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또한 고흐가 보낸 편지에 대한 것입니다. 죽기 직전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를 배달하려는 집배원과 그 아들이 나옵니다. 이 편지는 대단히 회화적인 이 영화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즉 처음에는 수신자를 찾기 위해, 나중에는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해 줄 사람들을 만나도록 하는 데 쓰입니다. 그리고 고흐의 마음 속 생각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제목인 '러빙 빈센트'는 편지 마지막에 쓴 발신인의 서명입니다. 본래는 '당신의 사랑하는 빈센트'이죠. 여기에는 고흐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소통의 열망입니다. 그러나 고흐의 삶과 예술, 그리고 죽음은 당대의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가족, 친구, 동료를 포함한 세상과 불화했습니다. 그의 삶과 예술은 너무 일찍 도착했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가지 않는 좁은 길을 간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천재 예술가와 시대의 불화가 고흐만의 것은 아닙니다. 고흐는 그저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소망은 이해관계 때문에, 또 때론 취향과 생각의 차이로 인해 좌절됐습니다. 지정한 수신인에게 배달되지 않은 고흐의 편지는 오늘 우리 앞에 와 있습니다. 저마다 특별한 사람이기를 바라면서도 자신과 다른 존재를 거부하는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물론 이 영화가 소통에 관한 윤리적 교훈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또 다른 고흐가 소통의 좌절 때문에 괴로워할 수도 있진 않을까요? 춥고 어둡게 살다 간 고흐가 남긴 작품들을 대하면, 그가 좀 더 따뜻한 소통 속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영화에는 고흐의 명작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등이 배경으로 나옵니다. 아주 오래 전 그의 해바라기 그림을 좋아했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큰 화병에 담긴 수수한 해바라기들처럼 열망과 열정이 가득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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