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의 수조에서 방사성 핵종이 공기 중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는 방사선 차폐용 수조 고온층이 연구원이 설정한 안전기준 1.2m보다 못 미치는 0.5m로 내려앉으면서 11일 자정께 가동을 중단했다. 수조 고온층은 원자로 노심이 들어 있는 수조수 상부에 45℃ 이상의 고온층을 1.2m 깊이로 만들어 핵종의 상승을 막는 방어막 열할을 한다. 쉽게 말해 물로 된 뚜껑을 덮어뒀는데, 얇아진 것이다.
하나로의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나로는 지난 1995년 첫 임계에 도달한 뒤 20여 년간 의료·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해냈다. 이후 2014년 7월 전력계통 이상으로 멈췄고 이달 5일 3년 5개월 만에 재가동에 돌입했다. 하지만 6일 만에 수조 고온층의 문제로 가동이 또 한 번 멈추게 됐다. 이에 원자력연구원은 수조 고온층을 만들어내는 펌프 2개에 문제가 생겼는지를 살피고 있지만 뚜렷한 원인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애를 먹고 있다. 1995년 첫 임계에 도달한 이후에 이런 현상 탓에 가동이 중단됐던 적은 처음이라는 게 원자력연구원의 설명이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노심 자체가 물속에 있기에 안전하다"며 "2층 보호막을 쳐놓은 수조 고온층이 연구원에서 정해놓은 안전기준보다 낮아졌고, 조금의 문제라도 발생하지 않기 위해 멈춘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대전 시민단체는 사건이 발생한 지 3일이나 지났음에도 뾰족한 해결법을 찾지 못하는 원자력연구원에 비난의 시선을 보낸다. 3년 5개월간 멈춰있던 하나로를 재가동 승인 4일 만에 운전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핵 재처리 실험저지를 위한 30㎞(이하 30㎞연대)는 수조 고온층의 미형성은 연구자와 시민들의 건강부터 생명, 안전문제와 직결됐고, 대전시민검증단이 내진보강공사의 진동대 시험을 거쳐야 함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재가동을 서두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30㎞ 연대는 하나로 원자로를 폐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년이 넘었지만 안전하게 운전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고, 폐로만이 연구자들과 지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30㎞연대는 이주까지 사태파악이 안 된다면 내주 중 기자회견을 벌일 계획이다.
이경자 30㎞연대 집행위원장은 "동위원소를 생산한다는 경제적인 논리만을 앞세우다 보니 불미스러운 사고가 또 생겨난 것"이라며 "이후 더 큰 문제가 생겼을 땐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하나로 원자로는 폐로가 정답으로 생각된다"고 비난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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