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마라. 나는 지금까지 오줌도 안 나온다."
"형 나 무섭다."
"그래. 너 자리를 옮겨라. 지금 있는 곳이 샌디에이고니까 LA가까운 파사데나의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으로 옮겨라. 포스트닥터라 하지만, 조교자리라도 알아보면 있을 거다. 임마뉴엘이 도와줄지도 모르고..."
"응 알았어. 프리드리히는 어떻게 될까?"
"자연을 어긴 죄 값을 받겠지. 감히 자연을 지배하려 들다니..
천재적 학자일수록 자연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를 수가 없겠지. 언젠가 성공하는 위대한 인간이 나올지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계속 프리드리히 같은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을거야."
"희생자? 범죄자가 아니고?"
"알 수 없지. 아직 니오스 호수 건이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지 않니."?
"맞아. 그런데 한 가지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왜 식물 플랑크톤을 살포했으면 이산화탄소가 줄어야지 오히려 폭발했느냐 하는 점이야."
"그것은 우리가 알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사실 규명 조사를 하겠지. 어디까지 규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의 섭리라는 것인가? 자연에 외경심을 잃은 사람들에게 벌을 내리는 것이?"
"그럴지 몰라. 현대에 들어서 우리가 너무 과학을 맹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긴 자연과 인간은 끊임없이 타협해 왔지. 자연을 극복하려는 인류의 노력을 어디까지 자연이 용서하고 어디까지 징벌하는지 모를 일이야. 모르겠어. 이점에서 서구인과 동양인은 사고가 좀 다른 것 같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이 생각나는구나.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 사람 말이야.
그가 그랬지.
'자연은 마녀와 같아서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고문하고 괴롭힐수록 그 비밀을 토해낸다.'
프리드리히는 베이컨의 후예임이 틀림없어.
벤자민 프랭크린은 번개가 무엇인지를 알려고 연을 띄웠다가 죽을 뻔 했었다. 그는 살았지만, 그 때까지 그런 실험을 한 사람 중에는 죽은 사람도 많았지.
우리는 자연을 거스르면 안된다고 배웠다. 천벌을 받는다고 말이야. 벤자민 프랭크린이 아니고 한국의 시골에서 어떤 사람이 번개를 알려고 연을 띄웠다가 번개에 죽은 사람이 있었으면 뭐라고 말했을까. 하늘에 감히 대들었다가 벼락맞아 죽었다고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결국 천벌을 받아야 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에머슨이 말했듯이, 위대하다는 것은 오해받는 것 아닌가.
(To be great is to be misunderstood.)"
그리고 무언가를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게 만든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실험의 댓가가 너무 컸다. 그는 천벌을 받을 것이다."
(계속)
우보 최민호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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