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자정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의 수조에서 방사성 핵종이 공기 중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 일종의 방어막인 방사성 차폐용 수조 고온층이 연구원이 설정한 안전기준 1.2m보다 70cm 내려앉은 0.5m로 집계되면서 가동을 중단했다.
하나로는 지난 1995년 첫 임계에 도달하고나서 방사선 응용 연구와 재료 물성 연구 등 기초연구부터 동위원소 생산을 해왔다. 원자력연구원은 하나로를 통해 국내 수요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비파괴 검사용 방사성동위원소인 이리듐(IR-192)과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인 요오드(I-131)을 생산, 산업과 의료현장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4년 7월 전력계통 이상으로 멈췄고, 3년 5개월간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지난 5일 재가동으로 국내 생산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샘솟았지만 가동이 중단되면서 또 다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희귀 소아암 치료와 갑상선암에 쓰이는 방사성 동위원소 요오드 원료물질은 하나로에서만 생산되는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요오드는 병원에서 원자력연구원에 요청 때 보내주는데 하나로가 멈추면서 연간 200명이 넘게 치료할 수 있는 양을 수입해 병원에 보내주는 실정이다.
여기에 건설현장에서 비파괴 검사에 쓰이는 이리듐은 하나로에서 공급하는 원료가 국내 수요의 90%를 차지할만큼 비중이 높았는데, 가동이 멈추면서 이마저도 수입에 매달리고 있다.
현재 원자력연구원에서 이리듐을 기술·이전해준 기업은 이리듐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해외에서 수입 땐 국내 생산 가격보다 오르기 때문에 가동 중단이 장기화될 땐 경제적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3년간 가동이 중단된 하나로와 관련된 산업·의료계 피해핵은 65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하나로를 통한 기초연구를 수행도 속도를 못내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90여 개 기관에서 900명의 연구자가 이용한 하나로는 중성자를 이용한 재료 특성 연구와 원자로에 사용되는 재료·핵연료 물성 연구가 진행됐지만 가동이 중단되면서 지지부진해졌다.
또 부도체인 실리콘을 중성자를 쪼여 태양광발전소와 고속철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중성자 도핑 서비스도 전세계 수요의 10%를 담당했지만 현재로써는 물음표다.
이준식 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 연구부장은 "요오드 원료 국내 생산은 갑상선암을 치료하는 중요한 원료인데 국내 생산이 중단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이리듐도 수입 땐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국내 생산이 필수인데 문제점을 찾아내 재가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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