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어찌 이들을 '남우충수'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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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어찌 이들을 '남우충수'라 할 수 있겠는가?

김용복/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2-05 09:3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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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일 오후 3시 창의 문학관.

'시와 시인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대전시인 시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사진> 40여 명의 시 사랑 동호인들이 자리를 꽉 메우고 더러는 서 있기도 했다. 명 사회자 김종진이 진행을 맡고 중부대 신웅순 교수와 '겨울 담쟁이'로 널리 알려진 박현숙이 출연했다. 찬조 출연으로 기타동아리 '펠리스 앙상블' 팀과 '소연 가야금 병창단' 두 팀이 출연하여 분위기를 띄웠다.

서론은 이쯤 해 두자. 도입부분이 길면 아예 다음을 읽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남우충수'라는 고사성어.



'재능이 없으면서 끼어들어 머리 숫자만 채운다'는 뜻이다. 《한비자(韓非子) 〈내저설 상(內儲說上) · 칠술(七術)〉》에 나오는 고사성어(故事成語)다. 고사성어는 사자성어(四字成語)와 달리 고사가 배경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서 배경에 대한 것을 감깐 이야기 해야겠다.

「제(齊)나라 선왕(宣王)은 우(竿, 생황) 합주를 좋아했는데 반드시 3백 명이 함께 불도록 했다. 남곽처사(南郭處士)가 왕을 위하여 우(?, 생황)를 불겠다고 청원하였다. 선왕이 이것을 기뻐하여 많은 곡식을 하사했다. 얼마 후 선왕이 죽고 민왕이 즉위했다. 민왕은 여러 사람이 부는 것을 싫어했다. 여러 사람이 부르면 누가 잘 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씩 부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자 남과처사가 삼십육계(三十六計)를 했다. (齊宣王使人吹竿, 必三百人. 南郭處士請爲王吹竿, 宣王說之, ?食以數百人. 宣王死, ?王立. 好一一聽之. 處士逃.)」 왜 그런지는 유추하면 알게 된다.

그런데 오늘 창의문학관

서경숙과 김용선이 찬조 출연으로 이곳에 나타났다. 두 사람의 손에 가야금이 들려 있었다. 모두가 '소연 가야금병창단' 단원이고 명창 강정희님의 제자들이라 했다. 그들은 '호남가'와 '동해바다'를 가야금으로 연주하며 입으로는 창(唱)을 했다.

호남가란 함평·광주·해남·제주 등 호남지방 50여 곳의 지명을 넣어 문장 식으로 엮은 것으로, 구전(口傳)되어 오던 노래를 19세기 중엽의 인물인 신재효(申在孝)가 고쳐 지은 것이 사본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장단은 중머리이며, 조(調)는 평우조(平羽調)로 부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오늘은 소리를 시작하기 전 목을 풀기 위해 호남가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 부른 동해바다. 흥겨운 가락에 맞춰 동해바다의 풍경을 구성지게 그려냈다.

서경숙은 '부산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하고, 김용선은 목원대학교 한국음악과 출신으로 제25회 '정읍사 국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5.4.16 '김용선 가야금병창 첫독주회를, 그리고 2016.5.3~5에는 대전시립연정국악원 기획공연 '용궁으로 간 토끼'에 객원 출연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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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왜 이들을 요란스럽게 소개하는가?

예술을 논할 때는 '멋'과 '맛'이란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여백의 미'가 가미 된다면 그 감상의 맛이란 3차원의 세계를 넘나든다. '멋과 맛'은 모두 순수한 우리말이다. 또한 '맛과 멋'은 모두 아름다움이나 즐거움을 논할 때 사용한다. 거기에 'ㅏ'와 'ㅓ'라는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이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다시 말해 남정네가 있는 곳에 여인들이 있어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고, 햇빛이 내리 쬐는 곳에 그늘이 마련돼야 쉴 수 있는 것이다. '맛'이 감성적(感性的)이라면, '멋'은 지성적(知性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남정네들의 감성이 있는 곳에 멋스런 여인의 지성이 뒷받침 된다면 얼마나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되겠는가?

이날 찬조 출연해 김종진과 우의(友誼)를 다진 서경숙과 김용선은 그 '맛과 멋'을 잘 살린 명창들이다. 서경숙이 맛을 살려냈다면, 김용선은 멋을 살려 읊은 명창의 가능성을 선보인 앳띤 처녀였다. 김용선은 창을 부를 때 '그늘'을 만들기도 했다. 때로는 구성지게, 때로는 서글프게 그늘을 만들어가며 목울대를 돋웠다. 창을 하는 10여 분 동안 40여 명의 앉고 선 관중들은 숨소리마저 죽여야 했다. 어쩌면 저렇게 가녀린 목울대에서 매력적인 그늘을 만들어내고 동시에 양지로 반전시킬 수 있었을까? 가녀린 듯 강하고, 강한 듯 가녀린 그의 외모에서 한(恨)과 정(情)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들은 두 곡을 창(唱)하는 동안 '호남가'는 앉아서 불렀고(坐唱), '동해바다'를 연주 할 때는 서경숙은 가야금 연주를, 김용선은 창을 하되 서서 불렀다(立唱). 그만큼 서서 부르든 앉아서 부르든 그들은 양쪽을 다 넘나드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어찌 이들을 '남우충수'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서경숙과 김용선 소리꾼들이여!

명창들이 수없이 많은 가창(歌唱)의 세계에서 맘껏 발돋움하라. 당신들은 그늘과 양지를 넘나들고, 입창과 좌창을 맘대로 하는 가능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소리꾼들이기 때문이다.

김용복/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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