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 (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
대전 MBC에 중계차(아날로그식)가 첫선을 보인 1990년대 후반. 시청자에게 자랑(?)하려고 시도 때도 없이 중계차를 출동시킬 무렵이었다.
새해 첫날 대전에서 방송을 송출하는 마이크로웨이브(전파) 상태와 중계차가 높게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보문산(457m)이었다. 생전(?) 처음 보문산을 등반(?)한 TV 중계차. 서울 본사에서 그 기념으로 30초의 리포트시간을 더 주겠단다.
뉴스 한 아이템의 배정시간 1분 20초는 너무 짧았는데 이게 웬 떡인가!
방송 큐 사인과 함께 "대전 보문산 전망대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대전시내 전경이 한눈에 어쩌고저쩌고…" 기사 내용대로 카메라가 워킹 된다.
그런데 웬걸! 리포트 끝에 검은 강아지가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생방송의 감초는 역시 애드리브(원고에 없는 내용)다.
"에에!! 새해 첫날을 반기는 듯 강아지도 이곳을 찾아 이리저리 뛰며 해맞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넘어갔다.
"아! 저기 또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콘티에도 없는 리포트를 계속하니 3명의 카메라 맨은 뛰어다니는 강아지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 눈밭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그야말로 화면은 뒤죽박죽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애드리브 욕심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강아지 덕분에 예정보다 30초 더 초과한 무려 2분 30초간 리포트다. 지금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니….
다가오는 무술년(戊戌年) 개띠 해! 그 강아지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보문산에서 저 땜에 액땜(?)하신 카메라 선배님들 죄송해유. 꾸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