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단풍에 취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시낭송 콘서트를 마치고 기념촬영. |
'시, 단풍에 취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시낭송 콘서트.
김종진 대전시낭송인 협회장은 그야말로 명품이 아닐 수 없다.
역시 명품 시낭송 콘서트였다.
이번 콘서트는 단순히 시낭송뿐만 아니라 노래, 춤, 시극 등 지역주민들과 교류를 통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여 대전의 모든 시민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지역축제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특히 장종태 서구청장의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낭송은 삽상한 가을 바람을 타고 보라매공원에 울려퍼져 지나는 사람들마저도 이곳을 찾아 관객들 속에 합류할 정도였다. 그리고 박수갈채로 보답해 주었다. 그야말로 민(民)이 있는 곳에 관(官)이 있고, 관(官)이 있는 곳에 민(民)이 있는 한마당 축제였던 것이다.
장종태 청장, 그는 그렇게 서구민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서구민으로 산다는게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그의 시낭송이야말로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낭독이 아닌 낭송이었다. 마치 오늘밤 이 시낭송 콘서트를 위해 준비나 한듯 은은하고 감미로웠다.
출연자 대부분이 시의 운율과 분위기를 살리며 낭송 사이사이에 감정을 삽입했다. 그래서 관객들의 귀에는 맛깔스럽게 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모두 산문적 시까지도 운율적 언어로 노래하였다. 특히 산문시를 낭송한 이명순, 민효선, 박정숙이 그랬다. 그래서 시 텍스트와 독자의 정서가 완벽하게 교감을 이루었던 것이다.
오프닝무대로는 강준수, 강은실, 이규원 외 다수 인원이 출연하여 무대를 열어주었고, 특이할만한 것은 괴정중 1학년의 김유진 이수연 학생들이 출연하여 정호승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제 1부는 '다도와 어우러져'라는 주제로 회장 김종진, 박점순, 김숙, 이재분, 민효선이 출연하여 조선시대 멋스런 규수들의 다례와 국악연주를 통하여 다도의 예법을 선보였으며, 규수다례시연으로는 강소율, 이명순, 팽주 김종진, 박정숙, 박연임, 박점순이 출연하였고, 국악연주로는 가야금의 최명자, 대금 이상섭, 단소 정태희, 해금 이석준, 양금 한덕희, 장구 김동준이 출연하여 분위기를 살렸다.
제2부는 '시 낭송 아우르며'라는 주제로 이명순 낭송가가 김구선생의' 나의소원'일부를 낭송하였으며, 서정주의 귀촉도를 김기순 낭송가가, 조병화의 '늘 혹은 때때로'를 주필 시인이, 이동진의 '삶'을 이지선 시인이, 나태주의 '기쁨'을 최성이 시인이, 나태주의 '선물'을 김윤경 시인이, 나태주의 '눈부신 세상'을 박연임 시인이, 정현종의 '방문객'을 권선경, 송봉섭 시인이, 이기철 시인의 '나는 생이란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를 이다현, 유가희 시인이, 마종기의 '우화의 강'을 박해석, 허성애 시인이 낭송하였다.
제3부는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그날을 기약하며'라는 주제로 시극으로 엮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의 대표작 '참회록', '자화상', '서시', '흰그림자', '쉽게 쓰여진 시', '별헤는 밤'을 박정숙, 강임구, 한재명, 주영길, 김종태, 김종진이 출연하여 그야말로 시낭송의 극치를 이루었다. 마지막 무대 장식으로는 뮤지컬' 그날을 기약하며'를 권범성, 임영균, 강준수가 특별출연하여 깊어가는 가을밤의 정서를 한껏 살렸다. 음향감독은 박재홍 '아베레 예술단' 대표가 맡아 시청을 도왔다.
그렇게 가을밤도 깊어가고 숨소리까지 멈춘 듯한 시낭송도 무르익어갔다. 중간 중간 김종진회장의 깜짝 멘토가 이번 콘서트를 품격있게 만들어주었다. 김종진도 차분했고 출연자들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북쪽입구로 등장하여 역할을 마치고는 남쪽 출구로 빠져나갔다. 공연하는 90분간 관객과 출연진, 그리고 스태프마저도 하나가 되었다.
언제나, 어느 시낭송 동호회나 무대 뒤편은 어둡게 마련. 단체를 이끄는 김종진 회장은 무대와 무대 뒤를 오가며 진행을 하느라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조직을 선보이기 보다는 관리하고 유지하기가 얼마나 고충이 컸으랴. 그런데 그는 해냈던 것이다. 해마다 조직을 관리하고 연습시켜 선보이기까지 연약한 여인으로서 고충도 컸으리라. 이번 시낭송 콘서트가 30회라니 그 리더로서의 인품이 눈에 띄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조직을 잘 이끌고 연습시켜 무대 위에 세웠던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박수를 받아 내어 출연자들의 얼굴에 태양을 물려 주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가 명품이요, 그와 함께하는 대전 시낭송인 협회가 명품 협회인 것이다.
그의 음성은 늘 잔잔했다. 그래서 관객들의 가슴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감동을 주고, 듣는 이들로 하여금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빨려들게 만든다. 마치 하멜론의 피리부는 사나이가 부는 피리소리에 수많은 쥐 떼들이 이끌리듯 서구문화원 6층 아트홀 260객석을 꽉 메운 관객들은 김종진에 이끌려 가을의 정취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말았던 것이다.
한 마디로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깔끔한 콘서트였던 것이다.
무대 뒤에서 돕는 손들을 스태프라고 부르는데 조명의 색깔과 밝기가 조화를 이루게 하였으며, 과거 고등학생들의 교복을 구해 현장감을 느끼게 하였고, 출연자들이 입고 나온 의상들은 또 어찌 마련했겠는가? 그리고 이들을 돕느라 물심양면 협조한 기아자동차 박지철 대표와 30여 협조자 분들께도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계시기에 문화가 발전하고 삶의 질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감상 후 뒷맛도 개운했다. 장미꽃 한 송이씩을 모든 관람객들 손에 들려 보내는 아이디어는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을까? 어서 발길을 재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서 가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기를 두드리고 싶은 충동에 빠졌기 때문이다.
김종진 대표여, 그리고 대전시낭송인협회 회원들이여! 오늘 이 감동 영원히 빛날 것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하라.
김용복/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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