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은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조직위원회 주곤중 부장, 또 하나는 한국정신과학기술원 박원순 책임연구원 앞으로였다.
대전광역시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정신과학기술원.
푸른 잔디와 호젓한 숲의 분위기를 이루고 있는 향나무와 은행나무, 플라타너스의 터널을 지나 기술원의 입구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먼저 화강암 정원석에 새겨진 복잡한 수식이 눈길을 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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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세상에 빛이 있게 되었다.'
마순원은 돌 위에 새겨진 수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소리 내 읽었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전기장의 시작은 전하이며
자기장은 전기장의 시간 변화율과 전류의 주위를 돌고
전기장은 자기장의 시간 변화율 주위를 돌고
자기장은 시작과 끝이 없으니
곧 세상에 빛이 있게 되었다.'
이 얼마나 간결하고 엄숙한 언어인가!
한국정신과학 기술원은 초과학, 또는 신과학이라 불리는 연구를 하는 연구원이다. 그곳에서는 기(氣)를 주로 연구하는 곳인데, 순원으로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연구분야였다.
하지만 기(氣)라고 하는 것이 파장이라고 하는 후루마쓰씨의 말에서 이런 연구가 새삼 순원에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순원은 정신과학 기술원의 방휘곤 원장과 연구원들의 과학 특강이 기억났다.
물리경시대회가 끝나고 대학 진학을 위해 고민하고 있을 때 방 원장은 졸업반 학생을 대상으로 '신과학으로 세상이 바뀐다'라는 제목의 특강을 했다.
그때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즉 동양의 가르침과 양자물리학이라는 두 개의 이질적인 세계가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 하는 주제의 강연을 했었는데 당시 강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러했다.
"…서구의 기계론적 물질론적 이원론에 바탕을 둔 사고체계는 마침내 한계에 오고 말았다.
갈릴레이, 뉴튼 같은 분석론자들에 의해 확립된 과학철학은 오늘날의 문명세계를 이룩하는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진화라는 입장에서 불가피한 과정이었을 수도 있지만 현대의 환경오염, 자원고갈, 생태계 파괴 등의 고질적인 폐해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지구적 위기를 이들의 이론체계를 통해 극복한다는 것은 또 다른 모순에 빠질 수 있다.
그리하여 동양사상을 비롯해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인류유산의 다양한 사고방식을 다시 한 번 음미하고 현대적으로 응용함으로써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동양에서 기(氣)라고 불리는 것은 서구 물리학에서는 설명이 안 되는 전혀 새로운 에너지장일 수 있다.
기를 이용하면 물리학이나 기존 과학이론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말하자면 유전자 조작 없이 밀의 유전자에서 나오는 미약한 에너지장- 이를 기라고 한다면- 을 이용하여 다른 곡물과의 교배종생산이 가능했다는 실험보고가 있다…."
그러면서 실제의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중국 태생의 의사로 문화혁명 당시 러시아로 망명한 치앙 칸젠(Chiang Kanzhen)의 주장인데, 치앙 칸젠은 DNA의 역할은 녹음테이프처럼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고, 실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생체에서 방사되는 전자기 신호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바로프스크에 있는 농업연구소에서 그는 20년 이상을 연구하면서 에너지와 정보를 주고받는 매개 역할을 하는 생체전자기장을 발견했고, 이것을 바탕으로 '생체마이크로웨이브' 장치를 고안했다.
그리고 이 장치를 이용하여 유전자에 대한 물리적 조작이 전혀 없이 밀에서 방사되는 미약한 전자파를 증폭해 이를 옥수수의 씨앗에 쪼인 뒤 심었더니 옥수수와 밀의 중간 형태를 가진 교배종이 자랐다. 옥수수가 열린 모양이 보통의 옥수수와 달리 밀처럼 이삭이 달리는 형태였고, 소출도 보통의 것보다 옥수수 알이 200%, 그리고 중량으로는 300% 많았다. 더욱이 새로이 얻어진 교배종의 형질이 다음 세대까지 유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실험결과는 생명장의 존재를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고 생명장의 속성은 전자파임을 증명한 것이라고 치앙 박사는 주장했지. 이런 연구 결과는 사실 수없이 많은데 기존의 과학자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마치 생소한 것처럼 보일 뿐이네."
그렇다면, 쉬뢰더씨의 튜라플라네스의 유전자 합성과 후루마쓰의 플라워텔레스코프의 연구는 다 무엇이란 말인가?
한국정신과학기술원에서는 한국인 연구원뿐만 아니라, 독일인, 러시아인, 중국인 연구원들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순원은 며칠 동안 후루마쓰씨의 연구실에 머물면서 나리코와 함께 하루 종일 감성뇌파전환기에 한국어로 감정표시 단어를 입력했다.
꽤 많은 한국어가 입력되었다.
"사실 식물들이 우리의 이렇게 섬세한 표현을 이해하리라고는 믿을 수 없습니다. 인간들도 자신을 표현하는데 2만개 정도의 어휘면 충분한 것이거든요. 그렇지만 아버지는 계속 원하고 계십니다. 그 이유는 알 것은 같지만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한 가지 묻겠습니다. 왜 동물들에게는 이런 실험을 안 하는 것이지요? 저는 동물들에게서 훨씬 더 흥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더구나 동물들의 감정은 분명히 표현되고 있지 않나요? 강아지를 보면?"
"인간을 제외한 동물의 감정이나 표현을 알게 되면 오로지 괴로울 뿐이라는 것이 아버지의 말씀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들을 살육하는 인간들에게 그들이 말하고 싶고 것은 호소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식물은 인간보다 고등한가요?"
"고등이라는 표현이 너무 단순하군요. 그러나 어떤 면에서, 식물에 따라서는 인간보다 우월한 면이 있다고?봅니다. 그래서 모든 어휘를 다 입력하시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순원은 다시 생각이 깊어졌다.
"알겠습니다. 나리코씨. 그리고 지난번에 외국인도 입력하시고 싶다고 하셨죠.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러시아인과 미국인, 그리고 네덜란드인이면 어떻습니까?
아프리카인이나 중동인은 곧 다시 찾아봐 드리죠.
아무튼 이러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이니까요."
(계속)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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