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삼성(三性)의 몰락, 그 이후(以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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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휼의 세상 거꾸로 보기] 삼성(三性)의 몰락, 그 이후(以後)

  • 승인 2017-12-08 00:00
  • 이완순 소설가이완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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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개천에서 용 나기가 불가능한 나라다. 학벌, 지벌, 족벌의 삼벌사회라서 연(緣)이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또한 겉이라도 뻔지르르해야 작은 것이라도 거머쥘 수 있다. 빼어난 재주를 가졌다고 해도 재력이나 권력의 뒷받침이 없으면 순식간에 하잘 것 없는 잡동사니로 전락하고 만다. 포용력과 인내심, 뜨거운 사랑이 있을지라도 외형이 화려하지 못하면 대접을 받지 못한다. 서양문화에 오염된 이기주의 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널리 회자되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삼성의 몰락, 그 이유"라는 소설집을 발간했었다. 우리가 배달국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으로 돌아와 서로 배려하기를 늘 빌었다. 삼성에 갇혀 자아를 잃고 민족의 정체성마저 걷어차는 사회가 싫었다. 대수롭지 않게 서로 증오하고, 선입견이나 편견에 휘둘려 끝내는 죽이는 일조차 머뭇거리지 않는 세태가 한탄스러웠다.

칠십을 코앞에 둔 때라 마지막이라는 생각도 들고 뒤틀린 세상을 바로잡고 싶은 욕망이 지극했다. 베스트셀러 작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려 한민족을 일깨우고 싶었다.

그러나 가치의 본질인 실용가치를 무시하고 표현가치만을 추구하는 세상이라서 변방 무명작가의 소설을 구입해주는 사람이 흔치 않았다. 3벌주의에 목을 맨 나라이기 때문에 어쩌면 기대한 것조차 헛된 망상일지도 모른다.



물론 삼성이 몰락한다고 세상이 뒤바뀌는 것은 아니다. 어른도 아이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삼성은 인간을 간악하게 만들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삼성의 몰락만으로는 어지러운 세상을 추스를 수 없다. 전후좌우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 선입견, 아픈 기억 하나로 무조건 적으로 돌리는 편견, 소통과 포용을 버리고 편집적 자아에 빠져 스스로 사악해지는 이기심이란 삼성의 몰락은 하늘도 간절히 바란다.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로 극복할 수 없다. 오직 사랑으로만 물리칠 수가 있다.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두가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세상은 삼성을 물리쳐도 그리 녹녹하지 않다. 혼을 움켜쥐고 혈통 맥을 흔드는 것이 있다. 민족의 정체성을 지닌 역사이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이고, 역사를 바로 알아야하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인식하기 위함이다. 바르지 못한 역사인식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이 없다. 남은 나의 삶, 내 후손의 삶을 위해서는 역사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중화 사대사관과 일제가 심어놓은 식민사관으로 바라보면 장래가 불투명하다.

식민사관이 말살한 고대사를 복원할 필요가 있는 것은 잃어버린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함이다. 한민족은 결코 나약하지 않았다. 숱한 외세의 침략을 이겨내고 굳건히 버텼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역사관이 아니다. 일제가 우리를 계속 지배하고 싶어서 우리 가슴에 패배주의를 심기 위한 것이었다.

외세와의 전쟁이 수없이 많았지만 우리 민족이 거의 이겼다. 전쟁에 패해 외세에게 문화를 수탈당하거나 지배받은 것은 불과 수백 년에 지나지 않는다. 9,000년 역사에서 신라의 배신으로 백제와 고구려가 패망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동방을 지배했다. 단군조선을 신화로 돌리거나 일개 반란군에 불과했던 위만의 지배를 단군조선을 계승한 위만조선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고대사를 지나치게 폄훼하는 것이다.

기자를 내세워 기자조선이 있었다고 하는 것도 사대주의사학자들의 허구논리이다. 우리 강역엔 기자조선이란 존재가 없었다. 기(箕)자가 새겨진 청동기가 중국 각지에서 출토되었으므로 기국(箕國)은 중국에 있었다. "기자가 조선으로 망명하자 무왕이 기자를 조선에 봉했다"는 기록은 기자가 조선으로 도망친 것을 배반으로 다루지 않고 기자의 조선 거주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중국식 표현이라고 윤내현 교수가 일침을 가했다. 한사군도 반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요동에 있었으며 고구려가 이를 물리치고 모두 우리 땅으로 만들었다.

우리 역사를 바로 전하는 사서들이 없어 안타깝다. 심지어 우리 사서 중에서 유일하게 남은 삼국사기마저 우리 민족을 반도에 몰아넣어 약소국으로 전락시켰다. 용맹스런 우리 민족의 얼과 지혜로운 혼을 앗아가 버렸다. 고구려, 백제를 폄하하고 신라를 높이는 등, 중국의 입장에서 기술했다. 겸손한 뜻이 없고 중국의 봉토를 침략하여 원수를 만들고 그 군현에 살았다며 조선의 고토를 되찾은 고구려를 폄하하고 다물정신을 크게 훼손시켰다. 조선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수나라를 패망에 이르게 하는 등 중국을 제압했던 고구려의 역사를 스스로 사악하게 짓밟았다.

우리 고대사 말살은 일제강점기에 절정을 이루었다. 일본이 그렇게 우리 고대사 말살에 목을 맨 것은 일종의 편집적 피해망상증일 수도 있다. 문자를 비롯한 모든 문화를 전해줬고 백제와 고구려에게 오랫동안 지배당했기 때문이다. 왜왕이 백제의 후손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가 없다. 왜왕의 명칭에 무자가 들어 간 것은 고구려의 후손이며 명자가 들어간 것은 백제의 후손이라고 일본의 사학자가 인정했다.

윤내현 교수가 말했듯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이해를 통해 현재를 바로 인식하고 미래를 올바로 설계하기 위함이다. 중화 사대사관과 일제의 식민사관에서 완전히 자유스럽지 못한 강단사학이 새롭게 태어나 찬란한 우리 역사를 복원하는데 매진하기를 그래서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서기 720년에 짜깁기한 일본서기는 신봉하면서 우리 고대사의 진실을 기록한 환단고기를 위서로 취급하며 도외시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역사를 살려 뿌리를 키우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통일을 이룰 수 있고 한민족의 기개를 널리 드날릴 수 있다. 거듭 외치지만 역사광복이 한민족을 되살리는 일이기에 무엇보다 시급하고 절실하다.

이완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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