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가상화폐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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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가상화폐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 승인 2017-12-17 11:58
  • 신문게재 2017-12-18 4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상문기자
경제과학부 이상문 기자
비트코인이 열풍을 지나 광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하루에도 수백건의 글이 올라오고 있고, 주변에서도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주부는 물론 학생까지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비트코인 관련 카페에서 논란이 됐던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기 소동의 중심에 고등학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수 박정운(52)씨가 가상화폐 채굴기에 투자하면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돌려주겠다는 다단계 사기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당국은 투기 조장과 자금세탁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다. 금융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가상화폐 거래소도 인가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는 등 가상화폐 관련 부정적인 기조를 보였다. 가상화폐의 금전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제도권 안에 두고 규제하지는 않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금융위 주도로 '가상화폐 규제안'도 추진 중이다. 기본적으로 가상화폐 거래 행위를 유사수신행위로 보고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골자지만, 거래소가 일정 부분 조건을 충족할 경우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가상화폐 규제안 마련을 주도하고 있는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부 규제안은 전면금지가 아닌 거래소와 투자자의 자격 요건 강화 등으로 조율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금융위의 규제안은 거래소에만 자격 요건을 뒀는데, 투자자에 대한 자격요건도 강화해 투자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다. 과세논의까지 이뤄지고 있다.

무조건적인 규제가 정답은 아니다. 이미 가상화폐 거래소 규모가 수조원대에 육박해 거래가 전면 금지될 경우 상당한 투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6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상화폐에 대해 해결책을 마련 중이지만, 큰 틀에서는 허용하는 분위기다. 미국이나 일본은 가상화폐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와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지만 말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국가간 장벽이 없어 금융당국이 거래를 막으면 다른 나라 거래소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더욱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당국은 무조건적인 규제만이 아니라, 자칫 투기장으로 변질될 수 있는 시장을 바로 잡고, 투자자 보호와 범죄자금 세탁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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