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민주주의와 자율성이 살아 숨 쉬는 지방분권의 시대로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민주주의와 자율성이 살아 숨 쉬는 지방분권의 시대로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 승인 2017-12-04 09:23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양승조의원
양승조 의원
본격적인 예산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지방 정부들이 예산 확보를 위해 여의도로 모이고 있다. 어느 단체장이 어느 의원을 찾아갔고, 어느 예산을 확보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매년 반복되는 이러한 모습들을 보고 혹자는 ‘돼지 여물통 정치’(Pork-barrel politics)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돼지 여물통 정치란 중앙정부가 온갖 권한과 돈을 끌어안고 있어 이를 확보하기 위해 지방정부들 간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비유한 말이다.

지방자치정부의 사업수행과 해당 주민들의 복지서비스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로 찾는 단체장들의 발걸음은 결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라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도정과 시정을 운영할 수 없는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다양성과 분권의 시대 흐름 속에 늘 문제로 제기되는 지나친 중앙집권 시스템은 극심한 비효율을 가져왔고, 또한 각각의 특색을 가진 지방 정부들의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정책개발과 결정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동되기도 한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만 총인구의 49%가 밀집되어 있으며 생산가능인구의 50%, 청년 인구의 51%, 100대 기업 본사의 91%, 벤처기업 72%, 자본금 82% 등 모든 것이 중앙에 몰려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방의 소멸, 환경오염, 교통문제 등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만 한해에 27조원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균형적이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발전에 역행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보자. 2015년 메르스의 공포가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었고 초기 방역에 실패한 당시의 박근혜 정부는 질병의 확산은 물론 국민의 공포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불러왔다.

답답한 상황의 연속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방정부와의 정보 공유, 방역상황 공개 등을 중앙정부에 요구했고 선제적으로 서울시의 병원 정보를 발표한 이후에야 각 지방 병원과 시민들이 스스로 위험지역을 피하고 대비하면서 전염병을 막아냈다.

앞서 말씀드린 2가지 사례가 중앙집권화의 비효율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정부와 국회의 최대 화두는 지방분권이다. 그러나 현재의 권한과 법적 근거로는 지방 정부들이 책임 있게 일하기 힘든 구조다. 프랑스, 영국 등의 선진국처럼 헌법에 지방분권 조항을 명시화하고 실질적인 행정권, 재정권, 입법권 등을 지방에 이양하여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방분권은 손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이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쟁취한 지방분권의 씨앗은 세종시 건설이라는 의미 있는 열매로 성장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성과를 지방 곳곳에 퍼뜨리고 민주주의의 꽃을 만개시켜야 한다.

마침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가 함께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전 국민적인 인식과 동의 속에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분권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람으로 치자면 이제 어느 정도 성장하여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할 때가 된 것이다. 이제 그만 낡은 돼지 여물통 대신 민주주의와 자율성이 살아 숨 쉬는 새로운 시대, 제대로 된 지방분권의 새 시대로 나아가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5.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5.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