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의 빈집과 창고 등을 활용한 이 프로젝트는 도시에서 밀려난 청년 예술가들에게 마을과 소통하며 작품을 공유하는 것을 조건으로 작업공간을 내어주고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화가들이 지내는 동안 농가는 갤러리로 변신하고 창고는 공방이, 카페는 영화관이 되었다.
가난한 청년예술가에게는 작업 공간을 선물하고 젊은이들이 떠난 시골마을을 지키는 노인들에게 예술 작품 감상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청년작가 완주 한 달 살기 덕분에 예술가는 예술 활동의 터전을 찾았고 고령화 되어가던 완주는 활력을 찾았다.
강화도의 중앙시장에도 청년의 바람이 뜨겁다. 수도권에 위치한 강화는 관광지로서 유동인구는 많지만 청년들의 지역정착이 쉽지 않아 고령화 되어가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청년의 일자리 창출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시작된 강화 청년몰은 강화군의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하나의 기반이 되었다.
강화의 문화와 특색을 담은 점포들 사이로 문화공연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전통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청년몰을 중심으로 강화는 생산-제조-유통-서비스-문화기획까지 1차 산업에서 6차 산업을 아우르는 경제활동의 모델을 만들게 되었다. 청년의 문화-예술적 욕구와 지역 산업이 만나고 그에 대해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이곳에서 청년들은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시대, 사람들은 농촌이 청년들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한다. 농업생산기반의 IT 산업화가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한다. 도시의 취업난에 지친 청년들은 농촌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싶고, 인구감소의 위기에 내몰린 지자체는 청년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성공 사례만으로 청년 귀농, 귀촌의 장밋빛 미래를 확언하기에는 역시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 4차 산업형 청년 귀농인들이 유명세를 타고 정부와 지자체의 청년 귀농귀촌 지원이 늘면서 농촌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귀농에 성공하는 빈도는 턱없이 낮다.
10여년전, 은퇴한 중장년의 귀농 붐 이후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귀농인의 실질 소득을 살펴볼 때 소득이 전혀 없는 경우가 27.3%로 가장 많으며 300만 원 이상의 월 소득을 보이는 경우는 2.8%에 불과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 귀농한 이들 가운데 다시 농촌을 떠난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청년 귀농을 권장하는 지금의 정책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의 귀농 지원정책이 청년을 시골로 보내는 것, 청년에게 농업의 매력을 강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귀농청년들의 관심은 농사가 아니다. 도시에서 자란 청년들이 농사를 짓기는 쉽지 않다. 청년들은 농사가 어떻게 IT와 만나는지 궁금하지만 모든 귀농인들이 농업의 IT화를 꿈꾸며 농촌을 찾는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마을의 환경이 어떻게 예술과 만나는지가 궁금하고 누군가는 마을 공동체가 어떻게 내 생활의 터전이 되고 나의 생활이 어떻게 문화가 되는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 농촌에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는 가장 중요한 고민이다. 경제활동과 소득이 없는 농촌에 청년의 미래는 없다. 전라북도 완주와 인천 강화의 모델은 청년의 욕구·문화 예술의 가치, 문화 산업과 지역 경제의 만남이라는 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청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라보고 그것을 지역 산업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년의 도전이 농촌을 살릴 수 있도록 청년의 시선에서 귀농귀촌을 설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청년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농촌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박윤옥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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