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하얀 겨울 어울림의 성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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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하얀 겨울 어울림의 성탄 선물

김용복 /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2-14 09:32
  • 수정 2017-12-15 08:58
  • 김용복 / 극작가김용복 /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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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겨울 어울림의 성탄선물 공연' 모습
2017년 12월 13일(수)

충남대 병원 직원합창단인 어울림 합창단의 '하얀 겨울 어울림의 성탄선물 공연'이 충남대 병원 재활관절센터에서 있었다. 이번에 공연한 제9회 Lunch Concert 는 환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빌며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와 그분들을 보호하는 보호자분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어울림 합창 단원과 음악하고는 좀 거리가 먼 재활관절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임상심리사, 의지보조기 기사 등, 30여 분의 봉사자들이 어우러져 마련한 자리였다. 훌륭하고 자랑스러웠다. 거기에 감동마저 플러스가 되었으니 그 분위기를 생각해 보라. 환자는 물론 보호자며 내방한 외래 환자들까지도 발걸음을 멈추고 박수를 치고 환호성으로 답을 보냈다. 다른 어느 오케스트라 공연이나 음악 콘서트보다 감동적이었다.

왜 그런가? '사불여죽 죽불여육(絲不如竹 竹不如肉)'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현악기는 관악기만 못하고, 관악기는 사람의 육성만 못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즉 악기보다는 사람의 목소리가 더 낫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오케스트라나 음악 발표회의 중심은 기타나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인데 그 흔한 기타 한 점도 없었고, 대[竹]로 만든 관악기 한 점도 눈에 띄질 않았다.

기대를 하고 갔다. 음악발표회라 해서 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가 콘드라베이스와 어우러져 4옥타브의 음역을 내고 고음이나 저음, 그리고 부드럽고 풍부한 음색을 쏟아내어 감성적이고 섬세한 표현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려니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음악에 문외한(門外漢)인 필자의 생각이고 음악의 전문가인 피아니스트 서은숙은 차원이 달랐다. '사불여죽 죽불여육(絲不如竹 竹不如肉)'을 이미 통달하고 있는 듯했다.

음악은 우리에게 喜怒哀樂(희로애락)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환자들은 물론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치료약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연주하는데 따라 청중을 웃고 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絲]이나 대[竹]로 만든 악기보다도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훌륭한 악기라는 말이 이 '사불여죽 죽불여육(絲不如竹 竹不如肉)'이란 성어(成語)에 담겨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사람의 목소리는 자연이 준 최고의 악기라는 말이 있듯이 성악가가 청중을 압도하는 모습은 어떤 악기라도 따를 수가 없다.

현악기의 가녀린 소리보다는 관악기의 씩씩한 소리가 낫고, 이런 악기가 내는 소리 모두 사람의 肉聲(육성)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말은 '진서(晉書)'에서 유래한다. '진서'는 唐太宗(당태종)이 방현령(房玄齡) 등을 시켜 펴낸 책이다.

"東晉(동진)의 저명한 문인인 孟嘉(맹가)는 효자로 이름난 孟宗(맹종)의 증손이다. 그리고 전원시인으로 유명한 陶淵明(도연명)의 외조부이다. 맹가가 환온을 보좌하는 막료들의 우두머리로 있을 때 있었던 일이다. 환온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맹가에게 물었다. '가기의 음악을 들어보면 현악기는 관악기보다 못하고, 관악기는 사람의 육성보다는 못한데 어째서 그런 것인가?

그러자 맹가가 멋지게 대답했다. '그것은 점차 자연에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맹가는 사람이 내는 소리는 자연에 가까운 소리라 했다. 그래서 사람의 육성이 가장 감동을 준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한 단원들은 37명으로 환자치료와 수술 등 바쁜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잠시 틈을 내어 연습을 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가다듬어 임했다 한다. 악기라고는 피아노 한 대. 지휘자도 따로 없었다. 피아니스트 서은숙 교수가 건반을 두드리고 가끔씩은 오른손을 들어 공중을 휘저어 부양(浮揚)을 함으로 합창은 진행되었다. 공중을 휘젓는 그의 손놀림이 마치 신들린 사람 같았다. 그래서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공연하는 한 시간 내내 숨을 죽여 가며 그의 손놀림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침 이 병동(病棟)에 입원중인 김우영 작가의 부인도 휠체어를 타고 내려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도 이름 있는 소프라노였으니 얼마나 감회가 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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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겨울 어울림의 성탄선물 공연' 모습
더욱 감동되는 것은 이 위문 공연을 돕기 위해 서울서 특별히 내려 온 한양대 음악교수인 노대산 교수가 특별 출연하여 '10월의 멋진 날에' 와 '물망초'를 불러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분들.

1년에 수차례씩 환자분들의 쾌유를 빌기 위해 이곳을 찾는 봉사자들. 전공이 아닌데도 전공 성악가들처럼 감동을 주었기에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소프라노에 이준숙, 성미영, 백희선, 이범순, 오세숙, 김혜복, 조미라, 정다은, 김은영, 박수진이 참여 했고, 앨토에 이현숙, 김민자, 조선희, 이한나, 조현미, 이수진, 김은정, 박소연 등이 참여했으며, 테너에 유현종, 김선환, 김세헌, 정완명, 그리고 나명훈, 한승희, 김동수, 김기환, 최세윤 등이 베이스를 담당했다.

모두가 교수요, 약제사와 간호사며 임상병리사요 방사선사며 또한 행정을 담당한 분들이다. 마지막으로 충남대학교병원어울림합창단 단장이시며 흉부외과 교수이신 나명훈 교수께서 루돌프의 모자를 쓰고 재롱끼 있는 음성으로 "여러분 모두가 속히 건강 회복하기를 기원한다."며 마지막 인사를 할 때는 관람에 동참했던 환자들이나 가족들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람의 육성으로 처방했기 때문이다.

'사불여죽 죽불여육(絲不如竹 竹不如肉)'인 것이다.

김용복 /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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