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 하나가/ 처마 밑으로 떨어져/ 얼굴 한 쪽이/ 금가고 깨졌지만/ 웃음은 깨어지지 않고
나뭇잎 뒤에 숨은/ 초승달처럼 웃고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한 번 웃어 주면/ 천년을 가는/ 그런 웃음을 남기고 싶어/ 웃는 기와 흉내를 내 봅니다.'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수록된 동시 '웃는 기와'의 이봉직 시인이 일곱 번째 동시집을 냈다.
그의 신작 '새싹 감별사 모집'은 '시로 쓴 어린 왕자'라고 볼 수 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모티브로 한 시들과 페이지에 삽입된 일러스트들까지 '어린 왕자'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다. 그 유명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도 등장한다.
이전 동시집 '내 짝꿍은 사춘기', '우리들의 화해법'에서 어린이들의 내밀한 심리를 세밀하게 읽어내는 데 공력을 들였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들을 '어린 왕자'로 규정하고 있다.
시인은 우리나라의 부모와 어린이들이 '어린 왕자'로부터 얼마나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파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또한 순수성과 호기심,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은 어린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각박한 경쟁의 세계로 밀어 넣는 어른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 의도가 시집 곳곳에서 번뜩인다.
생텍쥐페리는 이렇게 말했다. '어른들도 모두 어린아이로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이 말을 곱씹어보면 정작 어른과 어린아이의 구분은 불가한 것이다. 이 세상에 나온 한 씨앗이 그냥 계속 자라고 있을 뿐이니까. 그걸 깜박한 어른들에게 시인은 이렇게 도움말을 준다.
어른이 다시/ 어린이가 되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쓸쓸하다는 생각이 드는/ 어느 날
하루에 해 지는 풍경을/ 마흔세 번/ 바라보고 오세요.
그러면 그날부터 다시/ 어린이가 될 수 있어요.
-'어린이가 되는 방법' 전문
작가는 "작품마다 '어린 왕자' 소설 구절을 인용해 주제나 질문 등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독자와 대화하듯이 시를 풀어썼다"며 "이런 독특한 방식의 시집은 한국에서는 첫 시도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소설 '어린 왕자'를 우리말로 옮긴이는 이봉직 시인의 아내인 박효정씨다. 그녀는 남자친구 같은 시인과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 왕자'를 우리말로 옮기며 마음으로 보는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아 행복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봉직 시인은 동아일보, 매일신문,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제1회 눈높이 아동문학상, 제1회 박경종 아동문학상, 제7회 한남문인상 대상, 제3회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동시집 '어머니의 꽃밭', '내 짝꿍은 사춘기', '부처님 나라 개구쟁이들', '웃는 기와', '우리들의 화해법' 등이 있다.
현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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