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이기주 지음/말글터)
길거리를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하며 지나간다. 친구로 보이는 학생들, 편안함이 느껴지는 커플, 나이가 지긋한 부부 등 각자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들의 말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 적당한 온기 등을 품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적당한 온도를 넘은 뜨거운 언어에는 용광로처럼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이다. 듣는 사람이 정서적 화상(火傷)을 입을 수도 있으며,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은 상대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가움과 뜨거움, 그 중간쯤의 온도로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으로 위안을 얻는다.
한편 저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발동했다던 몹쓸 버릇은 기자도 공감했는데, 바로 엿듣고 기록하는 일이다. 나쁜 의미에서가 아닌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를 담는 것이다. 생각보다 일상속의 대화에도 꽤 의미 있는 문장이 종종 들리기 때문이다.
『언어의 온도』는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농밀하게 담아낸 책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천천히 곱씹어 읽다 보면 각자의 '언어 온도'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일까.
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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