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교수 |
최근 중국의 침략으로 조선 국왕이 항복을 하는 '남한산성'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중국이라는 강대국에 인접한 약소국의 비애를 다시금 마음 깊이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 수많은 침략을 감행한 중국은 전통적으로 중화(中華)사상을 갖고 있다. 중화사상은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고 문화적으로도 가장 발달하였다는 사상으로 중국 외의 다른 민족들은 남만(南蠻)·북적(北狄)·동이(東夷)·서융(西戎)으로 부르면서, 중국의 천자(天子)가 다른 모든 민족을 교화하여 천하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천하국가관’을 갖고 있다. 중화사상에 기반을 둔 천하 국가관은 역사적으로 중국 특유의 지역패권주의로 표출되어 이웃 나라들과 끊임없는 영토분쟁과 갈등을 일으켜 왔다.
우리나라를 동이(東夷)라고 부르는 중국은 우리나라가 반만년 역사 동안 국경선을 맞대고 살아온 강대국으로 지리적 측면에서 우리에게는 숙명적인 나라다.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일본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강국들이 둘러싸고 있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지정학적 불행국’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크고 작은 침략전쟁은 우리나라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중국은 소소한 수많은 침략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로서는 국운을 걸고 응전해야 했던 대규모 군사침략도 감행하였다. 수 양제와 당 태종 이세민의 고구려 침략, 고려시대 원나라의 침략, 조선 중기 청이 일으킨 병자호란, 6·25 한국동란 때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은 대규모 중공군의 침략이 있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가 역사적으로 거대 중국에 의한 침략과 영토분쟁을 겪었거나 진행 중이다. 남중국해에서는 베트남과 파라셀군도(시사군도)와 프래틀리군도(난사군도)에서 영유권 분쟁을, 필리핀과는 팡가니방 산호초(Mischief Reef)와 스카버러 섬(Scarborough Shoal, 황옌다오)에서 영토 분쟁 중이다. 이들 외에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대만 등과 영토 분쟁을 하고 있다. 동중국해에서도 일본과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매우 심각한 갈등과 분쟁을 벌이고 있고, 우리나라와도 이어도를 둘러싸고 언제든지 갈등이 발발할 여지가 있다. 소련과도 국경인 아무르 강(헤이룽)과 지류인 우수리 강 유역의 영유권을 놓고 1969년에 국경 분쟁을 벌여 전면전 직전까지 갔다. 인도와는 국경 분쟁으로 1962년 10월 20일부터 11월 21일까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으며 올해에도 부탄의 둥랑 지역에 중국군이 도로를 건설하면서 양국 간의 국경 분쟁이 발발했다.
최근 중국은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서 국력과 영향력에서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장기 목표와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꿈을 버려야 한다”고 세계를 향해 경고하기도 하였다. 자국 이익을 위해서는 거리낌 없이 협박하고 보복하고 영토분쟁을 일으키는 중국의 이러한 모습은 최근의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도입과 관련된 중국의 각종 경제보복조치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팽창주의적이고 패권주의적인 강대국 중국은 토인비가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 ‘도전과 응전’의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중국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할 때 한국은 더욱 번성할 것이나 도전을 회피하거나 제대로 된 응전을 하지 못한 경우 우리는 세계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해외 교역량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가 된 중국과의 교역량은 한국 경제의 중국 무역의존도를 심화하고 있다. 이는 곧 중국경제에의 예속화라는 커다란 도전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경제적 레버리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사드 관련 보복 시 중국이 상품교역이 아닌 관광이나 유통분야에 치중한 것은 우리의 중국 수출품의 다수가 중국의 수출용 중간재 상품이기 때문이었다. 어느 중국 매체가 말한 것처럼, 사드 경제보복으로 우리만 손해를 입은 것이 아니라 중국도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여 우리가 100의 손실을 입었다면 중국 또한 80에 해당하는 손해를 당했다. 다음으로 한미 동맹을 더 공고히 하고 주변 강대국인 일본, 러시아 등과의 외교관계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세안국가, 인도, 중앙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신흥국 등과의 교역을 다변화해서 지나친 중국경제의존도를 낮추어 중국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신흥시장의 발굴 및 진출이라는 응전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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