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겨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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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겨울이야기

경건하고 경쾌한 조화로운 대비 돋보여

  • 승인 2017-12-07 09:09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오지희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지난달 25일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제70회 정기연주회가 아카펠라와 캐롤이 함께하는 겨울이야기 제목으로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반주 없는 아카펠라음악과 악기 반주의 캐롤이 들려준 음악적 대비가 전체적으로 돋보였고, 작은 구성에서 경건함과 경쾌함이란 대조적인 개념이 두드러졌다.

예컨대 노르웨이 음악 오로라와 종교음악 알렐루야에서 고음의 깨끗한 음색은 짧지만 강렬했다. 지휘자 천경필의 지도 하에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은 색채와 빛의 자연이 보여준 오로라의 시각적인 이미지를 청각적인 신비한 음색으로 깔끔하게 소화했으며, 알렐루야에 종교적 경건함을 녹여내 객석을 한순간 거룩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쾌한 리듬의 멕시코민요, 독창적인 몽골민요, 발랄한 필리핀민요는 합창단이 앞으로 더욱 대범하게 리듬과 연출을 꾸며 무대에 올려도 충분히 수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공연의 완성도는 비단 음악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별출연한 바리톤 고성현의 노래는 겨울이야기 전체 분위기와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관객을 휘어잡은 고성현 특유의 개성이 클래식 음악의 매력과 합쳐져 앞으로 성장할 청소년 합창단원에게 긍정적인 영향도 미쳤다. 공연의 완성도에서 정교한 고려가 필요한 부분은 팸플릿과 자막에서 발견된다. 읽기 힘든 외국 작곡가와 작품 이름을 한국어가 아닌 원어로 그대로 싣는 것은 관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아쉬운 부분이다. 노래 각각의 설명 역시 불충분하다. 성악음악은 대부분 처음 듣는 곡이 많기에 가사의 의미를 정확히 적어줄수록 관객이 그 음악을 기억하고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한편 후반부의 캐롤과 크리스마스 작품은 타악기와 현악기 반주에 맞춰 구성됐다. 일단 대중적으로 익숙한 선율이 등장하기에 음악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상대적으로 음악이 가벼웠기에 합창단의 동작 역시 가사와 리듬의 변화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캐롤과 같은 친숙한 음악에 변화를 주는 방식도 의미 있었지만, 의외로 진지한 음악이 관객에게 주는 감동 역시 매우 컸다는 것은 이번 연주회의 소중한 발견이다. 때로는 더 깊고 풍부한 작품성으로 승부를 걸어보는 결단도 합창단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하다.



이와 같이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은 경건함과 경쾌함이라는 대조적인 조화를 통해 음악회가 의도한 겨울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객석과 소통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작품을 수용할 자세를 보여준 관객과 더욱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합창단의 역량을 분명히 제시했다는 데서 이번 연주회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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