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의 다문화정책은 방향을 잃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통합이라는 명분아래 표류하고 있다. 지난 10년 이주민가족지원정책은 다문화가족지원정책 범위에서도 가능했다. 그러나 현재 300만에 이르는 이주민의 문제는 이미 가족의 문제를 벗어난 사회적 문제이다. 사회적 문제를 가족의 문제로 보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보는 격이다. 시대적 역행이며 정책의 큰 오류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는 말해주고 있다. 왜란(倭亂), 호란(胡亂)보다 무서운 환란(患亂)은 오랜 기간 차별이 심화된 불평등사회에서 비롯된 것임을. 어떠한 경우든 사람의 삶에 존엄성이 확보되고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이주민의 삶이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정책적으로 체계화돼야 하는 이유이다. 불평등이 양산해내는 차별과 희생, 착취는 프랑스 방리유사태가 이 땅에서 재현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한국의 미래는 이주민의 정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회통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교육, 문화, 관계, 주거, 돌봄, 지역 등 매우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며 평등한 기회 안에서 사회통합은 형성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들 인식에 자리 잡고 있는 이주민정책에 있어 가난한 나라의 여성을 돈 주고 사다가 아내를 삼을 수 있다는 의식, 저출산을 극복하고, 노동시장의 질서를 회복, 확장하는 과정에 경제적 위험을 흡수하는 안전판으로 이주민을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300만 이주민거주시대에 주무부서가 어디인가 묻고 싶다.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국민적 과제인 사회통합과 세계화는 멀어지고 있다. 가족지원정책을 수행하는 여성가족부도 무엇을 위한 통합인지 설명을 하지 못한 채 가족정책 부서의 이주민에 대한 정책 부재는 차별과 고통의 사회로 전락하여 제3의 인종, 제3의 민족, 제3의 세력화를 양산하고 있다. 이는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만 할 것이다.
이주민들이 꿈의 실현을 위해 찾아온 한국 땅에서 가족과 함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공존의 길을 밝힘은 사회통합의 밑거름이 되어 미래 세대의 큰 유산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주민이 살기 좋은 나라는 한국인도 살기 좋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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