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정치적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다. 말 한마디, 출현 장소마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표명 시한인 ‘연말’이 다가온 탓일 게다.
도지사 3선 도전 보다는 내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참여에 저울추가 기울었던 기존의 상황이 최근, 도지사 임기를 채울 거라는 관계자의 비공식적인 한마디에 요동을 쳤다. 물론 안 지사는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수습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진의파악에 다들 바쁜 모습이다.
안 지사는 또 서울에서 강연을 하거나, 천안 등을 방문하면 유독 더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지역은 안지사의 재 ·보궐선거 참여 유력 후보지역과 어울려 여러 상상력이 동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안 지사는 정치 목적 보다는 순수한 의도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어쨌든 최근 불거진 ‘도지사직 잔여임기 완수’는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안 지사의 향후 행보에 또 하나의 시나리오를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지금까지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참여한 뒤, 차기 대권도전이라는 중장기 계획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다. 안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성남시장 등과 본선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당시 정치적 기반의 부재가 가장 큰 과제로 남았던 터라,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3선 도지사에 도전하기 보다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아니, 다른 대안은 없다고 여겨져 왔다. 3선연임을 위한 명분도 없다는 것이 전반적인 여론이다. 안정을 추구하는 도정보다는 변화무쌍한 중앙정치 무대에서의 경험이 진정한 대권후보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
반면, 도지사 잔여 임기를 채우겠다는 것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은 3선 도전이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는 명분도 없고,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시나리오 치고는 3류· 4류 작품이다.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얘기가 도지사직 완수 후 입각 가능성이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을 넘게 되고, 선거 결과와 정치적 상황에 따른 조각 가능성이 있다. 지방정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도지사로서 중앙정부의 경험이 덧대어 진다면 금상첨화 일수도 있겠다. 안 지사가 역점을 두고 있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다. 3선도전은 물론이고, 재·보궐선거에도 참여하지 않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이유로는 충분하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나 집권당의 생각, 대권후보 경쟁자들의 견제 등을 유리하게 이끌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지금까지는 “여러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말씀 드리겠다”는 것이 안 지사의 공식멘트다. 안 지사를 대신(?)해서 기자로서 향후 거취에 대해 듣고 다닌 결과는 십중팔구 재·보궐 선거 참여다. 사실상 더 들어볼 필요도 없는 상황이 오래됐다. 안 지사 본인만 질질 끌고 있는 모양새는 보기에 좋지 못하다. 임기 말 레임덕을 우려한 것이라고 정당화하기에는 반대쪽의 목소리를 이겨내기 버거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입각 후 중앙 진출이 안 지사의 중·장기 플랜에 어떤 명분과 실리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안지사가 도민의 여론 보다는 중앙정치권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에 더 귀를 기울이다가, 괜한 소리를 듣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기우이기를 바란다.
시나리오는 무대에 올리기 전에는 언제든 각색될 수 있겠지만, 불확실성이 클수록 그 여파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정치인으로서 특히, 대권후보로서 불확실성은 큰 부담이다. 어지간한 선에서 변수는 단순화할 필요가 있겠다. 가능한 빠른 입장표명이 뒤따라야 할 이유다. 안 지사의 입장표명은 지난 대선참여 이후 차기 대권후보를 향한 전환점이자, 사실상의 ‘출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갈공명의 출사표만큼은 아니더라도 국민을, 아니 적어도 충청도민에게는 감동을 주는 출사표가 됐으면 한다. <내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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