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며 생각해 봅니다. 지역에 얼마나 많은 시낭송가와 단체가 있는 지 조사해 본 일은 없습니다. 얼른 생각나는 시낭송 단체가 10여개 되더군요. 대부분 낭송회장에 가보았습니다. 낭송 실력도 출중하고 연출이나 공연 기법도 장족의 발전을 하였지요. 관계자 노력이 빛나 보입니다. 더러 아쉬움이 있지요. 아직 지역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 공연기획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호사가는 시낭송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따지기도 합니다. 언어예술의 태동과 함께 있었겠지요. 모든 예술분야가 제천의식에서 분화된 것으로 보니까요. 우리 풍속을 살펴보면 모든 행위에 시가 있고 운율이 있지요. 애경사나 크고 작은 의식은 물론 슬퍼서 곡을 할 때도 시율과 고저장단이 있습니다. 노래 가사도 모두 시이겠습니다만, 특히나 시조창, 노랫가락은 모두 시조가 노랫말입니다. 굳이 1967년 12월 2일 한국일보 주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은 "시인만세"가 첫 시낭송대회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현대시 낭송의 시작, 첫무대라 보나 봐요. 3부로 나누어 진행하였는데, 1부는 유명 시인과 젊은 시인이 참여하여 시낭송하고, 2부는 시를 노래와 무용으로, 3부는 시애호가가 시낭송을 하였다는군요.
작가들 모여 읊조리는 일이야 늘 있어왔지만, 시낭송이 무대에 오른 시기가 우리지역도 비슷하다 들었지요. 필자는 대학시절 문학회 '문학의 밤' 행사 통해 처음 만났습니다.
모든 무대예술이 그러하듯 시낭송은 종합예술입니다. 음악, 미술, 무용, 연극, 각종 미디어 등 모든 예술분야와 함께 협연할 수 있지요. 현대예술 흐름과 잘 부합되어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독자분야로 발전하며, 시와 감상 교량 역할도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시와 친숙하게 해주지요. 풍성한 정서활동을 돕습니다. 무엇보다 더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낭송기법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단체마다 다른 방법을 지향하는 것 같더군요. 정확한 발음과 공명 발성법, 음보와 행, 연을 호흡으로 구분하는 등과 같은 호흡법 및 표현기법 습득, 감정이입과 절제 등이 필요합니다. 행사목적이나 장소, 분위기에 부합하고, 자신과 어울리는 시 선택 등 시낭송에 필요한 기본은 알아야 하겠지요. 하지만 다양한 낭송방법을 구사할 줄 알아야 표현력이나 창의력이 진작됩니다.
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작가에 대한 이해 또한 내용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작가마다 어조, 어투, 가락이 다릅니다. 곡마다 리듬과 멜로디, 화성 구성이 다른 음악과 같습니다. 전라도 말로 쓴 것을 충청도 어투로 낭송할 수야 없겠지요. 의미전달이 잘 될 리 없습니다. 반복하여 낭송하다 보면 작가의 혼이 느껴지고 운율이 다가오게 됩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청중과 교감을 깊게 합니다. 그 다음, 음악을 편곡하여 연주하듯, 자기만의 개성과 독창성으로 재해석하여 낭송합니다. 차별성이 없으면 예술이 아닙니다. 재창조가 필요하지요. 음보나 행간, 연에 고저장단을 비롯한 소리변화가 있어야 하고, 시 전체에도 기승전결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예술은 변화와 통일, 균형이 중요합니다.
11월 3일 대전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있은 한밭시낭송전국대회 모습. |
풍성한 무대 위해 전문 연출가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무대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시낭송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요. 영상시낭송의 경우, 영상 기법, 영상관련 기본지식이 필요하듯 해당 분야 이해와 연구가 있어야 기획, 연출할 수 있겠지요. 그래야 무대시낭송, 영상시낭송뿐만 아니라, 시극, 연주시낭송, 무용시낭송, 미술시낭송 등을 비롯하여 판토마임, 설치미술, 비디오아트, 퍼포먼스 등 전위적 행위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무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시극 몇 편 보기는 했으나, 우리지역 시낭송은 무대시낭송(입체시낭송)이 주류입니다. 거기에 합송시, 단편 시극, 음악연주 몇 곡 삽입하는 방식으로 대동소이한 구성을 하더군요. 보다 탄탄한 예술 분야로 자리하기 위해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분명 발달 여지가 많고, 시민이나 청중에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다 보기 때문이지요.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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