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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글을 쓰는 분이니 물어볼께요?"
"네, 그러세요."
"편지를 부치다와 붙이다는 어떤 말이 맞아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우리가 사용하는 우리말이 생각보다 어렵지요?"
그러자 그 직원은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맞아요. 작가님 어려워요 ……!"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편지나 물건을 어디로 보내거나, 사건·안건 등을 공판, 토론에 회부(回附)할 때는 '부치다'를 쓰지요. 예컨대 '편지를 그녀에게 부치고 왔다.' '그 마을의 회관건립 건은 마을회의에 부쳐 결정하자.' 입니다. 또, 반면 풀로 붙여 꽉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게 또는 가까이 닿게 할 때는 '붙이다'를 쓰지요.
"아, 그래요, 역시 '한국어 이야기' 작가답게 잘 설명해주시어 고마워요."
요즘은 SNS의 발달로 인하여 스마트 폰, 통, 밴드, 이메일이나 카페, 홈 페이지 등으로 편지와 의견을 주고 받는다.
이제는 편지를 쓸 일이 거의 없어 졌다. 시골에서 자랄 때 문학청년시절 미지의 소녀에게 편지를 많이 써서 부치곤 했다. 빠알간 우체통에 편지를 부치고 집으로와 답장 올 그날만을 기다리던 꿈으로 아롱진 그날이 참으로 그립다.
흔히 사용하는 우리말이 쉽지는 않다. 우리말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위의 경우도 일반적으로 혼동(混同)을 일으킬 수 있다. '밀어 부치다, 쏘아 부치다, 걷어치우다, 몰아 부치다'로 많이 쓰는 경우이다. 이때는 '밀어붙이다, 쏘아붙이다, 걷어붙이다, 몰아붙이다'로 사용해야 한다. 여기서 '-부치다'를 쓰지 않고 '-붙이다'로 적는 것은 '세게 밀어 한쪽으로 가까이 붙인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늦가을 언덕을 넘어 찬바람이 부는 초겨을의 길목이다. 긴 긴 밤 잠이 안올 젠 그리운 이한테 손으로 정성들여 편지를 쓰자. 그리고는 빠알간 우체통에 편지를 부치고 그리운 이한테 답장 올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보자! 사랑하는 그리운 이한테 받지못할 편지라도 눈물로 써 보자…!
"사랑하는 것은 /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 오늘도 나는 /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中略)//" (유치환 시인의 '행복'중에서)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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