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 (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
TV뉴스는 멋진(?) 기사를 작성하더라도 촬영기자의 영상 뒷받침이 부족하면 전달력이 떨어진다. 시각 매체이기 때문이다.
큰 딸이 세 살 때였으니까 27년 전, 대전의 한 가정에서 유아가 작고 동그란 '폐 수은건전지'를 삼킨 사건이 발생했다.
선배의 리포트 제작 지시가 떨어졌고 지금도 그렇지만 뭐가 좋다고 입원한 자기 자식을 촬영하라고 허락할까?
부모 인터뷰는 당연히 NO. 취재는 마쳤는데 화면영상이 과제였다.
모자이크 처리 설명에도 모두 거절해서 수은의 해로움을 전문가 인터뷰로 대신하는 수밖에….
당시 리포트 임팩트는 유아가 수은을 입 속에 넣고 '오물오물'하는 영상이 압권!
어린이집을 찾아 '텔레비전에 얼굴 나오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결론은 헛수고였다.
병원 소아병동 '풀 샷'과 '폐 수은' 영상만으로 감동(?)있는 리포트는 어려웠다.
그런 찰나. 오 유레카!!!
내 딸을 잊었다니 나이도 피해 영아와 똑같다.
"여보 리배 집에 있지? (그땐 큰 딸만 있을 때) 리배 텔레비전 나오게 하려고."
"와! 우리 리배도 텔레비전 나오겠네."
빨리 오라는 아내의 반가운 목소리에 집에 도착해 설명하니 "왜 이런 위험한 것을 우리 애를 시켜요? 정말 삼키면 어떡하라고?"
설마, 아빤데 고발은 안 할터 딸에게 폐 수은을 입에 넣도록 유도하면서 촬영 선배에게 "빨리 찍어요 빨리!"
성공이었다. 뉴스가 송출된 후 "박기자 요령도 좋아! 어떻게 섭외해서 찍었어" 부장님 말씀에 "여기저기 다녔죠."
2년전 결혼해 첫 아들을 낳고, 다음 달 둘째 출산을 앞둔 큰 딸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리배야! 아빠가 텔레비전에 나오게 해 줬지? 모델해 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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