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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는 곳에 문화가 있다. 행복과 고난의 순간에도 인간과 함께하는 문화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찰나에도 존재한다.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말하는 '생활문화예술'의 부흥도 이런 맥락이다. 사람이 모여 기쁨을 나누고 슬픔을 잠재우는 작은 문화예술이 또 다른 누군가의 기쁨이 되는 생활 속 문화예술의 나눔 말이다.
지난해 9월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 대표는 시민과 함께한 문화단체 출신답게 문화예술을 시민과 나누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구상 중이다. 마을 단위에서 문화예술 동아리가 탄생하고 그들이 대전예술가의집에서 실력을 뽐낸다. 무대는 마을과 마을을 뛰어넘는 동아리의 융합이 펼쳐지고 이들의 좋은 영향력은 문화봉사로 지역 소외 이웃에게 전파된다.
이들의 곁엔 문화재단이 있다. 지역의 수요를 중앙정부에 전하고 정책적으로 체계적인 문화예술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재단의 걸어온 길엔 고난도 있었다. 최근 몇 년간 구설에 오르내렸던 재단은 올해는 '1단체 1지원' 사업과 조직관리 등으로 잡음이 일었다. 시행착오를 통해 더 단단해질 문화재단의 수장을 지난 20일 만났다.
다음은 1문 1답 내용이다.
-취임한 지 1년여 시간이 지났는데 소회가 궁금하다.
▲취임식 때 문화단체들과 시민 예술 생태계를 위해 거버넌스를 잘하고 싶다는 것과 직원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재능이 문화재단에서 일하는 데 발현됐음 좋겠다고 말했다. 아주 이상적인 취임사였다. 실제 사업을 하다 보니 사업이 많아서 하나하나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외부에서 본 건 일부에 해당된 것들이었다. 방대한 사업과 공간 운영, 조직 관리 등 쉽지만은 않았다. 이해관계의 상충이 조직 내외로 많은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푸는 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인지를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취임 후 소통을 강조했는데 스스로의 평가는 어떠한가.
▲시민 입장에서 문화 공간 개방에 대해 강조했던 부분이 있다. 대전의 문화공간은 오후 6시가 지나면 문을 닫는 시스템이었다. 시민이 필요한 시간에 규정에 의해 문을 닫는 부분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재단이 운영하는 공간 5곳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원활하게 운영하고 있다. 자유학기제 도입에 따라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많은 학생들이 좋아하고 있다. 예술가의집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전통나래관이나 문학관도 그렇다.
젊은 예술인들의 소통도 의미 있었다. '차세대아티스타' 사업은 기수별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하면서 융합프로그램이 많이 나왔다. 억지로 융합하라고 하면 안 되지만 하고 싶은 걸 하라니까 재밌는 게 만들어진다. 좋은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기대된다.
-예술인 지원 사업 관련 잡음이 있었는데.
▲'1단체 1지원 사업'으로 촉발됐다. 재단이 지난해부터 문예기금 지원 사업에 1단체 1지원 원칙을 고수했는데, 이게 전국적으로 고르지 않다. 원칙이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그런 단어를 넣게 된 건, 한 단체나 협회가 독식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 부분을 좀 더 공정하게 지원 범위를 넓히고자 한 거라고 본다. 일부 단체들도 응원했다. 예술지원팀 내에선 원칙을 고수하되 어떤 사업은 예외로 두자는 의견도 있었다.
문제가 된 건 예외가 된 것에 공모기준에 넣지 않은 것이다. 행정적 실수가 있었다. 앞으로는 재단 내 공모사업에서 '1단체 1지원'은 없다. 시기별, 상황별 원칙은 달라지겠지만 그 시점에서 지향할 게 뭔지 찾아가겠다.
-예총회장 사퇴와 문화인사 성추행 사건 등 지역 예술계 일이 많았다. 문화기관 수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인 문제가 기관에 영향을 안 줬으면 좋겠다. 예술계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는 문젠데 공적 기관의 수장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어려울 것 같다. 자리에서 오랫동안 훈련되고 늘 바르게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는 개인의 소신들과 외부에서 오는 영향력의 역학관계 중심을 어떻게 잡는지의 문제인 것 같다.
-정부가 새 문화비전 수립 중이다. 개선되거나 반영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새 문화비전 안에 지역문화에 대한 관점이 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표이사 재직 전 문체부 사업에 관여했을 당시는 문체부 사업비를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해 생각했는데 문화재단 입장에 있다 보니, 지역에서 중앙단위 사업의 예산 배분을 수동적으로 받을 게 아니고 지역 내에서 지역 문제를 우리가 고민해서 우리의 지역 문화에 적합한 예산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다. 적극적으로 지역 문화는 무엇인가 생각하고, 그런 부분이 새 문화비전에도 지역문화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뀔 것으로 본다.
-생활문화에 대한 시민 관심이 뜨겁다. 재단의 방향은 어떤가.
▲지역문화는 동(洞)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마을 만들기 사업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문화 부분이다. 대전문화정책은 문화사업이 아니고 전반적인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흐름으로 봐야 한다. 이런 부분이 지역 내에서 공유되고 소통돼야 한다.
전국적으로 생활문화로 흐르는 추세다. 기존에는 시민이 향유하는 차원의 예술이었다면 이제는 체험 이상의 문화예술적인 감성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민 중심의 각종 동아리가 활성화되면서 예술가의집에 와서 발표하고, 다른 동아리와 합해서 프로그램 만들고, 소외이웃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문화봉사까지 연결해주는 플랫폼 형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현재 지역 문화 정책에 맞다고 본다. 그런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시민문화팀에 맞는 사업이 많이 생겼다. 그런 형상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문화재단 운영 방향은.
▲지금 드린 말씀의 종합이 될 것 같다. 2019년 10주년인데 내년도는 지나온 것을 정리하고 앞으로 가는 방향을 세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할 것이다. 조사연구사업을 많이 내년에 많이 담았다. 실제 대전에서 예술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예술인 복지를 위해서 일자리보다 일거리가 필요하고 지원해야 하는데 그런 방법을 더 찾을 계획이다.
-지역문화예술인과 시민에게 한 마디
▲재단에 대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큰 기관으로 생각해줘서 고마운 부분은 있지만 사업이 많다 보니 재단을 지원사업만 하는 곳으로만 여기는 것 같은 부분이 있다. 문화재단 사업 중엔 시민과 밀접한 사업이 많은데 시민과 같이 하거나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사업들이 주다. 문화를 위한 각계의 요구사항이 굉장히 많은데 그 요구사항을 잘 받아서 지역 문화의 질을 높이겠다.
대담=박태구 사회부장, 정리=임효인 기자,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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