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방망이를 치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국은행이 6년 5개월만에 금리 인상을 하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1.25%에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건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만이다. 빚을 진 사람들은 이자 부담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은 초저금리에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묻지마 투자'로 흘러갈 움직임이 보인다. 부동산 업계는 각종 정부 규제에 금리 인상에 시장 위축 우려와 집값 인상 등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자 부담 늘어날까= 기준금리가 오르며 빚을 진 사람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가계부채는 1400조원을 넘어섰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상이 시중에 반영돼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액은 2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예금은행 잔액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65.8% 수준임을 고려, 비은행의 변동금리 비중이 예금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가정하고 추산한 수치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대출금리는 조금씩 올랐다. 한은이 여러 차례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인 탓이다. 한은이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계부채가 부실해질 수 있는 위험 가구는 지난해 3월 말 기준 전체 부채 보유가구의 11.6%에 달하는 126만3000 가구에 달한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5% 포인트(p), 1%p 오르면 고위험가구가 각각 8000가구, 2만5000 가구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변동금리 대출이 많아진 것도 이자 부담에 위험요소다. 지난 10월 신규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72.7%로 한 달 전보다 2.7%포인트 늘었다.
▲자금이 움직일까= 초저금리 장기화에 잠자고 있던 돈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1069조5715억원으로 지난 1년 동안 90조원 이상 증가했다. 전월과 비교하더라도 30조원이 증가했다.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다른 투자처로 옮겨갈 수 있는 자금을 뜻한다.
그동안 저금리가 단기 부동자금을 늘린 주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은행권 고금리 상품이 부동자금을 흡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 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은행권으로의 자금 이동은 서서히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역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들도 서서히 예금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시장금리는 이미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선반영한 상태다. 차츰 더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피와 코스닥, 비트코인 등 투자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증시주변자금은 111조 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투자예탁금은 지난 13일 기준 24조5170억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액이다. 코스닥도 지난달부터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에 몰리는 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위축과 집값 상승 사이=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거래 절벽을 맞은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상승하면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예금취급기관의 부동산과 임대업 대출금 규모는 195조7107억원이다. 임대업자들이 대출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하면 꺼질 가능성이 크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6개월 후 1.6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시장은 내년도 금리 인상 속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금리가 지속해서 오르면 주택구매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 지역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금리가 주기적으로 2~3차례 오르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투기를 위한 다주택자를 관리해야 하지만, 자칫 서민 임대료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을 주장하기도 한다. 과거 금리 인상 초기에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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