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 좌측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아래 좌측부터)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대전)과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충남 보령),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충남 부여), 박종복 SC제일은행장(충북 청주) 등이 모두 충청 출신 금융인이다. 얼마 전 특혜채용 문제로 사임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충남 천안)도 충남 천안이 고향이다. 과거 2000대 초중반 영남 출신 금융인들의 위상이 높았던 시절과 대비된다.
조용병 회장은 신한은행장을 거쳐 신한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다. 김용환 회장과 함영주 행장도 각각 올해 4월과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충청권은 전통적으로 많은 금융인을 배출했다. 대전고와 강경상고는 1900년대 후반 많은 금융 관료와 금융인을 배출하며 충청권 금융인의 큰 줄기를 만들었다. 이규성 전 재무부 장관이 대전고를 나왔고, 한국은행 국장 출신 김정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강경상고를 졸업했다. 김건 전 한국은행 총재,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 이인호 전 신한은행장 등이 대전고를 졸업했다.
현재 신한금융을 이끄는 조용병 회장과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은 각각 대전고와 강경상고가 배출했다.
천경미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 담당 부원장보는 대전여상을 졸업하고, 충청은행을 거쳐 전 KEB하나은행 전무를 역임했다.
충청 출신들이 2000년대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2010년 이후 정치권의 금융권 외압논란으로 정치색이 옅은 충청 출신 인사들이 중용됐다. 소통 능력이 중시되면서 상대적으로 소탈하고 편안한 업무 스타일도 주된 이유다. 조용병 회장은 평소 소탈한 성품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엉클 조'로 불린다. 함 행장 역시 '시골 촌놈'으로 불리며 직원들을 배려하는 자세로 유명하다. 김용환 회장은 관료 출신답지 않은 친화력이 강점으로 평가됐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것도 약진의 배경이다. 빠른 판단력과 추진력을 갖췄다. 함영주 행장이 대표적이다. 말단행원으로 시작해 행장까지 오른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다. 박종복 행장 역시 입행 후 20여 년을 지점에서 일했다. 영업에는 일가견이 있다.
최근에는 일부 충청 금융인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다.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채용비리 사태가 불거지면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사임했다. 김용환 회장도 위기다. 최근 금감원 채용비리 연류 의혹을 받으며 검찰이 회장실을 압수 수색을 하기도 했다.
은행연합회장이 유력했던 충북 청주 출신 홍재형(79) 전 경재부총리도 지난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며 사실상 힘들어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충청권 출신은 영남이나 호남 출신과 달리 친화력과 소탈한 모습을 갖춰 조직을 통합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금융은 경제의 혈맥인 만큼 많은 충청 출신들이 중앙에서 활약한다면 충청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