠를 크게 바꾸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먼저 교육방법이다. 이제 더는 칠판 중심의 주입식 교육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소위 검색하면 다 나오는 세상이고, 인공지능이 그 기능을 상당한 정도 대신할 것이라는 얘기다. 즉, 교육은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깊은 이론 지식의 교육도 필요는 하겠지만 보다 문제 해결 중심의 토론 및 프로젝트 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주문이 있었다. 아울러 교육콘텐츠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빠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거의 인터넷 속도에 맞추어 교육콘텐츠를 바꾸어야 하는데 교수들은 자기가 과거에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교육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이러한 비판적인 주문과 함께 과연 대학이 이를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하여서도 회의적인 의견들도 많았다. 즉 대학은 과학기술 기반 사회혁신에 주체가 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불신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한 기업의 연구소에 계신 다른 분의 발표에서는 이제 지식의 반감기는 4∼5년 정도밖에 되지 않고, 대학 졸업 시점에서 갖춘 학생의 경쟁력은 5년 정도 유지되나 (학벌에 따른 경쟁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향후의 경쟁력은 자기계발 능력 및 사회 대응능력에 오히려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이제 학벌보다 평생교육 및 직무능력을 개발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학은 읽기 및 글쓰기, 수리능력, 정보통신기술(ICT) 유창성, 문화이해 능력과 같은 핵심 기반 역량을 갖추게 하고, 이 토대 위에서 특정한 전문성을 교육하여 세상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갖추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이제 정말로 대학은 새로운 방향에서 미래를 준비해야만 그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대학은 아직도 실무현장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이론과 기술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주입식으로 말이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의 개편을 교수나 대학의 손에만 맡기지 말고 직접 외부에서 대학의 교육과정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진정 대학은 사회 변화에 부응하는 유연한 교육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대학은 보다 사회에서 필요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즉, 문제중심학습 또는 경험중심 학습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좋은 문제를 발굴하고 의미있는 경험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및 산업계 등과 실질적이고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즉 대학이라는 플랫폼에 사회가 함께하는 살아있는 교육체계 발굴이 필요하다.
대학 이외에도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미디어나 기관 등이 나날이 증가하는 이 세상에서 대학은 앞서 언급한 최소한의 변화도 수용하지 못한다면 진정 생존의 위협을 느낄 것이다. 이에 대한 대학의 각성과 아울러 대학에 대한 따뜻한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병욱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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