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선문대 교수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2017년도 11월 1일 오전 또 한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별세하였음을 알렸다. 벌써 올해에 타계하신 분만 여섯 분에 이른다. 이제 정부 등록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국내에 33명, 국외에 1명으로 총 34명뿐이다. 지금까지 세상을 떠난 정부 등록 피해자는 205명이다. 공식적인 정부 등록 피해자의 14.2%에 불과한 34명의 피해자들만 생존해 계시며, 이분들조차 모두 고령으로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계속 될지는 의문이다. 관련 소식을 접할 때마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대한 회한이 서린다.
그녀들 중에는 어린 시절에 여성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처참한 고통과 그에 따른 차갑고 따갑게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결국 자신의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국외에서 눈을 감은 피해 할머니들도 많았다. 국내에 돌아와서도 그녀들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런 그녀들이 용기를 내기까지의 과정은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을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당사자들은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이나 2007년 연방하원에서 통과된 '위안부 결의안'을 앞둔 공청회 등에 참여하여 증언을 하였다.
그동안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에 비해 국민들의 정서적 지지나 국가차원의 지원과 외교적 대응은 매우 미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 어떻게 합의가 이루어졌는지, 그 정확한 내용은 어떤 것인지,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도 없이 최종적/불가역적이란 표현이 들어가게 된 경위 등에 대한 많은 의문이 존재한다. 새로 출범한 정부는 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 다다르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그들에게 고통을 주었던 주체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국민들은 일본에게 진심을 다해 '일본국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도 그녀들의 문제를 그저 외교적인 문제로만 대하고 있고 그것은 더욱 큰 고통으로 돌아온다.
아직 진심으로 뉘우치지 못한 일본을 보면 맹자의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의 하편 12장의 마지막 단락의 문구가 떠오른다. '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也.'라는 문구인데, 그 의미는 '경계하고 경계하라.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이다. 대학시절에 이 문구를 접하며 최소한 남에게 해가 되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어쩌면 그 내면에는 나로부터 비롯된 잘못들이 나에게 화살이 되어 그대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일본은 자신들로부터 비롯된 과오를 자신들이 청산하여야 함을 깨닫길 바란다. 부디 더 늦기 전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자신들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정영애 선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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