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책장을 넘기게 된 것은 어떻게 생각해 보면 우연한 기회이자 발견인 것 같다. 그때 승차시간이 다 되어 마지막까지 읽지 못하고 구입하지도 못하고 집으로 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서른 즈음에 도서관 일하면서 읽고 또 마흔을 앞두고 있는 얼마 전에 구입해서 또 읽게 됐다. 세 번의 읽음은 각기 다르게 다가왔다. 사회초년생 시절의 느낌, 초보 맘의 느낌 그리고 불혹을 앞두고의 느낌…. 한 권의 책이 여러 가지 울림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하게 알게 됐다.
책의 주인공 미치는 학부시절 4년 동안 화요일마다 모리교수 수업을 듣게 된다. 당시 미치에게 모리교수는 존경의 대상이었고, 모리교수에게 주인공 미치는 사랑스러운 제자였다. 남다른 가르침과 사랑을 건네줬던 코치(그는 교수를 그렇게 불렀다)에게 미치는 졸업하고도 계속 연락을 드릴 거라고 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생계를 짊어지면서 그 약속은 기약을 할 수 없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가를 꿈꿨지만 오랜 시간 무명의 연주가가 되면서 서서히 삶에 지쳐가게 되고, 영웅이었던 외삼촌의 죽음은 미치를 또 한번 크게 낙담하게 만들었다.
낭만적이고 유쾌하였던 미치는 현실에 맞닿으면서 점점 세속적인 사람이 되었고 '돈'과 '성공'만이 전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점점 일에 몰두하게 되고 그로 인해 사회적, 물질적으로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사회적 성공을 거둔 다음 그의 스승인 모리교수를 잊고 살다가 우연히 신문사 파업으로 그가 시간에 쫓겨 가며 쓰던 스포츠 칼럼을 쉬고 있을 때 우연히 ABC방송의 토크쇼 '나이트라인'을 통해 노스승이 루게릭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대학 졸업후 16년 만에 대학시절의 스승을 만나 '마지막 논문'이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거창할 것도 따로 텍스트가 주어진 것도 아니지만 매주 화요일 미치는 그가 살고 있는 디트로이트에서 모리가 살고 있는 매사추세츠 웨스턴 뉴턴까지 1100km의 장거리를 비행기를 타고 온다. 그렇게 그들의 조우는 시작된다. 다만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강의실이 아니라 모리교수의 집 안 침대에서 시작되어진다.
그들은 총 14번의 화요일마다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간다. 사랑, 일, 공동체사회, 가족, 나이든다는 것, 용서, 후회, 감정, 결혼, 죽음' 등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주제들이 논의 되었다. 그리고 15번째 화요일 즉 장례식을 마나를지막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나고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진다.
"누군가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네. 혼자선 그런 생각을 하며 살기는 힘든 법이거든." 나는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았다. 우리 모두 평생의 스승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런 스승을 가진 미치를 부러워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역사가이자 문필가인 핸리 애덤스는 "스승은 영원까지 영향을 미친다. 어디서 그 영향이 끝날지 스승 자신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은 훌륭한 부모를 만나는 것처럼 대단한 축복이다. 그 스승이라는 대상은 모리교수와 같은 선생님일 수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 선배가 될 수도 있고 한 권의 책이나 한 편의 시, 그리고 들에 핀 꽃과 한그루의 사과나무처럼 자연이 될 수도 있다. "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고 한 미당 서정주처럼 바람일 수도 있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미치가 모리교수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모리교수가 미치에게 물어 본 질문들 '마음을 나눌 사람은 찾았나?', '지역사회에 뭔가 하고 있나?', '마음은 평화로운가?', '최대한 인간답게 살려고 애쓰고 있나?'라는 모리교수의 질문을 항상 담아 두고 언젠가는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수진(무지개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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