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일 ETRI 차세대콘텐츠연구본부 프로젝트 리더(PL) |
연구개발 일선에서 바라보는 4차 산업혁명의 모습에서 다른 산업혁명과 구분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역설적으로 그리 혁명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즉, 산업혁명의 발현이란 과거에는 없던 기술적 요인이 생기면서 사회적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에 반해, 이번의 경우는 이미 3차 산업혁명의 정보화 시대에 발생되어 도처에 숨어있던 기술적 요인들이 현실화 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미 있던 기술적 요인들이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달성되면서, 모두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순간 시대적 변화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건데, 대량의 데이터가 흐르는 정보화 시대에서 필연적인 요구사항은 해당 데이터 의미를 파악하여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이미 초기 인공지능의 모습은 생활 속에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정보 검색 결과를 추출하여 제시하고, 게임 상대로서 사용자를 대적하고, 고속도로 위 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하는 과정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다만 중요한 관점은 이러한 정보인식의 단계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높은 수준에서 달성 되었는가 이다.
당시, 기술적 수준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성이었다. 이것은 곧 같은 조건이 주어지면 항상 동일한 결과를 확보할 수 있느냐라는 안정성 문제로 치환 되었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된 주요 방법은 조건의 설정이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알고리즘은 몇 층의 버튼이 눌려있는 지와 현재 엘리베이터 위치의 상대적 거리라는 특정 조건에 기반해 수행되었다.
정보검색과 게임 플레이, 차량번호 인식 등도 유사한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결국 잘 설정된 조건에 의해 정해진 결과를 얻는 원리는 정보화 시대의 전반적인 한계로 고착되어 있었다. 즉 정보화 과정이란 해당분야 전문가가 정보처리 단계를 얼마나 잘 설계하는가에 의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설계되어 동작하는 인공지능은 사람의 능력을 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근래에 들어 이러한 관점에 변화가 생겼다. 바로 올바른 결과가 얻어지는 최적의 조건을 스스로 찾아내는 방법(기계학습)이 발전하면서, 가르쳐준 선생님보다 더 똑똑한 결과를 내는 학생과도 같은 인공지능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방법론들을 기반으로 이러한 문제를 제일 먼저 돌파한 분야는 이미지 인식 분야였다. 결과적으로 현재 차량 번호판 인식의 경우 인간보다 높은 성능을 보이고 있다.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게임 분야의 알파고 역시 최고 수준의 인간 판단능력을 뛰어넘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비로소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 졌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하는 점은, 단순 계산이 아닌 인간수준의 문제풀이 분야에서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이 달성되면서 인공지능의 파급효과가 설명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과거 로봇3원칙이나 튜링테스트 등 모호하게 설명되었던 인공지능 기술의 효용성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판단 잣대의 구체화는 중요하다. 사람과 직접 경쟁하며 기술적 수준을 체감할 수 있는 게임 인공지능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순간이다.
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실세계 문제를 풀어내는 인공지능의 역량으로 사회적 변혁을 유도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게임 속 가상세계가 점점 실세계와 가까워지고 있는 현 시대에서 게임 인공지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구글의 알파고 제로나 ETRI의 게이머 행동예측 및 대응 시나리오 자동생성 기술개발 소식을 통해, 필자는 오늘도 바로 곁에서 손에 잡힐 듯 느껴지는 미래 세계를 그려본다. 양성일 ETRI 차세대콘텐츠연구본부 프로젝트 리더(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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