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리뷰] 넌버벌 커뮤니케이션의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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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넌버벌 커뮤니케이션의 활력

이세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

  • 승인 2017-11-26 11:50
  • 신문게재 2017-11-27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이세열
이세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
포항지진의 여파로 연기되었던 대입수능이 무사히 끝났다. 이제 대부분 수험생들에게는 면접이라는 또 다른 관문이 남아있다. 면접(面接)시험은 말 그대로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만나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면접은 대입 수험생이나 취업 준비생 앞에만 놓여있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 모임에서, 직장에서 부부, 친구, 동료 간에 늘 주고받는 것이 면접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면접에 대한 거부감, 두려움, 불편함 등을 호소하고 있다. 자신을 전달하는 것이 미숙하다는 생각에서다. 심하게는 사람과 눈도 맞추지 않고, 아는 사람을 만나도 인사만 하고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상호교류나 행동에 장애가 있어 사회적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한다.

과학계에서는 과학적 성과를 쉽게 정리해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매우 힘든 상황을 일컬어 '케플러의 난제(Kepler's Problem)'라고 한다. 400여 년 전, 행성의 운동법칙을 발견한 천문학자 케플러가 자신의 통찰을 도저히 남들이 이해하게 설명할 수 없어 애를 먹었던 데서 비롯한 말이다.

제 아무리 위대한 과학적 발견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사회는 받아들이지를 않는다. 특히 현대 과학기술은 단순한 탐구적 차원의 지식이 아니라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인류의 삶에 깊숙하게 개입돼 있다. 독일 콘스탄츠 대학 에른스트 페터 피셔는 다윈이나 아인슈타인 등의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간단명료하게 정리하고 세상에 알려 소통하려고 했는지를 살펴본 후 "과학자는 자신의 통찰을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고 했다.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쓰면 소통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통은 말과 글로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말하기와 글쓰기에 앞서 상대의 마음을 여는 일이 더 우선적이며 중요하다. 프랑스 작가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소통은 말과 글로 하는 게 아니라 비언어적인 요소로 상대가 나를 받아들이게 만드는 기술이다."고 했다. 미국 UCLA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러비안도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목소리는 38%, 보디랭귀지는 55%의 영향을 미치는 반면, 말하는 내용은 겨우 7%만 작용한다."고 했다. 몸짓, 자세, 시선, 눈빛, 표정, 제스처, 분위기, 의상 등과 같이 언어 외 수단을 이용한 넌버벌(Non-verbal) 요인이 93%나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계 연구자들도 논문, 연구 성과, 사업계획 등을 발표할 때나 대중매체 또는 대중과의 대면접촉 시에 넌버벌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계가 아스퍼거 증후군에서 벗어나 케플러의 난제를 제대로 풀어내려면 개인의 역량에서 조직역량으로 강화된 넌버벌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

우리의 일상적인 소통에도 마음을 표현하는 올바른 넌버벌 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랑해', '이해해'라는 말을 딴 곳을 쳐다보면서 한다면 진심이 아니지 않겠는가! 면접을 앞둔 수험생은 물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지금 바로 거울을 보자. 어색한 몸짓, 자세, 시선, 눈빛, 표정, 제스처, 분위기를 교정해 보자. 자신에 찬 넌버벌 커뮤니케이션은 면접시험, 가정생활, 사회생활에 활력을 보태주게 될 것이다. 이세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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