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 긴 긴 밤, 그리운 이한테 편지를 쓰자

  • 오피니언
  • 여론광장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 긴 긴 밤, 그리운 이한테 편지를 쓰자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 승인 2017-11-17 00:00
  •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게티다람쥐
게티 이미지 뱅크
잠 안오는 늦가을 긴 밤, 찬바람이 이는 밤. 잠이 오지 않아 모처럼 멀리에 있는 친구한테 편지를 썼다. 다음날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 자주가는 우체국의 직원이 묻는다.

"작가님은 글을 쓰는 분이니 물어볼께요?"

"네, 그러세요."

"편지를 부치다와 붙이다는 어떤 말이 맞아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우리가 사용하는 우리말이 생각보다 어렵지요?"

그러자 그 직원은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맞아요. 작가님 어려워요 ……!"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편지나 물건을 어디로 보내거나, 사건·안건 등을 공판, 토론에 회부(回附)할 때는 '부치다'를 쓰지요. 예컨대 '편지를 그녀에게 부치고 왔다.' '그 마을의 회관건립 건은 마을회의에 부쳐 결정하자.' 입니다. 또, 반면 풀로 붙여 꽉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게 또는 가까이 닿게 할 때는 '붙이다'를 쓰지요.

"아, 그래요, 역시 '한국어 이야기' 작가답게 잘 설명해주시어 고마워요."

요즘은 SNS의 발달로 인하여 스마트 폰, 통, 밴드, 이메일이나 카페, 홈 페이지 등으로 편지와 의견을 주고 받는다.

이제는 편지를 쓸 일이 거의 없어 졌다. 시골에서 자랄 때 문학청년시절 미지의 소녀에게 편지를 많이 써서 부치곤 했다. 빠알간 우체통에 편지를 부치고 집으로와 답장 올 그날만을 기다리던 꿈으로 아롱진 그날이 참으로 그립다.

흔히 사용하는 우리말이 쉽지는 않다. 우리말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위의 경우도 일반적으로 혼동(混同)을 일으킬 수 있다. '밀어 부치다, 쏘아 부치다, 걷어치우다, 몰아 부치다'로 많이 쓰는 경우이다. 이때는 '밀어붙이다, 쏘아붙이다, 걷어붙이다, 몰아붙이다'로 사용해야 한다. 여기서 '-부치다'를 쓰지 않고 '-붙이다'로 적는 것은 '세게 밀어 한쪽으로 가까이 붙인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늦가을 언덕을 넘어 찬바람이 부는 초겨을의 길목이다. 긴 긴 밤 잠이 안올 젠 그리운 이한테 손으로 정성들여 편지를 쓰자. 그리고는 빠알간 우체통에 편지를 부치고 그리운 이한테 답장 올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보자! 사랑하는 그리운 이한테 받지못할 편지라도 눈물로 써 보자…!

"사랑하는 것은 /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 오늘도 나는 /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中略)//" (유치환 시인의 '행복'중에서)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김우영 작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