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해군성 소령.
형준과 현구가 보스톤과 워싱톤의 중간 지점인 델라웨어의 어느 한적한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파일은 어딨소?"
"우리의 안전이 보장되는 곳에."
현구를 노려보던 청자색 눈이 말했다.
"어디까지 알고 있소?"
"내가 반, 동생이 반을 알고 있소. 나는 말을, 동생은 뜻을 아오."
"타협합시다. 당신들의 협조를 받고 싶소. 파일을 애국적으로 미합중국에 기증하시오. 당신들의 안전을 보장하겠소."
현구가 물었다.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소?"
임마뉴엘이 우습고도 황당하다는 듯이 현구를 쳐다보았다. 현구는 계속했다.
"당신이 말하는 애국적이란 것이 무엇이요? 당신이 진정 애국적이라고 했다면, 우리에게 하루 시간을 주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애국적인 견지에서 이 파일을 기증하지는 못하겠소. 누구의 애국이 더 진정한 것인지 견주고 싶소."
현구는 말했다.
"여기에는 음모가 있소. 당신이 애국적 해군장교라면 이 내용을 결코 묵과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나는 믿소. 그런데 당신은 애국적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쓰는군요. 그 말은 당신은 이 파일의 내용을 모르든가, 아니면 애국자가 아니라는 말이요."
임마뉴엘은 말했다.
"솔직히 나도 그 내용을 전부 알지는 못하오. 다만 일부 아는 내용은 결코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라는 거요."
"식물 플랑크톤으로 전략무기화 할 수 있다는 말, 그걸 가지고 그러는거요?
?1급 비밀- 식물 플랑크톤의 전략적 이용의 가능성 모색을 위한 생태 변화연구?정도의 내용이 그렇게 비밀스러운 거요?"
임마뉴엘은 완전히 표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당신은 이미 그 내용을 다 알고 있다는 말이군요?"
이번에는 형준이 말했다.
"그런 건 비밀도 아닙니다. 학계에서는 이미 그런 정도의 가능성은 다 알고 있지요, 실용화를 안 시키는 것뿐이지요. 하지만 이 내용은 그 이상이요. 그 정도 가지고 영어로 쓰지 못할 이유는 없지요."
"좋습니다. 그 이상의 내용이 있다면 나도 잘 모르오. 하루 시간을 주면 그 내용을 나에게 알려 주실 수 있겠소? 물론 당신들이 안전은 보장합니다. 우리의 요원으로 활동하실 수 있는 권한과 자격을 주겠소. 내가 국방부 장관에게 건의 드리지요. "
"우리를 점점 더 안전치 못하게 하는군요. 우리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이 파일을 우리가 완전히 파기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겠소. 그것만이 우리를 안전하게 보장하는 겁니다. "
양자 간의 협상은 어쨌든 성립됐다.
현구와 형준은 절대 호텔방을 떠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만 24시간을 보장받았고, 임마뉴엘 또한 현구, 형준 형제와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조건과 함께 24시간 후에는 파일의 내용을 전부 임마뉴엘에게만 알려주고 파일의 공개나 파기 문제는 그때 가서 결정한다는 협상이었다.
두 사람은 즉시 회의 테이블이 있는 옆방으로 옮겨 작업을 시작하였다.
다른 요원들에게 샤워를 하라고 하고 거실에 혼자 남자, 임마뉴엘은 조용히 핸드폰의 단축 번호를 눌렸다.
데이비드 프리드리히...
"임마뉴엘이오. 당신이 도난당한 것 같다는 파일을 찾았소. 당신 연구소의 조형준이라는 자와 그 형이 공모하고 있소."
"지금 어디입니까, 당장 이곳으로 그들을 데리고 와야 합니다."
"아직 아닌 것 같소. 그 보다 당신 파일 중 어디까지 도난당했는지 아시오?"
"지난 번 이야기 했던 1급 비밀 파일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없소?"
"지금 도난당한 것은 그 파일이고 다른 파일은 없습니다. 다른 파일은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3중의 펜타곤 방벽을 쳐 놓고 있으니까. 아까 파일은 잠시 작업 중에 노출되었을 때 뚫려 버린 것 같습니다. 그 자에게 비밀 접근을 허용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MIT라는 말에 현혹된 것 같소. 잘못되었소."
"정말 그 파일 뿐입니까?"
"그렇소. 다시 한번 확인 하겠소. 조형준이 파일을 복사한 직후, 즉시 모든 보안 방벽을 쳐 놓았습니다. 그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요. 알았소. 하지만 다시 한번 점검 해 보시오. 이쪽도 만만치 않은 프로들이요."
전화를 끊었다.
이들 조박사 형제를 어디까지 믿어 주어야 하는가.
'내가 지금 이 애송이들에게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치밀어 옴을 느끼자 임마뉴엘은 갑자기 조바심이 났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두 젊은이들의 문에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문은 잠겨 있고, 방안에서는 쥐죽은 듯 아무소리도 없었다.?
"이봐, 마이클, 헨리.. !"
임마뉴엘은 조용히 요원들을 불러내어 지시하였다.
"저 방에서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말고 있어.
만일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색이 있으면 즉시 보고하고, 절대로 저자들이 저 방을 떠나지 못하도록 감시해. 피스톨은 장전해 놓고.."
(계속)
우보 최민호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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