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전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께 시행을 준비 중인 근로시간 단축안 탓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과 평일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 등 총 68시간이다. 새 정부 들어 과로 사회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주 52시간까지 근로시간을 단축하자는 논의가 시작됐고, 이르면 내년 초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5인 이상 사업장까지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줄고, 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장은 1000만원 이상의 벌금 또는 2년의 징역에 처한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가자 지역 중소기업계는 기업이 부담해야 할 타격이 너무 크다고 반박한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감소한 시간만큼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인원을 확충해야하고 인건비 부분에서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다고 주장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충남지역본부가 기업 28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애로사항을 살펴보면 49.5%가 인건비 상승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고, 인력확보난은 28.9%로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
소규모 사업장의 고심은 더욱 깊다. 경기침체로 자금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탓에 추가 인건비를 지급할 여력이 여의치 않다고 개탄한다. 여기에 채용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어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기업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토로한다. 테그노밸리의 한 벤처기업 대표는 "일주일을 기준으로 잡고 68시간 일했을때와 52시간 일했을때의 업무상 진전은 큰 차이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며 "큰 기업이면 몰라도 기술력 하나로 커가는 우리같은 30명 미만의 작은 소규모 기업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울상지었다.
업계의 한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이 2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건비를 어떻게 충당해야할지 끝없는 고민에 휩싸인다. 최저임금 인상안은 동의하지만, 경기부터 살려놓고 인상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장가동률이 정상치를 벗어난 제조업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힐난한다.
10월 현재 지역의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5%로, 정상가동치인 80%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을 목전에 두고 있는 사업주들은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는 입장이다.
대덕구에 위치한 한 제조업체 대표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까지 손에 쥐어주니 기업하지 말란 소리나 다름없지 않겠느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지역경제계는 기업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전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규모 기업보다는 소규모 기업에 더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기업의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살피고, 함께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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