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하루는 제자에게 "너는 조각 할 줄만 알았지 나무를 자를 줄도, 켤 줄도 모르니까 재주가 좋다고 말 할 수 없다."고 나무라면서 도끼와 톱을 들고 따라오라며 창산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제자에게 밤나무 한 그루를 자르고 선을 따라 나무판자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하루종일 낑낑대며 스승의 말대로 자르고, 켜고를 하노라니 힘도 들고 갈증도 나서 아래 계곡에 내려가 물 좀 마시고 오겠다고 하니까, 스승은 엄숙한 얼굴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제자는 땀을 닦으며 갈증을 면해 보려고 나뭇잎을 따서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고 한다. 이것을 바라보던 스승이 "맛이 어떠냐?"고 물었다. 제자는 "아주 씁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스승은 "그래. 재간을 다 배우려면 쓴 맛을 모르면 안되느니라."하더란다. 어느덧 나무판도 다 완성되었기에 힘에 지친 제자가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그 때 스승은 품 속에서 홍탕 한 덩이를 제자의 입 속에 넣어 주면서 "조금 전에 쓴 맛을 보았으니 이젠 단 맛도 맛 보거라."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제자도 입안에 들어온 홍탕이 너무 달콤해서 모든 피로가 일시에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쓴 맛, 단 맛 다 보아야만 진짜 단 맛의 소중함을 아느니라."며 스승은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집으로 돌아온 후 스승은 제자에게 이제는 하산(下山)해도 좋다고 말하면서 헤어지기 전에 이것이나 한 잔 마시고 가거라 하며 차 한 잔을 건네었다.
꿀과 화추(花楸)나무 잎을 타서 만든 차였다.
"맛이 어떠하냐?" 스승이 묻자 "쓰고 달고 맵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뒷 맛이 오묘합니다." 그러자 다시 스승은 껄껄 웃으며 "그렇지. 처음엔 쓰고 다음엔 달았고 마지막엔 맛을 음미(回味)하게 되었다 이거지? 재주(기술)를 배우는 것이나, 사람 살아가는 도리가 다 이 안에 있는 것이다. 알겠느냐?" 그제서야 제자는 스승의 깊은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그 제자는 훗날 훌륭한 목공이 되었다는 중국판 전설따라 삼천리.
그 후부터 이 세가지 맛이 곧 세가지 도(道)를 깨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백족(白族)의 삼도차(三道茶)가 전승 계승되고 있다는 얘기다.
승선하기전 접수 장면/사진=김인환 |
배는 넓은 호수 이해 수면을 가르며 미끄러지듯 순항 중.
백족청년들의 가무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여쁜 꾸냥들은 삼도차를 승객 개개인에게 정중히 날라다 준다. 어떤 이는 한 잔 더 달라며 청을 한다. 꾸냥들은 또 웃으면서 재차 딸아주는 삼도차.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가사 전달이 완전할 수는 없지만, 三道茶의 유래를 노랫말로 푼 것도 있고, 화려했던 대리고성(大理古城)의 옛 정취를 되새겨 보는 내용도 있는 것 같다. 또한 청춘남녀의 사랑타령은 지구촌 어디서나 똑 같은 법이려니, 애절한 노래도 들려온다. 三道茶가 끝날 즈음해서 승객들은 하나 둘 씩 뱃머리로 나아가 물살을 가르며 전진하는 배와 주위 경관을 둘러 본다. 그리고 너 나 없이 들고다니는 카메라에 풍경을 담는 모습들이다. 누군가가 승무원인 꾸냥을 청하여 같이 사진을 찍으니 너도 나도 꾸냥을 불러낸다. 순식간에 톱 모델이 된 꾸냥은 무척 행복한 표정이다. 어느사이 독일인 부부도 밖으로 나와 사진을 찍다가 자기들을 찍어 달라며 카메라를 건넨다. 그런 후 또 꾸냥을 불러 같이 찍자고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 다가가서 그 뜻을 전하고 나란히 세워 놓았는데 남자의 손이 은근슬쩍 꾸냥의 어깨에 얹혀졌다.
이것을 본 부인이 슬쩍 자리를 피해 버린다.
잠시나마 자기가 자리를 양보해 주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삐친 것인지, 쉽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럭저럭 한 시간 반쯤 달리던 배가 호수 가운데 있는 섬 기슭에 닿았다. 우루루 따라 내리고 보니 작은 섬 천제가 관광특구로 꾸며졌다. 호텔도 있고 식당들도 보였으며, 소수민족들의 의복이며 장신구 등 점포들이 즐비하다. 섬에 발디딘 관광객이라면 한사코 놓치지 않겠다고 저들의 상혼이 여간한 게 아니다.
#여인들의 출현
열심히 이것 저것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누군가가 앞을 가로 막는다. 여자다. 얼핏 보기에 30살은 실히 됐음직한 중국 여자였다.
"혹시 한국인 金선생…?"
"누구 시더라?"
"몇 달 전에 곤명(昆明) 민속촌에 오시지 않았습니까?"
"네. 그렇습니다만…"하면서 자세히 보니, 민속촌 내의 한 식당에서 몇 쌍의 중국인 부부가 옆 자리에 있었고 어쩌다 인사를 나누게 되면서 그 날 오후 내내 민속촌 구경을 같이 다녔던 부부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들 중에 한 부부가 유난히 내곁을 맴돌며 한국인에 대해 유별나게 관심을 보였었고, 나중에는 전화번호와 이름을 교환하며 중국에 있는 동안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까지 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고 보니 같은 배에 타고 왔던 모양인데 나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녀는 계속 나를 알아보고 주시했던 모양이다.
"남편도 같이 왔습니까?"
"남편이요? 호호호호호…"
그냥 웃기만 한다. 애매한 웃음이다.
"여자 친구들과 같이 왔어요. 그리고 그 때 같이 갔던 분은 남편이 아니고 남자 친구였어요."
이쯤 되면 헛갈리기 시작한다. 꼭 부부처럼 행동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친구라니? 중국인들 표현가운데 난펑여우(男朋友),뉘펑여우(女朋友)라고 하면 우리들 습관으로 연인 관계로 이해하면 되고, 난더펑여우(男的朋友),뉘더펑여우(女的朋友)라고 하면 그냥 보통 친구사이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 분명코 그녀의 입에서는 남친구(男朋友)가 아니라 남자친구(男的朋友)라고 발음하고 있었다.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 그녀는 뒷 켠에 서서 지켜보던 세 명의 여자들을 불러 나를 소개한다. 비슷 비슷한 나이들로서 하나같이 예쁘다. 앞장서서 가던 독일인 부부가 되돌아와 참견한다. 호기심 하나는 끝내주게 많은 이들이 그냥 지나칠리 없다. 이번엔 내 쪽에서 그녀들에게 독일인 부부를 소개했다. 흥미 진진한 표정들로 바뀌는 네 명의 중국 여인들.
여인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당에 들어와서 독일인 부부는 예의 그 깍쟁이 근성이 도지는 모양이다.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조용히 내 귀에 대고 "이곳은 너무 비싼 집 아냐?"
못들은 척 옆구리를 콱 쥐어 박았다.
"끄응!" 조금 심하게 쳤나? 아프다는 신음소리도 무시해 버렸다.
배안에서 손님접대를 준비하는 청년들/사진=김인환 |
중국 여인들은 역시 표가 난다. 우리나라 말로 한다면 좀 튄다고나 해야 할까? 식당 안에 들어가서도 딱 한 번 무슨 음식을 먹겠느냐고 물어 왔는데 이것은 형식적일 뿐, 자기들끼리 맘대로 주문을 한다.
식당에서 자주 보는 현상이지만 이들이 음식 주문을 하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30분. 중국인들은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기 전에 주문시간을 별도로 즐기는 듯이 보인다.(흠, 이건 버섯 요리구만, 이 버섯요리는 무슨 양념을 쓴 것이냐? 또 이 오리요리는 무엇과 함께 볶은 것이냐?) 워낙 요리 종류도 많고 곁들여 쓰는 부자재 재료가 많다 보니 일일히 다 물어보고 이것 저것 따져가며 음식을 시킨다.
종업원 역시 느긋하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손님들이 하나같이 이런 식이다 보니 이골이 났겠지만 묻는 말대로 다 대답해주고, 한 번 주문했던 것을 번복하고 다른 것으로 바꿔도 싱글싱글 웃으며 OK! OK!
말이 났으니 얘기인데 중국인들은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물건 사는 그 자체 보다도 흥정을 즐기는 민족이라면 어떠할 지? 30분이란 시간을 소비하며 주문된 음식은 모두 아홉 가지였다. 어깨 너머로 대충 보건데 전부 합쳐도 200元이 되지 않는 가격이다. 관광지 치고는 비교적 싼 집이라 할 수 있다. 음식주문을 마친 네 명의 중국여인들은 화제를 한국 TV쪽으로 돌리더니 안재욱, 김희선 등의 이름을 들먹이며 한국 탤런트들이 하나같이 이쁘다며 찬사를 보낸다. 나와 구면인 (?小姐(중국말로는 천 샤오지예)가 주로 대화를 리드해 나가는데 얘기 도중 "왜 늘 혼자 다니느냐? 부인과 같이 다니면 외롭지도 않고 좋지 않느냐?"고 묻는다.
관광여행이 아니라 취재여행이기 때문에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하고 또 경제적이라고 답해 주었더니, 모두들 고개를 갸웃뚱 거린다. 이번엔 내 쪽에서 다시 반격을 가했다. 너희들은 어째서 이렇게 좋은 곳을 오면서 여자들끼리 몰려 다니느냐? 남편들은 어디다 모셔놓고 말이다. 그랬더니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한참이나 깔깔댄다. 그리고는 한 여인이 거침없이 받기를 "우리들은 전부 이혼녀들이다. 아니 얘! 얘 혼자만 노처녀구." 하면서 비교적 수줍음을 타는 한 여인을 가리킨다. 그러자 ?이 "처녀는 무슨 놈의 처녀! 얘, 네가 직접 말해봐라. 너 진짜 처녀니?" 하니까 또 모두들 까르르 까르르. 전혀 거침이 없는 개방녀들이다. 이만큼 중국여인들은 어떤 면에서 당당하다.
#천 샤오지에의 돌출 행동
음식이 아오기 시작하고 말솜씨들만큼이나 강한 식욕을 보이는 여인들이다. 독일인 부부는 언어소통이 어렵다보니 힐끔 힐끔 눈치를 보며 남들이 웃으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따라 웃기도 한다. 그러더니 예의 또 구두쇠 근성이 발작, "오늘 이 음식값은 누가 내는 거지?"하며 나직이 물어온다.
"걱정 말고 먹기나 먹어!" 명령조로 쏘아 부치고 모른 척 댓꾸를 하지 않았더니 시무룩한 표정이다. "우리 맥주 한 잔씩 어때?" 여인들 가운데 한 명이 제의를 하자 이구동성으로 찬성.
탁자 위에 맥주 병이 날아오고 잔이 돌려진다. 그런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은 잔을 받아만 놓고 마시질 않는다. 옆 친구가 한 번쯤 마시라고 재촉하다가 그래도 마시질 않자 더 이상 권하질 않는다. 중국인들은 남자들도 술에 관한한 우리네처럼 강권하는 버릇이 없다. 상대가 거절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여인들은 독일인들에게 화제를 집중시킨다. 당연히 나는 통역관이 될 수 밖에. 일반적인 질문은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한 여인이 불쑥 "독일인들은 성적으로 무척 강하다고 들었다. 일주일에 몇 번쯤 부부생활을 하느냐?"는 당돌한 물음에 아찔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걸 그대로 통역하기도 어렵고 적당히 다른 말을 나눈 후에 "매일 저녁 한다."고 능청을 떨어주었더니 모두들 토끼 눈들을 해가며 놀라는 표정이다. 엉터리 통역인 내가 더 즐겁다.
끝내 술잔을 비우지 않던 천(?)이 갑자기 잔을 주욱 비우고는 마치 남자들이 그러하듯 잔을 거꾸로 들어 보인다. 다 마셨다는 증표다. 그리고는 병을 들고 자기 잔에 그리고 내 잔에 넘치도록 따라준다. 이를 바라보는 여인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라 한다.(이 여자가 무슨 꿍심이 있긴 있는 모양인데.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짧지만 즐거웠던 섬돌이
배 떠날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섬구경은 하고 가야지 않겠느냐며 내가 재촉하지 않았으면 그냥 맥주판으로 이어질 기세였다.
내가 종업원을 불러 마이딴(??: 우리나라말로 계산서 가져오라는 뜻인데 중국에선 식탁에 앉은 채로 종업원에게 이렇게 요청하고 나서 계산서를 갖고 오면 그 자리에서 돈을 주고 거스름돈이 있다면 역시 종업원이 갖다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받는다.)하고 외치니까, 중국여인 가운데 한 명이 벌떡 일어나 계산은 우리가 한다며 손사래를 친다. 아니다. 내가 대접하고 싶다고 하니까, 절대로 그것은 안 된다며 종업원이 들고온 계산서를 낚아챈다. 얻어 먹고 마시는 게 조금은 껄끄러웠지만 참기로 했다. 허기사 내 주머니도 넉넉한 것은 아니었으니 제스츄어로 끝내고 말았다. 섬은 작으마한 것이 오밀조밀 많이도 가꾸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가에로 인어상도 있고, 누가 자고 가는 지는 모르지만 호텔도 있으며, 갖가지 잡화상이며 기념품 상점들이 눈요기 하기엔 그만이다. 들어오는 배, 그리고 떠나가는 배.
어떤 상인들은 뱃전에까지 물건을 들고 올라와 손님과 흥정을 마무리 짓는 모습도 보인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이면 족하다. 아직도 배가 떠나려면 30분쯤은 여유가 있다. 여인들이 앞장을 서고 나와 독일인 부부는 그 뒤를 따라다니는 꼴이 되었다. 그러자니 우연히 여인들이 어느상점에서 물건을 구경하면 따라서 구경하고, 자리를 옮기면 또 졸졸 뒤따르게 된다.
그냥 아이쇼핑만 하기도 그렇고해서 손자들에게 주고 싶은 작은 놀이기구를 몇 개 샀다. (이것은 며칠후 배낭을 잃어버리면서 같이 없어졌지만.)
독일인 부부는 검정색 선글라스를 하나씩 사 끼고는 서로 서로 얼굴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들이다. 짧지만 즐거웠던 섬돌이 관광코오스였다.
시간에 맞춰 배에 오르니 곧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출항이다. 출발지인 항구로 돌아가는 것인데 역시 배 안에 설치된 무대에서 백족(白族) 청년들의 노래와 춤이 신나게 벌어진다. 올 때 보다 관중들은 그사이 친근해진 탓인지 같이 박자를 맞춰 박수를 치기도 하며 즐거워한다. 손님들은 두 팀으로 완전히 분류되고 있다. 한 팀은 공연관람에 몰두하는 팀이고, 또 한 팀은 뱃전을 돌며 사진을 찍거나 바다만큼이나 넓은 이해호수를 감상하는 팀이다.
배를 떠나는 손님들을 환송하는 아가씨들/사진=김인환 |
한 아가씨가 다가와 같이 사진을 찍자며 팔소매를 잡아 끈다. 몇 장을 같이 찍고 나니 그것도 별 재미가 없다. 그녀는 다시 곁에 다가와 배가 도착하면 친구들하고 저녁을 같이 먹으러 가려는데 독일인 부부는 돌려보내고 나만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유혹을 한다. 대충 시간을 계산해보니 배가 도착하면 어림잡아 오후 6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시가지로 나가든가 고성(古城)으로 이동하다 보면 7시가 거의 다 될 것 같다.
내가 대답을 망설이고 있으려니 아가씨는 '大理古城'말고 大理 중심지역에 아주 멋진 곳이 있어서 구경 시켜주려 한다며 끈적끈적한 표정을 짓기까지 한다.
아주 근사하고 멋진 곳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이곳 저곳 보다 많은 곳을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게 나의 취재여행이 아닌가. OK!
그러고 보니 독일인 부부가 은근히 걱정이다. 자기들이 저절로 돌아가 주면 좋지만 눈치없이 따라 붙는다면 뭐라고 돌려 보낼까? 하고 소인배같은 걱정을 해본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잠시 후 자연해소가 되어버렸다.
독일인 부부가 먼저 내게 청을 해왔기 때문이다. 사연인 즉 오늘 밤 자기네 숙소친구들과 파티계획이 있는데 한국인은 나 밖에 청할 사람이 없으니 꼭 참석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그것 참 고맙다. 그런데 난 이미 저 여인들로부터 저녁초대를 받은 상태라 미안하다. 너희들 저녁파티 장소가 어디인지 가르쳐주면 식사가 끝나는대로 찾아가 합석하마. 그러니까 이들은 몇 시쯤 올 수 있느냐. 꼭 와야 한다. 나를 꼭 데로고 오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어기면 자기는 신용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니까 곤란해진다. 대충 이런 얘기로 나를 몰아 세운다. 말 한마디에도 신용을 생명처럼 여긴다는 독일인들의 모습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배는 예상댈 6시 10분쯤 항구에 닿았다. 언제 준비했는지 승선했던 백족(白族) 청년들은 예쁜 전통복 차림으로 뱃전에 주욱 늘어서서 만국기를 흔들며 합창.
가슴이 뭉클해지도록 떠나는 승객들과 석별의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저 멀리 그 모습이 가물가물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들은 그렇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음 주에 계속>
김인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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