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51. 펜타곤의 추격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51. 펜타곤의 추격

  • 승인 2017-11-2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보스톤.

미국 북동부의 작은 도시. 메사추세츠 주의 주도.

세계에서 보스톤만큼 인종문제에 너그러운 주민들은 없을 것이다.

보스톤에 사는 사람들은 성별은 말할 것도 없고, 인종이나 국적을 떠나 보스톤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대해 차별은 커녕 외경심마저 가지고 있다.



하바드 대학과 MIT공과대학이 있는 곳.

보스톤의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수재중의 수재로 뽑혀 이곳으로 온 사람들이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수많은 젊은이들. 누가 장래에 인류를 이끌어 갈 위대한 과학자가 될지, 정계와 재계의 지도자가 될지 모른다.

인종 차별이란 여기서는 넌센스이다.

장래의 잠재적 지도자로 존경심을 가지고 친절하게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보아주는 곳.

보스톤.

보스톤으로 아내 은미를 보러 부랴부랴 비행기로 온 형준.

그러나 아내 볼 시간보다 더 급한 것이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형준은 산타블루 연구소에서 복사해 온 USB를 정신없이 카피를 한 후 형 현구에게 쏘았다.

핸드폰을 했지만 현구는 받지 않았다.

형준은 은미를 큰소리로 불렀다.

그리고 단호하고 진지한 어조로 빨리 말했다.?

"자기는 모르면 모를수록 좋아. 만일 현구형에게 전화가 오면 내가 보내준 김치를 냉장고에 잘 보관하라는 말을 꼭 전해. 꼭"

그리고 현구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으나 신호만 갈뿐 응답이 없었다.

형준은 생각났다는 듯이 문자메시지를 날리기 시작했다.

"형 엄마가 화났어, 빨리 도서관에 가서 공부해. 김치는..."

문자를 다 완성하지도 못했는데 형준의 집 초인종 벨이 울렸다.

은미는 영문도 모른 채 얼굴이 하얗게 굳어 문을 열어주었다.

문자메시지의 'send' 버튼을 꾸욱 누르면서 형준이 중얼거렸다.

"형은 다 알아 들었을거야, 우리 형은 똑똑하니까."

문이 열리자마자 건장한 백인사내 네 명이 신분증을 보여주며 형준이의 양팔을 팔짱으로 꼈다.

허둥대며 얼굴이 창백해지는 은미를 향해

"걱정마. 곧 올테니까. 형한테 안부 전해 줘. 꼭."

한국어로 소리를 치며 은미에게 핸드폰을 던졌다.

두 사람은 알아들을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게 중얼거렸다.

"You have the right to remain silent. Anything you say .....,"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

동시에 나머지 두 사람은 형준의 방으로 곧 바로 들어가 컴퓨터 앞에 돌진하였다.

패스워드(password), 패스워드 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창백하게 서 있는 은미는 그저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나이들이 형준의 컴퓨터의 비밀 번호를 물었다.

당연히 은미가 모른다 하자 두 사람은 씩 웃을 뿐 더 이상 다그치지 않았다.

시간낭비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그들도 꽤나 시간이 걸렸다. 형준이 복잡하게 비밀번호를 설정한 것이었다. 프로들간의 시합이었다.

한참 걸려 컴퓨터를 풀고 있을 때 형준의 전화 벨이 울렸다.

현구였다.

핸드폰을 받자마자, 은미가 또렷하게 외쳤다.

"김치, 냉장고에 잘 보관하래요!"

두 백인 친구가 동시에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순간 핸드폰을 끊었다.

그들은 발신 번호를 확인하더니 즉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검은색 선팅이 된 포드 벤에 실려 형준이 간 곳은 교외의 가까운 한적한 호텔이었다.

형준의 짐작에 안가까지 가기에 시간이 너무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고 느꼈다.

그들은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방에 들어서자 그들은 다짜고짜 형준의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형준이 조용히 말했다.

"여기 있소."

USB를 순순히 그들에게 넘겨주자, 그들이 물었다.

"누구에게 넘겼소."

"당신들은 누구요, CIA? FBI?"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노 코멘트였다.

"당신들이 누군지 말하지 않으면 나도 말하지 않겠소. 변호사를 부르던가."

절대 말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그럼으로써 시간을 끌어보려고 했던 형준의 예상과 다르게 두 사람은 뭔가 상의하더니 말을 시작했다.

"당신은 절도죄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피의로 체포되었소.

지금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소. 당신이 MIT박사라 하니 우리에게 협조하기 바라오. 매우 중요한 사항이고 외부에 절대 유출되거나 확산되어서는 안되는 사항이기 때문이요. 단순히 학문적인 관심으로 이 문제를 보아서는 안됩니다. 아시겠소?"

"......"

"우리는 펜타곤의 수사요원이요. 당신이 산타블루 연구소의 극비 파일을 해킹해서 갖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소. 그 파일은 외부에 누출되어서는 안되는 비밀이요. 이 USB가 그거요?

"그렇소. 그런데 그 파일이 무엇이기에 국방성에서 관여하는 거죠?"

펜타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소? 우리의 임무는 그 파일이 외부에 누출되지 않도록 다시 회수하는 것이요. 또 누구에게 넘겼소. 한국이요? 북한이요?"

눈이 험악해졌다.

형준은 생각했다. 이 문제는 협조해야 한다. 문제를 야기시키거나 확대시킬 아무런 이유가 없다.

알고 있는 걸 말해야 한다. 진실을…….

"정직하게 말하겠소. 나는 어느 나라의 첩보원도, 산업스파이도 아니오. 다만 내가 연구 중에 이해할 수 없는 자료를 보다가 단지 그 자료를 좀 더 분석하기 위해 빼온 것 뿐이오. 당신들이 펜타곤에서 온 이유를 오히려 내가 모르겠소. 이것이 무슨 국가 안보에 걸려 있는 문제냔 말이오?"

"당신이 본 자료는 뭐요?"

"식물 플랑크톤이었소."

"뭐?"

"그렇소. 식물 플랑크톤의 번식에 관한 자료였는데 그것은 내 프로젝트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는 자료요. 왜냐하면 식물 클랑크톤의 분포도에 따라 고래같은 수산자원이 어디 있는지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요. 그런데 연구원이라면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자료가 2중 3중의 보안장치로 잠겨 있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나서 풀어 본 겁니다."?

"풀었소?"

"물론"

"그래서, 내용은 무엇이었소?"

"하지만 내용은 모르겠소."

"왜? 당신 전문이라며.."

"독일어로 씌여 있었소이다. 영어나 한국어라면 내가 왜 모르겠소. "

사나이들은 다시 서로 마주 보다가.

"그래서" 하면서 말을 다그쳤다.

"우리 형에게 보냈소. 우리 형은 독일에서 유학을 했소. 뮌헨에서. 그것 뿐이오. 왜 당신들이 이렇게 난리치는지 모르겠소."

허둥대며 그들이 말했다.

"형은 어딨소. 형 말이요."

"내가 어떻게 알겠소. 다만 나는 형에게 자료를 보내서 분석을 부탁하고 싶었소. 그런데 당신들이 망친거요. 일을.."

"잘 들으시오. 조형준 박사. 이 문제는 그런 문제가 아니오. 당신이 박사에 연구자라니 협조를 해야 합니다. 우리도 이 파일이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오, 다만, 상부에서 국가 보안상 매우 중요한 자료니 절대로 외부에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시를 받은 겁니다. 그러니 빨리 형에게 연락해서 자료를 가지고 오도록 하시오. 당장."

형준은 머리를 굴렸다. 국가기밀상의 문제라 하니, 한 번 안 이상 잘못하면 복잡하게 얽힌다. 형과 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그 파일의 내용일 것이다.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두려움이 슬그머니 찾아왔다.

"우리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습니까?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니 두렵소."

"진실만이 보장해 줄 것이요. 거짓말하면 더욱 더 어려워집니다."

"형에게 연락해 보겠소. 하지만 형은 아무 죄도 없습니다. 나는 절도죄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요원들에게 건네받은 핸드폰으로 형준은 현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갔지만 받지는 않았다.

몇 번을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형준은 불안해졌다.

'아니, 벌써 형에게 사람이 갔다는 말인가?

형은 김치를 냉장고에 잘 보관하라는 말을 전해 들었을까?'?

현구가 살고 있는 메사추세츠 2번 블리바드에는 검은색 선팅 포드벤이 20분 전부터 서 있었다.

현구는 집에 없었다.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 백인 사나이들은 아직도 여전히 컴퓨터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진짜 고수를 만났던 것이다.

조현구 박사. MIT전산 연구소 소장.

형준의 전화 속에서 은미는 다급하게 외쳤었다.

'김치, 냉장고에 잘 보관하라고. '

그렇지. 우리의 학창시절 암호 아닌 암호.

MIT 학부시절 학부생과 대학원생으로서 같은 기숙사에서 현구와 형준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보물을 그렇게 말했다.

어머니가 한국에서 부쳐주시는 김치..

김치 냉장고에 보관된 김치를 아껴서 꺼내 먹으면서, 형제는 둘만의 비밀스런 기쁨과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느끼면서 힘을 얻었다.

돈보다 귀한 김치.

그것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라는 형준의 메시지임을 현구가 어찌 모르랴. 그는 파일을 다운받고, 즉시 컴퓨터를 포맷하였다. 그리고 즉시 집을 나왔다. 손에는 노트북 컴퓨터와 USB 한 개.

형준이가 그랬지.

"어머니가 화가 났다고 도서관에 가라고"

그렇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는 거야. 피신해서 자료를 분석해 보라는 것이겠지. 자식.....

그래서 그는 즉각 집을 나온 것이었다.

현구는 시계를 보았다.

오늘은 바쁜 날이었다. 주말을 이용해서 그는 산호세에 있는 실리콘 밸리의 서기영을 만나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자문 때문이었다.

시간이 아직 일렀지만, 그는 일단 공항으로 가서 그리고 서기영의 집에 머무르면서 형준이 보내준 파일을 읽어보면 딱 좋을 것 같았다.

'그래 형준아 걱정마라. 실리콘 밸리 도서관으로 갈테니...'

그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보딩 타임까지 남는 시간을 이용할 겸 컴퓨터를 열었다.

파일을 읽기 시작했다.

형준이 파일을 보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독일어였다. 한참을 읽었다.

놀라웠다.

해양생물에 관한 사항이라 이해하기가 어려운 대목도 많았지만, 이 파일이 왜 비밀스럽게 현준이 자기에게 보냈는지는 충분히 이해될 정도의 내용은 알 수 있었다.

현구는 심각해졌다.

장난이 아니었다.

예전에 종종 그랬던 것처럼 형준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면 무슨 노벨상감 이론이라도 되는 양 쉬쉬하며 형에게만 파일을 보내주곤 했던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은미의 다그치는 듯한 외마디 소리도 이해가 갔다.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문득, 10여년 전 용산 미8군 벙커에서 카츄샤 통역병으로 근무했던 시절이 기억났다. 이 사항은 알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안 이상 스스로를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문득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공항이 가장 위험한 장소였다.

이미 현구의 이름이 항공편 예약과 함께 보딩패스에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그는 부랴부랴 공항을 뛰쳐나왔다.

공항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자고 하자, 흑인 기사는 쓱 현구를 쳐다보았다.

기사가 택시를 출발시키자마자 반대편 도로에는 검은색 포드 벤 두 대가 부리나케 서고 있었다.

터미널에 도착한 현구는 천천히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반대편 출구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 아무 골목이나 들어가서 모텔을 하나 잡았다.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수도 없이 걸려와 있었다. 형준이 번호도 찍혀 있었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전화할 때가 아니다.

그는 무언가를 컴퓨터로 열심히 작업하였다.

산호세의 관문 샌프란시스코 공항에는 아까부터 포드맨들이 누군가를 찾는 양 탑승객 명단을 대조하며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형준이 현구의 전화를 받은 때는 사나이들과 같이 아침 겸 점심, 브런치로 햄버거를 막 먹고 난 조금 후였다.

현구는 조용히 말했다.

"옆에 있는 사람들 바꿔라."

사나이들이 받았다.

"잘 들으시오. 내 동생 형준이 보낸 파일은 안전하오. 누구에게도 유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요. 하지만, 내 동생이 어디 있든 나와 만나도록 연결하지 않으면 그 파일은 전 세계로 퍼질 것입니다.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만, 나는 지금 그 파일을 위키피디아에 걸어 놓았소. 내가 클릭하는 순간, 이 파일은 위키피디아 다시 말해 인터넷 백과사전에 떠서 초등학생까지도 퍼갈 수 있다는 말이요.

그리고 미안하지만, 그 클릭은 리모콘으로 작동하오. 지금 내 전화를 받고 번호를 추적해서 나를 체포한다 하여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는 거요.

나는 지금 보스톤 고속버스 터미널 뒷골목에 있는 홀리데이인 모텔 305호실에 있습니다. 동생을 데리고 앞으로 1시간 후에 오시오. 나는 조현구요.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클릭이 빨라집니다."

현구는 안다.

1시간이면 빠듯한 시간이라는 것을. 그래야 다른 생각을 못하는 법.

덩치 큰 사나이들이 허둥대는 모습이란 우스꽝스럽다.

여기저기 전화를 하면서 덩치 둘은 부산하게 형준을 데리고 호텔을 나왔다.

상대가 컴퓨터의 프로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안다. 장난 칠 여유가 없다.

모텔에서 사나이들과 같이 온 형준의 안전을 확인하자 현구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당신들이 어쨌든 어느 기관이든 미합중국 기관원이라는 것을 압니다. 나도 미국을 사랑하오. 하지만 우리의 안전도 소중하오. 섣불리 우리를 체포하거나 건드리지 마시오. 컴퓨터의 자동작동시스템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내가 먹고사는 이유니까.

나를 당신들의 상관에게 안내하시기 바랍니다. 당신들이 알 내용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파일은 내 동생이 없으면 안됩니다. 전공이 달라서요."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컷1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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