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54. 그랜드 커넥션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54. 그랜드 커넥션

  • 승인 2017-12-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그렇습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니오스 호수의 참사와 산타블루 연구소는 확실히 모종의 커넥션이 있습니다.

자료를 보십시오. 최근 6개월간 니오스 호수의 수면 상태에 관한 보고서가 일지 형태로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현구와 형준이 임마뉴엘에게 기술하는 내용은 자신들도 증거를 댈 수는 없는 개연성일 뿐이라는 전제를 한 것이었다.

임마뉴엘은 잠자코 듣기만 했다.



8시간.

두 형제는 주어진 24시간 중 6시간이 지나자 임마뉴엘을 찾았다. 일단 프리드리히를 수배해서 신병을 확보해 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8시간이 지나자 방문을 나왔다.

두 형제는 임마뉴엘을 이해시키기 위해 일단 자세한 보고서와 자료는 시간을 두고 제출하기로 하고, 임마뉴엘같은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파일내용을 설명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프리드리히의 신병을 확보했느냐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임마뉴엘은 신경질적으로 말하였다.

"아무 증거도 없이 체포할 수는 없지 않소. 데이비드가 누군데...

연구소 봉쇄 조치는 해 놓았소."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형준이 말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우리말을 들으면 우리 부탁을 이해할 것입니다."

형제의 설명은 이러했다.

프리드리히의 보고서는 수신처가 3곳이었다.

첫 번째는 미 국방성. 펜타곤이었다.

두 번째는 미국 메이져석유회사 생산자협회였다.

세 번째는 미국 수산물원양회사 조합이었다.

그리고 이들 수신처로부터 들어오는 자금의 수신처는 오로지 한 군데였다.

스위스 취리히 알프뢰터덴 은행, 데이비드 볼프강 프리드리히 명의의 계좌였다.

프리드리히 소장의 식물 플랑크톤의 연구는 첫 번째 미국방성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식물 플랑크톤은 자체가 생물학 무기로서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식물 플랑크톤 중에서 남조류는 특히 세균과 일반적인 조류(藻類)의 중간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조류는 물속에 녹아있는 질소나 인이 고갈되면 번식을 멈추지만 남조류는 이런 조건하에서도 엄청난 속도와 양으로 번식할 수 있다. 이들이 번식하면 특유의 짙은 청록색을 띠기 때문에 남조류라고 불리우지만, 흔히 녹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다.

녹조 현상이 나타나면 수산물들이 이들이 품어내는 독소로 인해 죽게 되는데 해양에서의 녹조 현상뿐만 아니라, 바다는 물론 호수나 강에서도 이러한 녹조 현상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아마존 강등에서 보이는 강물의 짙푸른 녹색은 바로 이러한 플랑크톤이나 조류에 나타나는 색깔이다. 이들 강물이나 호수 물을 동물이 먹으면 구토등의 병리현상이 나타나며 심지어는 사망에 이른다.

최근의 테러범들은 화생방전이라 불리는 화학무기나 생물학무기를 가리지 않는데,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폭약에 의한 테러등은 국경에서의 엄격한 경비검색으로 테러범들의 활동을 저지할 수 있지만, 바다나 강 또는 호수등의 생물 무기에 의한 테러는 대책이 있을 수 없는 매우 위험한 것이라는 것이 펜타곤의 그간 우려였다.

특히 바다에서의 생태 변화를 통해 소위 '환경테러'를 감행한다면 이는 새로운 형태의 테러여서 펜타곤의 '특수테러 방지팀'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에 관한 모니터를 해 오던 차였다.

예컨대 테러범들이 유조선을 납치하여 미국 플로리다나 걸프만 또는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앞바다에서 폭파한다면, 미국의 대서양과 태평양 연안의 바다가 기름층에 덮여 야기되는 피해는 상상을 불허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류의 환경테러는 아직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충분히 우려되는 테러양상이었다.

프리드리히 박사는 이 점에 착안했다.

바다의 식물 플랑크톤은 철과 이산화탄소에 의해 번식된다.

모스랜딩(Moss Landing) 해양 연구소의 고 존 마틴 박사는 이런 분야의 세계최고의 권위자였다.

1988년 그는 농담 삼아

'나에게 철 반 탱크만 주시오 그러면 빙하시대를 열어 보이겠소'라고 한 바 있는데, 그의 동료들은 국립과학재단의 후원을 받아 두 차례의 현장 실험을 하여 그의 농담을 입증하였다.

1993년 가을과 1995년 남아메리카 서해안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갈라파고스 군도 근처의 250 평방마일의 해양에 황산철이 뿌려졌다. 200 피트의 가시거리를 지닌 순수하고 깨끗한 푸른색의 해양에 철을 방출한지 수시간 이내 식물성 플랑크톤이 자라기 시작하자 바다는 오직 4 내지 6피트의 가시거리 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탁한 초록빛으로 변하였다.

놀라운 실험결과였다.

실험에 의하면 처음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번식으로 바다 색깔이 매우 진해졌다가 조류에 밀려 서서히 흩어지면서, 후에는 동물성 플랑크톤에 의해 청소되었지만, 거의 일주일 동안이나 식물 플랑크톤의 번식 현상은 관찰될 수 있었다.

이 실험결과는 단시간 내에 식물성 생물자원이 두 배, 세 배로, 네 배로 증가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만일 이러한 생태 변화를 인위적으로 조장할 수 있다면, 미래의 전쟁은 너무나 조용히 그리고 잔인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더우기 가공할 만한 사실은 만일 해양에 걸쳐 광범위하게 철이 분포되면 이들에 의한 식물성 플랑크톤의 빠른 성장은 해양을 탁한 녹색으로 변화시키고, 이들 식물 플랑크톤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극적으로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대기의 냉각을 초래하여 지구내 기온이 하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존 마틴 박사는 옳았던 것이다.

과장같이 보이지만, 식물 플랑크톤은 지구의 상상을 초월한 재앙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존재였다.

특수 종의 식물 플랑크톤과 황산철을 조용히 호수에 뿌린다.

다음 날 호수 물은 독물로 변한다.

이 호수의 물을 먹고 사는 수계 내 인간은 무차별적으로 사망하거나 무력화 되고 만다. 더 이상 조치할 것은 없다. 다만 철이라는 풍부한 영양소만 이 플랑크톤에게 공급하면 되는 일이었다.

무기가 무기를 생산하는 자동생산시스템이었다.

프리드리히 박사가 임마뉴엘에게 제안한 것은 이러한 안보 전략상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위험에 대비해 식물 플랑크톤을 제거하는 새로운 대항 플랑크톤의 생산에 관한 연구 추진이었다.

임마뉴엘이 알고 있는 프리드리히 박사의 비밀은 이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외부에 누출된다면 테러국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를 일이었고, 미국으로서는 이에 대비한 예방책을 가장 먼저 강구해 두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형준은 이러한 사실이 이미 비밀이 아니며 오히려 프리드리히 박사는 이보다 더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임마뉴엘도 알지 못하는 비밀이었다.

그것은 바로 제2, 제3의 보고 수신처였다.

형제는 미국 메이져 석유회사협회에 대한 프리드리히 박사의 보고서에 대해 언급하였다.

프리드리히 박사는 식물 플랑크톤이 이산화탄소를 소비한다는 사실을 메이져 석유회사의 주요 오너들에게 알렸다.

메이져 석유회사들은 현재의 기후 변화는 석유의 과잉소비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과잉생산이요, 이산화탄소는 메탄가스, 프레온 가스등보다도 몇배의 지구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세간의 주장에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직은 석유가격이 다른 대체에너지 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현재의 세계가 석유 소비를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머지않아 대체 에너지 개발은 점점 더 추동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편 세계 각국 정부가 점점 더 석유 소비에 대한 제한을 가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가 유류세를 올릴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사람은 석유산업 관련기업들이다. 미국은 현재 1인당 석유 소비량이 2.1톤으로 세계평균의 4배에 달하지만 다른 OECD 가입국에 비해 휘발유세가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 소비를 줄이려고 정부가 세를 올리면 이들 기업들의 타격은 매우 클 것이다. ?

석유 소비를 줄이는 방법은 많다.

만일 유류세를 올리는 대신 차량 소유주에게 간접적으로 비용을 부담시킨다면, 배기량이 높은 차에 무거운 세금을 물린다거나 고속도로 등의 통행료를 인상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될 경우 석유 채굴을 주로 하는 기업보다는 정유사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실제로 911 테러 이후 석유 소비가 줄어들었을 때 정유사의 석유 판매량은 10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메이져 석유회사들의 말 못하는 고민은 또 있었다.

근본적으로 지구 온난화나 오존층의 파괴가 진실로 이산화탄소의 증가 때문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엘 고어 전 미 부통령이 이산화탄소의 증가에 다른 지구 기후 변화를 실증적으로 발표하고 계몽하는 바람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후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의 반문은 허용될 수 없게 되었지만, 학계에서는 아직도 작은 목소리로 반대의견을 말하는 자들이 있었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져도 이를 흡수하는 지구 메카니즘이 있다는 것이었다.

즉 그것은 식물 플랑크톤이었다.

다시 말해 식물 플랑크톤은 석유의 부산물을 먹고사는 지구의 구세주인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홍보와 연구는 미약했다.

협회는 이에 착안하여 바로 프리드리히박사에게 이점에 관한 연구와 홍보를 의뢰하였던 것이다.

극비리에...

메이져 석유회사들은 동시에 이미지 홍보를 위하여 대체 에너지개발 연구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액션모빌 회사가 스텐포드대학 연구소의 대체 에너지 개발 연구에 연구비를 거액 지원하는 등의 노력이었다.

이 점에 관해 프리드리히 박사는 자신이 있었다.

식물 플랑크톤이 있는 한 지구 대기 내의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막아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구의 최초 빙하시대의 이산화탄소는 현재보다는 엄청나게 낮은 것이었다.

즉 빙하시대의 기록을 분석해 보면, 식물 플랑크톤의 존재가 지금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지구 영양소와 무기물, 특히 철이 점차 고갈되어 감에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이 둔화되고 다시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증가하면서 대기는 따뜻해져 빙하시대가 종결되었다는 것이다.

빙하시대 동안의 이산화탄소 농도의 감소와 최근의 수천 년 동안의 증가에 대한 증거는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오늘날 대기는 새로운 평형상태에 도달하였다. 이러한 평형은 해양의 영양소와 무기물,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의 둔화, 대기의 이산화탄소의 증가, 대기의 온난화, 빙하와 빙판의 융해로 인한 것이다.

이제 다시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해 기후변화가 온다면 이를 막아낼 식물성 플랑크톤의 활약이 프리드리히 박사와 석유회사들이 고대하는 바였다.

그럴 경우 지구 생태계의 환경변화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는 별도의 연구비가 필요한 것이다.

프리드리히 박사의 연구는 천문학적인 연구비의 뒷받침을 받으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 또한 극도의 비밀 연구일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의 수신처인 원양회사조합은 프리드리히 박사의 식물 플랑크톤의 번식연구에 대한 갈망이었다.

식물 플랑크톤은 잘 알다시피 먹이사슬의 최초 고리이다.

따라서 식물 플랑크톤의 분포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이 고마운 물고기들의 사료를 증가시킬 수 있는 저렴한 방법이 있다면, 그야말로 원양회사들로서는 금맥의 발견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이 부문 또한 프리드리히는 자신이 넘쳤다.

식물 플랑크톤의 번식은 말할 것도 없고 이의 획기적인 감소 방법 또한 펜타곤과의 협약에 의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한편에서는 증가의 해법을, 다른 한편에는 감소의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프리드리히는 세계의 평화와 환경과 식량문제를 해결한다는 지구적 차원의 자부심을 가졌다.

하나의 결과로 세 분야의 위대한 의뢰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일석 삼조의 연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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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는 무한정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풍부하게 제공되었고, 연구의 진척은 생각보다 빨랐다.

프리드리히 박사의 연구가 극비의 파일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배타적이익의 기술독점이 바로 본 연구의 생명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극비의 내용은 세 군데로 유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조형준과 조현구가 여기가지 설명을 마치자, 임마뉴엘은 실로 아연해했다.

"본론은 다음부터입니다."

이제까지 독일어로 기술된 연구 과정이나 계약내용의 설명은 현구가 맡았지만, 지금부터는 형준이 차례라는 듯이,

"프리드리히 박사가 실험을 하였던 것입니다.

당연하죠. 실험 없이 이론을 증명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는 숱한 실험을 바다와 호수등에서 했지만, 실험실 정도의 수준이 아닌 실제범위의 실험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1986년의 카메룬의 니오스 호수를 선택했습니다.

중앙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카메룬은 1980년대 중반 세계적인 뉴스의 초점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고는 멀리 외딴 곳에 떨어진 2개의 작은 호수 아래쪽 깊은 곳에서 치명적인 이산화탄소(CO2)가스 구름이 호수 밖으로 분출되어 바람을 타고 퍼져나가 많은 사람과 동물들이 죽은 것이었습니다.

첫번째 가스 방출은 1984년 모나운 호수에서 일어났으며 37명이 질식사하였고, 두 번째 사건은 1986년 니오스 호수에서 일어났으며 고농축 이산화탄소 구름이 방출되어 1700명 이상이 죽었습니다.

이 두 사고는 발생 위치 외에 유사점이 있었는데, 두 재앙 모두 우기의 밤중에 일어났고, 화산분화구 호수에서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사고 직후 무엇 때문에 이 큰 재앙을 준 사건이 발생했는가를 규명하기 위해 호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곧 호수 내부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의 요소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여 가스 분출의 환경에 대한 모형을 개발하였죠. 연구자들은 니오스 호수가 불안정하고, 밀도에 의해 층서화된 호수의 물 밑 심부에 이산화탄소의 거대한 저장소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층서화된 가스 기둥이 어떤 원인, 예를 들어 산사태, 지진, 같은 재난으로 그 균형이 깨질 때는 지층이 역전되어 약 1억m^3의 이산화탄소 거품이 발생하여 표면을 덮어 버리는 것이죠. 그리고 주위에 있는 모든 생명체,-식물을 제외하고는- 를 다 죽여 버렸던 것입니다.

프리드리히 박사는 이점에 착안 하였던 것입니다.

즉, 식물 플랑크톤을 니오스 호수에 번식시킨다면 이 이산화탄소를 먹어버리지 않을까 그렇다면 자기의 연구 결과를 여실히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식물 플랑크톤의 번식은 아울러 호수물을 독성화시켜 사람이나 동물들에게도 치사를 일으키는 치명적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첫째, 이에 관한 모니터를 하면서 펜타곤의 연구테마를 실험을 통해 증명해 보이고,

둘째, 호수 속의 이산화탄소 양을 측정하면서 이의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를 기록하여 석유회사들을 만족시키고,

세째 그 후 식물 플랑크톤의 양을 감소시키는 대항 플랑크톤,- 이는 동물 플랑크톤의 일종으로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을 번식시켜 사태를 종결한다는 야심적인 실험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요."

임마뉴엘은 천재적인 프리드리히의 계획에 내심 탄복하면서 그 결론이 심히 궁금하였다.

"그런데, 그 식물 플랑크톤이 니오스 호수에 다량 뿌려진 후 3일 만에 대형사고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어쨌든 그 일이 있은 후에 3500명의 사람이 사망한 사실은 그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겁니다.

제가 산타블루 연구소에 들어갔을 때, 연구소의 분위기가 왠지 심각하고 긴장감이 팽팽했던 이유를 오늘에야 저도 알 것 같습니다.

프리드리히 박사는 고의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쨌든 3500명이라는 무고한 생명과 무수한 생물이 삽시간에 죽었습니다. 재앙이죠. 하지만 이것이 자연의 재앙입니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모릅니다. 아니 영원히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를 용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임마뉴엘은 한참을 소리 없이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내 소관이 아니오. 프리드리히에 대한 조치는...

하지만 당신들 또한 파일을 절도한 범죄는 남아 있소.

어떻게 한 거요. 어떻게 파일을 복사해 왔느냐는 것이요."

현구가 두 어깨를 으쓱하며 임마뉴엘을 쳐다보았다.

"컴퓨터 보안벽을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내 전공이요. 그럼으로써 나는 세계의 정보 질서를 지키고 있소. 그래서 나는 애국자인 것입니다."

"이 파일을 어떻게 할 거요?"

"우리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프리드리히에 대한 당국의 적당한 조치가 있은 후 우리가 파기하겠소. 아니면 정말 애국적으로 공개하든가."

"공개? 가볍게 말하지 마시오. 하지만 당신들이 그 파일을 가지고 있는 동안은 수없는 협박이나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지 않소? 자신 있소?"

"그렇습니다. 우리가 파일의 파기권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파일은 즉시 세계에 공개될 것이요. 우리의 위대한 민주적인 위키피디아를 통해서 말이요. 그 점을 주지시키면 어느 정도의 목숨은 부지하지 않겠소? 어쨌든 임마뉴엘 소령님과 우리 셋만 아는 비밀이니 이 비밀이 새면 당신도 무사하지 않을 테고요."

"협박하는군요."

"우정의 충고입니다. 이제까지 저희들에게 베풀어진 친절과 호의에 감사하는."

"눈물이 나게 감사하군. 한국인 친구들."

임마뉴엘은 핸드폰을 꺼내더니 길게 두 번을 눌렸다.

그것도 암호인지 모르겠으나, 임마뉴엘이 전화에 대고 한 말은 형제가 들을 때는 너무도 엉뚱했다.

"프리드리히 박사, 대포동 2호 발사."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컷1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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