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톡] 나무처럼 산다면 이미 충분하다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심리 톡] 나무처럼 산다면 이미 충분하다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 승인 2017-11-24 00:00
  •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나무650
게티 이미지 뱅크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고등학교시절에 '나무예찬', 정확히 수필의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다. 나무는 나를 닮았다. 아니, 내가 나무를 무지 닮고 싶다. 그만큼 나는 나무를 사랑한다. 며칠 전 복지관 강의에서 동화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어준 적이 있다. 읽을 때 마다 전해오는 느낌이 이렇게 다를까. 나무는 그랬다. '외로웠다고' 그리고 '기다린다고'... 그러나 더 깊이 나무는 '이래도 저래도 너가 행복하면 된다' 라는 부모와 같은 마음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다.

'이, 바보야, 너 마음은 중요하지 않고?' '외롭다고, 왜 이제 오냐고' 이렇게 라도 말이라도 하지... 그렇게라도 투덜대지 않는 나무, 그래도, '왔잖아'.. '그래, 맞다' '나를 찾아 왔네.' 그래도 무언가를 줄 수 있었던 나무의 행복은 마치 부모와 같은 신실한 사랑 같다.

그랬다. '나무의 기다리는 시간'은 내가 생각하는 '크로노스 시간'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라 함은 '카이로스 시간'이었다. 사랑의 시간, 기다림의 시간은 '카이로스 시간'이었다. 어느 시점에서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나무라 해도 모두가 다 똑같은 나무가 아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사랑과 관심, 인정받기를 원하지는 않았나?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를 너무 외롭고 아프게는 하지 않았는가? 곧 그것이 자신 안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수많은 질문들이 뇌리에 스친다.

우리의 삶은 때로는 착하지 않는데, 착하게 살려고 애쓰거나,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은데 두려움 속에 살다가 마음을 다치게 되는 경우들을 경험한 바는 없는가. 스스로 영향력 있는 나무이고 싶어하지만, 준비되지 않거나, 전혀 모르고 살아왔던 날들로 인해서 상처받고 있지는 않는가? 살다보니, 자신이 의도한 바가 아닌데도 상처를 주거나 받기도 한다. 그러나 정신분석가 프로이트는 모든 행동에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정신분석가 프로이트는 "의식은 그 자체로 끊어지지 않는 연속적인 연결성을 형성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의 과정을 의식의 과정으로 번역해 주어서 결과적으로 의식의 틈을 메워주는 것"이라고 했다.

나무는 그랬다. 자신의 몸에 칼로 이름을 새기고 떠나도, 새가 와서 똥을 싸고 가도, 누가 자신을 베어가도, 강한 바람에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뿌리가 뽑혀도, 그는 그걸로 족했다. 내 안의 나무를 그리워하는 것은 갈망일 것이다. 또한 그것에 대한 나의 부족한 내면이 있기때문일 것이다.

헨리 나우웬의 『상처입은 치유자』에서 긍휼히 여기는 사람에게는 어떤 기쁨이나 슬픔, 어떤 삶의 방식이나 죽음의 방식도 다 받아드린다. 그것이 부와 가난, 교육을 받는 자와 무지한 자, 언어와 국가의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있다고 했다. 그 긍휼을 '나무'에서 배운다.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당신의 그늘이 되어주고, 당신의 친구가 되어주고, 당신이 어디에서 살든지, 어디로 가든지, '기다릴게. 언제든지' 이렇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나무. 그럴 수 있기에 나무의 삶은 이미 충분하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심리상담사 김종진 씨가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