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책표지에 엄마토끼가 아기토끼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바라만 봐도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배어나오는 책.
엄마라는 이름만큼 가치 있고 무수한 의미를 가진 단어가 세상에 또 있을까? '엄마 오늘도 사랑해'는 지은이가 자신의 성장사를 잔잔히 예쁜 그림과 함께 담아낸 어른을 위한 자전적 그림동화다. 진한 청색의 페이지에 홀로 서있는 예쁜 여자토끼가 별을 만나고 별을 마음에 담아 점점 배가 불러오고 예쁜 아기토끼를 품에 안는다.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여자토끼는 입덧도 참아내고 인내하며 안아든 아기토끼가 눈도 두 개, 귀도 두 개, 손가락 발가락 열 개씩 있는 것을 확인하며 극도의 안도감과 벅찬 감동을 느꼈을 터, 첫아이를 임신하고 출산 후 처음으로 조심스레 안아들고 엄마토끼와 똑같이 확인했던 내 모습이 오버랩 되며 눈물이 났다. 세상 모든 초보엄마는 새로운 생명을 10달 동안 몸 안에서 보호하고 잉태시키는 그 모든 순간이 두려움이고 감동이고 감사인 것을 그 순간만큼은 한마음인 것을 알게 되었다.
단칸방에서 한 살 두 살 세 살이 되어도 말 안하는 아기, 피곤한 아빠가 편안히 잠들도록 소리를 아예 끈 텔레비전 앞에서 웃고 있는 아기를 본 엄마토끼는 서울 큰 병원까지
데려간다. 청각장애 판정을 받고 아기토끼를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엄마토끼…. 감히 짐작컨대 그 순간 엄마토끼의 마음에 스치는 원망, 불안함, 막막함 그 수많은 감정 중에 가장 아픈 건 웃고 있는 아기토끼를 바라보며 느꼈을 안타까움 아니었을까? 아기를 병원에 데려갈 때마다 내가 느꼈던 감정들, 아픈 자식 학교에 보내기 위해 무릎을 꿇었던 tv 속 어느 엄마들의 마음 등 여러 가지 생각에 먹먹해진 마음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아기토끼가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애쓰는 엄마토끼의 모습이 애달프고 안쓰럽다. 한 단어를 가르치기 위해 수백번을 반복해서 말하고 넘어지다 라는 단어를 가르치려 수백번을 넘어지며 설명하는 엄마토끼는 막막함에 힘들고 좌절하다가 또 용기를 낸다. 일반 학교에 보내려 교실까지 업고 녹음테이프를 선생님께 받아 집에서 계속 반복해 가르치고…. 아기토끼는 결국 자퇴하고 힘겨운 사춘기를 견디며 봉사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 엄마의 마음을 조금도 흉내 내지 못하겠다는 아기토끼는 세상 모든 화살을 대신 온몸으로 막아주는 방패 같은 엄마에게 매일매일 사랑한다고 말한다. 다음 생에는 내가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는 아기토끼의 고백은 나를 정말 아프게 했다.
결혼 전 자식을 낳아봐야 내 심정을 알거라던 내 엄마의 푸념이 생각나고 내가 자식 키우며 울 때마다 내 등 뒤에서 나를 보며 울던 우리 엄마. 그 한없이 큰 사랑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고, 내 토끼가 나를 보며 표현하는 사랑만큼 나는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토끼였던가?.
나이가 들수록 세상 사람들이 입 모아 말하는 충고 하나,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나무가 고요하고자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 책은 나에게 애잔한 감동과 함께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살던 중요한 것 하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여러분도 더 늦기 전에 추운 겨울 따뜻한 난로처럼 엄마를 안아주길, 사탕보다 달콤한 목소리로 사랑을 표현하길, 엄마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음에 감사하길.
그리고 엄마 귀에 대고 속삭여보길 바란다. '엄마 오늘도 사랑해'라고.
조혜진(가양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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