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성종 12년(993년) 거란의 소손녕이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입하자 거란 군영에 들어가 소손녕과 담판하는 서희를 그린 이인영의 민족기록화/소장처=전쟁기념관 |
9세기 말 당나라가 약해지자 유목생활 하던 거란이 북방에서 세력을 크게 떨칩니다. 발해 멸망시키고 고려에 친교요청 하는데, 원수로 생각하여 거절하지요. 거란은 송나라 정복 위해 후환을 없애고자, 고려 먼저 치려합니다. 993년 압록강일대 내놓으라며, 장수 소손녕(蕭遜寧,?? ~ 996년, 요)이 80만 대군 이끌고 공격해 오지요. 엄청난 병력차가 있었어요. 겁먹은 조정대신들 비관적 견해 쏟아내며, 거란 요구대로 서경(지금의 평양) 이북 땅 내어주고 화친하자 합니다. "나라 이름을 고려라 한 것은 우리가 고구려 뒤를 잇는다는 뜻이오, 침략자 거란의 주장을 들어줘서는 안 된다."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지요. 바로 서희(徐熙, 942 ~ 998, 고려)장군입니다. 우리는 한민족 최고 지장智將이자 협상가, 외교 귀재로 배웠지요.
서희장군이 담판 지으러 소손녕을 찾아갑니다. 장군 앞에 무릎 꿇으라하자, 어명 받들고 온 사신이 상대국 장수 앞에 그럴 수 없다며 기선제압 합니다. 압록강은 본래 우리 강토요, 거란과 국교가 없었던 것은 여진이 가로막아서 라며 북진정책의 타당상 등 정연한 논리로 소손녕을 굴복시켜 80만 대군을 돌려보내지요. 뿐만 아니라, 소손녕은 낙타 10두, 말 100필, 양 1천 마리와 비단 500필을 예물로 주고 갑니다. 이듬해 서희는 압록강 이남에 살고 있던 여진족 까지 몰아내고 흥화진, 용주, 철주, 통주, 곽주, 귀주 등 6곳에 성을 쌓아 모두 고려 땅으로 만들지요. 그것이 '강동 6주'입니다. 거란 침입 기화로 오히려 강동 6주를 차지합니다.
말만 잘하여 이루거나 힘을 배경으로 얻은 성과가 아닙니다. 당시 국제정세에 대한 정확한 통찰력으로, 거란이 침공한 진짜 이유를 꿰뚫어 보고 있었으며, 적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 당당히 맞선 기죽지 않은 배짱 등이 어우러져 실리와 명분 모두 얻었다 평가하지요.
지금 우리는 국제관계나 정세 바로알고 있는지, 북한 실태나 북의 김정은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지요? 진취적 기상이나 지혜도 없어 보입니다.
북한은 세계 제일 쇄국 국가이자, 쿠바,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미국과 싸우는 몇몇 국가 중 하나입니다. 그나마 대외관계도 "저팔계 외교로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하면서 어딜 가나 얻어먹을 것은 다 얻어먹은 것처럼 해야 한다 식으로 상대방을 이용해 쓰고 버리는 방식이다."라 하더군요. 김정일(金正日, 1942.2.16. ~ 2011.12.17. 북한)이 주장한 저팔계 외교는, 잇속만 챙길 수 있다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마라는 것입니다. 상대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강짜외교지요. 검은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며, 체제와 관계없이 외교하라는 덩샤오핑(鄧小平, 1904.8.22. ~ 1997.2.19. 중국) 흑묘백묘(黑猫白猫)론 아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자타가 인정하는 오랜 혈맹까지도 전혀 의식하지 않습니다. 11월 17일 3박 4일간 중국 공산당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이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 외교특사로 방북 하였습니다. 내외신 모두 할 일이 많다고 추측하였지요. 북한은 방문 내내 냉랭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끝내 김정은은 면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지요. 처음이 아닙니다. 근간에 서로 불편한 행동을 계속해왔습니다.
내부적으론 수많은 정적은 말할 것도 없고, 형과 고모부 등 일가친척까지 흉측하게 처형한 21세기 으뜸 패륜아입니다. 국민 삶이, 인류평화가 눈에 보일 리 없습니다.
북한은 11월 29일 오전 3시 17분께 75일 만에 또다시 미사일 도발을 하였습니다. 오래 전부터 끈덕지게 추진해 오고 있는 미사일과 핵개발이지요. 하지마라고 안 할 때는 지난 지 오래 아닐까요? 비정상인과 정상외교 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관계 단절하든가, 최소한 질환치료나 먼저 해주고 상대해야 하지 않을까요?
폭력목적 하나에 몰두하고 있는 외골수 정신질환자에게 지나친 짝사랑으로 우리가 앓아 누운 형국입니다. 역사흐름과 국제정세 다시 살피고, 북한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 서둘러 새로운 전략, 정책 수립할 때가 아닌지요?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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