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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25일 '건설현장 주5일 근무제'를 촉구하는 청원이 접수됐다. 3주를 넘긴 현재(17일 오전 기준) 청원 참여인원은 4만6396명을 기록 중이다. 청원 마감기한은 이달 25일까지다.
청원자는 "거의 모든 기업이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건설사는 90% 이상이 주5일제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열악한 환경과 높은 업무 강도에도 휴일에 쉬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2011년부터 주 5일 근무제가 전면 시행됐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건설기업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건설현장 직원의 연 노동시간은 최소 2600시간으로 집계됐다. 현장은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주 6일 근무가 일반적이며, 공기가 임박하면 주7일 근무도 이뤄진다.
청원자들은 특히 건설업이 타업종보다 업무 위험도가 높은데 제대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해 사망사고 등 사고 발생이 높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사망자는 499명으로 전 사업 사망자(969명)의 절반 정도다. 과로사도 전산업에서 가장 많다.
지역 건설사 직원 김 모(32)씨는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주 5일 근무에 대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공기를 맞추려면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방 출장도 많아 힘들어하는 현장 직원들의 근무 환경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 5일 근무를 지키면 공기가 늘어나고 인건비, 장비임대료 등 비용이 늘어나 발주처들이 꺼리는 분위기다. 원도급 건설사는 물론 하도급 건설사는 더 심각하다. 정해진 기간을 넘기면 지연 배상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시장이 자율적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가 공사 기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일용노동자의 입장은 다르다. 근무 일수로 수입이 결정돼 주 5일근무제가 정착되면 당장 수입이 감소하는 탓이다.
유성구 다주택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이 모(54)씨는 "일당을 받는 입장에서 근무 일수가 줄면 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주5일 근무제는 건설업체 정규직 직원들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 같다. 일용직에 대한 보수 보전까지 고민해 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은 원칙적으로 한달 간 청원참여 인원 20만을 넘어야 답변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참여인원이 미달돼도 답변하라고 지시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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