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요리하는 조선남자

  • 문화
  • 문화/출판

[맛있는 책읽기]요리하는 조선남자

- 요리하는 조선남자 /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2015 -

  • 승인 2017-11-30 09: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표지) 요리하는 조선 남자
요즘 대세가 요리이고 또한 유명 쉐프들이 거의 남자분 들이다. 과연 시공간을 초월해 과거 선조때에는 어떨까 궁금해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요리하는 조선남자'란 책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조선 시대를 공부할 때 역사, 왕조, 정치, 사상 등에만 집중해 당시 사람들은 어떤 것을 먹었는지, 어떻게 요리했는지 등 식생활에 대해서는 당연한 궁금증조차 가질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조선 시대도 사람이 살던 시대였다. 조선시대에는 먹고 싶은 것을 고를 권한이 있었고, 맛을 즐기며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남자들이었다. 이한의 '요리하는 조선 남자'는 그들이 남긴 개인 문집과 당대의 요리서를 토대로 조선 시대에 흔히 먹었던 음식, 그 음식의 역사,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욕심까지 두루 살핀 책으로 책의 중간 중간에 그림과 시를 담아내 고증이 되는 즐겁고 유쾌한 책이다.

사람들이 역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그답게 이 책은 음식의 변천사뿐만 아니라 요리법과 음식에 얽힌 에피소드까지 맛깔나게 풀어내고 있다. 이미 다른 책들에서 많이 다뤘던 임금님의 수라상이나 종갓집 제사상에 올라갔던 귀하고 정성스러운 요리 대신 매우 흔하고, 언제나 먹을 수 있고, 만들기 쉽고, 먹기에도 편한 역사 속의 요리와 그걸 만들고 또 먹어 온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1장 '고기' 편에서는 닭고기, 쇠고기, 회와 개고기까지 당대 사람들이 고기에 가진 인식과 각종 조리법을 소개한다. 제2장 '별식' 편에서는 간장게장, 상추쌈, 냉면 등 입맛이 없을 때 혹은 특별할 때 먹었던 음식들을 만난다. 제3장 '장과 디저트'에서는 고추장, 참외, 인절미를 통해 또 다른 음식의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일은 큰일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기쁨 또한 크다. 먹을 것이 풍족하고 다양한 먹거리들이 넘쳐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맛있는 음식들을 사먹을 수가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던 시대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어떤 음식들을 어떻게 만들어 먹었을까.

조선 시대에 소는 농업에 무척 중요한 생산도구였기에 소를 잡는 일을 법으로 금했다. 그래서 조선인의 소울푸드는 닭고기였고, 개고기와 회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식도락가로는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작성한 허균, 게장이라면 눈이 뒤집어졌던 서거정, 먹는 걸 정말 좋아했던 이색, 조선사에 길이 남을 먹보로 기록된 초정 박제가라고 이 책은 꼽는다.

책을 쭈욱 읽어가다 보면 연암 박지원이 손수 담근 고추장 이야기가 나온다. '이전에 보낸 쇠고기 장볶이는 받아서 아침저녁으로 먹고 있니? 왜 한 번도 좋은지 어떤지 말이 없니? 무람없다, 무람없어. 난 그게 포첩(육포)이나 장조림보다 더 좋은 거 같더라. 고추장은 내가 직접 담근 거다. 맛이 좋은지 어떤지 자세히 말해 주면 앞으로도 계속 보낼지 말지 결정 하겠다.' 현감으로 있던 연암 박지원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다. 내려가서 편지로 자식들에게 자주 잔소리를 해댔고, 찬거리도 직접 만들어 바리바리 싸 보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을 대신해서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직접 만든 고추장을 보내 준 모양인데 글자 한 글자 한 글자에서 배어 나오는 서운함과 짜증에 웃음이 난다.

조선 시대 궁중 요리는 숙수를 비롯한 남자들이 주로 맡았다. 태조 이성계의 '전속 셰프'였던 이인수는 조선 개국 뒤 중추원 벼슬까지 얻은 '조선 최초의 요리하는 남자'였다. 세종 때 명나라에서 음식 하는 공녀를 바치라고 했을 때 왕과 신하들이 당황했던 데도 이유가 있었다. "궁중 요리를 하는 건 다 남자라서 여자들이 아는 바가 아닌데?".

또한 의안대군 이화의 아들이자 충청도 병마도절제사였던 이교는 특히 음식 솜씨가 좋아 중국 사신을 맞이하는 잔치에 요리할 사람이 없다며 차출되기까지 했던 것을 보면 말이다. 한번에 냉면 세 그릇, 만두 백개를 먹는다며 식탐으로 놀림받았던 대식가 박제가는 개를 직접 잡아 삶는 레시피를 개발해 정약용에게 알려줬다. 정약용은 채마밭을 손수 일궜고 된장까지 담근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남자들의 '음식 열정'은 여러 기록에서 발견된다. 특이한 점은, 조선 사람들의 '참외 사랑'이 지극했다는 것이다. 밥 대신 뚝딱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여서 참외 철에 쌀집 매상이 70%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도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은 게스트하우스 파티에서 먹을 음식을 위해 '시민세끼'에 나섰다. 유시민은 제주도 흑돼지 수육, 방어 머리 맑은탕, 그리고 방어회를 준비하는데 "셰프가 아니라 어설프다"면서도 커피로 돼지 잡내를 제거하거나 방어회를 뜨는 등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에 황교익도 전복 손질을 도와주며 "집에서도 살림 잘한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금자(유성도서관 사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아산소방서, '불조심 어린이 마당' 수상학교 시상
  2. 아산시가족센터 둔포분원, '둔포유(ForU)' 성료
  3. 순천향대, 'SW 명문중학교 만들기' 큰 성과
  4. 아산시, 2024년 응급의료 유공 최우수기관 표창
  5.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